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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승호의 약초 이야기 ⑬

담음(痰飮)으로 인한 일체의 질환 치료

보리밭의 보배 반하(半夏)

담음(痰飮)으로 인한 일체의 질환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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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음(痰飮)으로 인한 일체의 질환 치료

겉껍질을 벗겨 햇볕에 말린 반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40~50대라면 더러 보리밭에서 반하(半夏)를 캔 기억이 있을 것이다. 5~6월경이면 보리농사가 끝난 밭에서 반하를 캐는 일에 할 일 없는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죄다 나서곤 했다. 반하가 돈이 됐기 때문이다. 한줌이라도 캐서 한약방에 들고 가면 용돈이 됐다. 장터에 나가도 곧장 돈으로 바꿨다. 반하가 현금이나 진배없었다. 머리가 좀 커진 애들은 반하를 판 돈을 조금씩 모아 연애할 때 쓰거나 가출자금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햇볕에 말리려고 장독 위에 올려둔 반하를 몰래 훔쳐가는 반하 도둑도 더러 있었다.

사람냄새 물씬 풍기던 농촌 공동체가 해체되기 전의 일이다. 개발과 발전이란 미명하에 온 천지를 자본의 탐욕에 종속시키기 전의 세상. 세상이 정말 많이 변해버렸다. 도시는 비대해지고 그 도시의 숨통이 턱턱 막히는 화차(火車) 안에서 인간들은 빠져나오지 못하지만, 푸른 생명이 살갑게 숨 쉬는 시골엔 사람이 없다. 화차 안에서 웰빙 타령들을 한 덕에 반하 캐던 보리밭이 좀 늘긴 했다.

6월 초. 야산 밭의 둔덕 아래에서 반하를 캤다. 손을 안 탄 덕에 씨알들이 굵다. 씨감자만큼이나 큰 ‘왕건이’도 있다. 꽃이 피었다가 진 알뿌리들이 대체로 크다. 햇볕을 꺼려 그늘지고 물기가 좀 있는 곳을 좋아한다. 반하를 캐다가 나무 아래 그늘을 찾아 누웠다. 온 산천이 푸른데 바람이 한 번씩 불면 금은화(忍冬) 꽃향기가 은은하다. 무상의 행복감. 둔덕의 바위 위에 마구 뒤엉켜 큰 넝쿨을 이룬 마삭줄(絡石藤)도 향기로운 흰 꽃들을 피워냈다. 마삭줄 꽃도 이 계절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

반하는 우리말로 ‘끼무릇’이라 한다. 꿩이 밭에서 이 반하를 먹고 배 속을 뜨겁게 해 알을 낳는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꿩의 무릇’이라고도 한다. 끼무릇도 아마 그런 뜻이겠다. 꿩을 뜻하는 ‘끼’가 잘 먹는 무릇이란 정도.

반하 毒 다스리는 생강 법제(法製)

담음(痰飮)으로 인한 일체의 질환 치료
‘본초강목’은 ‘예기(禮記)’ 월령(月令)을 인용해 “5월에 반하가 나오는데 이때가 대략 여름의 절반이 되므로 반하라고 했다”고 적고 있다. 수전(守田), 수옥(水玉)이란 이명이 있다. 단전으로 기를 내린다 해서 수전이라고 한다는 고상한 해석도 있지만 그냥 밭을 지킨다는 뜻으로 소박하게 해석해도 되겠다. 그 생김새가 둥글둥글하므로 수옥이라 했다. 보리농사가 끝나는 하지 이후에 주로 채취한다. 콩알만한 둥근 덩이줄기를 캐어 잔뿌리를 제거하고 물에 담가 겉껍질을 벗겨서 햇빛에 말린다. 이것이 생반하(生半夏)다. 그러나 이 생반하를 그냥 먹으면 큰일 난다. 조금만 먹어도 입과 목구멍이 견딜 수 없이 아리고 조직의 마비감이 온다. 반하의 독성 때문이다.

반하 독은 구강 같은 점막조직을 주로 자극한다. 심하면 조직 괴사도 초래한다. 그러나 생강즙에 하룻밤 정도 담가서 불린 다음 그늘에 말리면 그 독성이 없어진다. 여기에 백반을 소량 넣는다. 생강을 도와서 반하의 독을 제거하고 담(痰)을 없애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이를 강반하(薑半夏)라고 한다. 반하를 약용할 때는 이 강반하를 쓴다. 반하를 잘 먹는 꿩도 반드시 밭 주변의 생강을 쪼아 먹고 반하 독을 다스린다고 한다. 그만큼 생강 법제가 중요하다.

이 강반하에 석회와 감초를 더 넣어 법제한 것을 법반하(法半夏)라고 한다. 생반하를 생강 없이 백반으로만 법제하기도 한다. 청반하(淸半夏)라고 한다. 조금씩 쓰임새가 다르다. 누룩처럼 만드는 반하곡(半夏)이라는 것도 있다. 강반하를 가루 내어 통밀가루, 적소두(팥), 행인(살구씨) 등을 넣고 발효시켜 만든다. 여기에 조각자(?角子)의 즙을 더하거나 죽력(대나무에 열을 가해 추출한 목초액), 또는 백개자(겨자씨)를 더 넣기도 한다. 닥나무잎에 싸서 바람에 말려 약용한다.

천지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주역(周易)에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란 말이 있다. 흔히 궁하면 통한다고 한다. 그러나 주역의 이 말은 모든 현상은 변하게 되어 있다는 뜻이다. 궁하면 언젠가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릴 거라는 위안을 주는 말이 아니다. 달이 차면 이지러지게 되어 있다. 이지러진다는 것은 돌이켜 순환한다(變)는 것이다. 차기만 하고 이지러지지 않는다면 불통이고, 이지러졌다 차는 것은 통(通)이다. 그 통의 프로세스가 곧 지속(久)이다. 지속가능한 것은 모두 돌이키는, 순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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