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호

의사만 보면 혈압 오르는 ‘백의(白衣) 고혈압’

  • 허승호 계명대 의대 심장내과 교수

    입력2007-01-05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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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만 보면 혈압 오르는 ‘백의(白衣) 고혈압’
    누구나 한번쯤 혈압을 측정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팔뚝을 감싼 혈압 측정 튜브가 부풀려지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혹시나 혈압이 높지 않을까 긴장되기도 한다. 측정된 혈압 수치가 평소 혈압보다 높으면 혈압측정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구심마저 품게 된다. 과연 혈압은 긴장하면 자동으로 오를까.

    인체에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절되는 자율신경계가 있는데, 이는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로 나뉜다. 두 신경계는 체내에서 서로 반대 작용을 한다. 교감신경계는 생체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과 각 기관의 기능 촉진을 맡고 부교감신경계는 음식물의 소화, 흡수작용을 왕성하게 하고 체내 에너지를 저축하며 각 기관의 활동을 억제해 피로를 회복시킨다.

    심혈관계는 교감신경계가 활발해지면 심장 박출량과 말초혈관의 혈류저항성이 증가해 혈압이 올라가고, 부교감신경계가 활발해지면 반대 작용이 나타난다. 사람이 어느 순간 긴장하게 되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하고 인체는 그 신호를 받아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이 심장에 영향을 줄 경우 맥박과 심장 박출량, 말초혈관의 저항이 강해지는데, 이는 혈압을 일시적으로 높인다.

    흔히 고혈압이라 부르는, 항상 높은 혈압상태를 유지하는 ‘일차성 고혈압’과는 달리 집에서 잰 혈압은 정상이지만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 앞에만 가면 혈압이 정상보다 높아지는 ‘백의 고혈압(white-coat hypertension)’도 교감신경계의 과도한 활성화 현상 때문에 일어난다. 이처럼 인체는 주변 환경이나 여러 요인에 의해 다양한 반응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정확한 혈압 측정이 고혈압 진단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혈압 측정 전 5∼10분간 절대 안정을 취할 것과 두세 번에 걸쳐 혈압을 측정한 뒤 그 평균을 기준으로 하라고 조언한다. 팔을 감싼 옷은 조이지 않게 하고, 식사나 운동 직후에는 측정을 피하며, 측정하는 팔의 높이는 심장의 높이와 같은 곳에 위치하게 해야 한다. 커피를 마셨거나 담배를 피웠다면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 혈압을 측정하고,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은 적당한 온도의 실내 공간에서 혈압을 측정하라고 권유한다.



    의사만 보면 혈압 오르는 ‘백의(白衣) 고혈압’
    이렇듯 긴장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혈압에는 차이가 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권유사항을 준수하는 게 좋다.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자신의 혈압을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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