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Sextory

젊은 인도 유학생의 고통

  • 박종관 | 전북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rain@chonbuk.ac.kr |

젊은 인도 유학생의 고통

젊은 인도 유학생의 고통

일러스트레이션 : 조은명

며칠 전 하루 종일 수술을 하고 연구실에 와보니 서류꽂이함에 깨알처럼 영어로 씌인, 두 장 분량의 편지가 꽂혀 있었다. 나를 만나려고 오후 내내 문 앞에서 기다렸지만 만날 수 없어 급한 마음에 편지를 써놓고 가는데 실례가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덧붙여 매우 급한 일이니 꼭 전화를 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얼마나 급한 일이면 오후 내내 기다렸을까’하는 생각에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당장 연구실로 찾아와 얘기하겠다고 했다.

그는 박사 후 연수과정(post-doc)을 위하여 2개월 전 인도에서 전주로 유학 온 젊은 학생이었다. 한국에 오기 직전 결혼했으며 부인도 함께 왔다고 했다. 도착 후 낯선 한국의 실정을 조금씩 익혔으며 여행의 부담으로 잠시 잊었던 부인과의 신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처음 성교 시도부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발기부전’ 문제가 괴롭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악몽 같은 첫날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발기는 잘 되었으나 삽입을 위한 행동을 하자마자 30초도 지나지 않아 그의 성기는 물컹한 고구마처럼 단단함이 사라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어 이후로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걱정한 나머지 그는 비뇨기과 개인의원을 찾았다. 전문의는 정신적 긴장이 발기부전 원인일 수도 있다면서 발기부전치료제를 처방해줬다. 그러나 그는 이 약을 먹은 뒤 두통이 너무 심해 아무런 행위도 지속할 수 없었다. 두통은 그나마 조금 단단해진 그의 성기를 원래의 힘없는 ‘물 풍선’ 상태로 돌려놓아버렸다.

다음날 다시 그 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이번에는 또 다른 치료제 두 종류를 같이 처방해주면서 “번갈아 복용해보라”고 했다. 성행위에서 얻는 즐거움과 더불어 새신랑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 가지씩 복용했다. 그전 약을 복용했을 때보다 두통은 약간 적었지만 여전히 견디기 힘들었다. 더구나 요통까지 발생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의사가 “더 이상의 약물 투여는 도움이 안 된다. 효과도 약하고 부작용이 심해 정밀진단이 필요하니 대학병원으로 가보라”고 권고해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인도 청년은 “당뇨나 다른 질환은 전혀 없으며 매우 건강한 편이다”고 했다. “결혼 전에는 어땠느냐”고 하자, “혼전 성경험은 없으며 자위행위를 할 때 무난히 사정을 했지만 손으로 자극을 하는 것이어서 성기의 단단함이 현재의 상황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덧붙여 “성기능 장애가 혈관 장애와 같은 기전으로 생긴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서 읽어 알고 있으며, 그 검사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검사도 좋지만 한국에는 사용이 가능한 두 가지 약물인 ‘레비트라’와 ‘엠빅스’가 있으니 한 알씩 복용해보고 똑같은 증상이 발생하면 검사해보자고 했다. 약물은 부부관계 1시간 전에 복용해야 하며, 약효가 있으려면 반드시 성적인 자극이 충분히 있어야 함을 추가로 설명했다. 그는 “머나먼 타국으로 함께 와준 부인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부인에게 미안하니 어떻게든지 치료를 해달라”고 말하며 수줍음을 감추지 못했다.

“환상적이었다”

다음날 컴퓨터에 등록된 환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발견됐다. “어제 준 약물이 그가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지 못한 모양이구나”라고 생각하며 그의 차례를 기다렸다. 그는 “어떠냐”는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환상적이었다”고 답했다.

그에게 준 약물 중 하나인 레비트라 20mg이 훌륭하게 작동했고 두통은 아주 약한 정도여서 처음으로 신랑의 의무를 다했다는 것이다. 덧붙여 그는 “교수님,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면서 진료실을 떠났다.

한 가지 발기치료제에 반응을 하지 않는 환자에게 다른 발기치료제도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인도 청년처럼 특정 치료제가 효과가 있을 때가 있다. 특히 경구용 약물은 동일한 제품이라도 복용 1시간 후 충분한 성적 자극이 없으면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그의 소망을 누군가 들어준 모양이다.

신동아 2010년 2월 호

박종관 | 전북대 의대 비뇨기과 교수 rain@chonbuk.ac.kr |
목록 닫기

젊은 인도 유학생의 고통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