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최영철 기자의 건강萬事

일상적 치료에 연구비 수십억 원, 재료비는 국민 돈?

스텐트 시술 임상시험 대가성, 리베이트 의혹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일상적 치료에 연구비 수십억 원, 재료비는 국민 돈?

2/4
A사는 총 20개 의료기관, 총 700명의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건당 30만 원씩(총 2억1000만 원, 임상시험 기간 3년), B사는 총 24개 의료기관, 총 1000명의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건당 50만 원씩(총 5억 원, 2011년 3월부터 2년), C사는 총 28개 의료기관, 2000명의 협심증 환자를 대상으로 건당 30만 원씩(총 6억 원, 2011년 1월부터 2017년 3월 31일까지), D사는 총 25개 의료기관, 3000명의 협심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건당 30만 원씩 연구비를 각각 지원토록 했다(총 9억 원, 2012년 1월부터 2년).

임상시험=의료기기社 매출 증대?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심장을 관상처럼 둘러싼 동맥)이 혈전(피떡)으로 막히면서 발생하는데, 혈관을 제때 제대로 뚫어주지 않으면 환자는 심장마비 증세가 일면서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 일단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일어나면 가슴이 쥐어짜이듯 아프며 심하면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심장마비가 와 당장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 이때 넓적다리의 대퇴동맥을 타고 관상동맥으로 들어가 막힌 부분을 뚫어주는 금속망이 바로 스텐트다. 이 시술을 스텐트 시술 또는 심혈관성형술(관상동맥 중재술)이라 한다.

관상동맥에 들어간 풍선이 부풀면서 막힌 부분을 뚫으면 스텐트는 혈관이 제 모양을 유지하도록 반영구적으로 지지한다. 요즘은 혈관에 쌓이는 지질을 녹여 딱딱하게 굳는 것을 막고 혈관이 다시 엉겨 붙는 재협착 현상을 막기 위해 스텐트에서 혈전을 녹이는 약물이 나오도록 고안된 약물방출형 스텐트가 주로 쓰인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심한 상태가 아니면 주로 혈전을 녹이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응급상황에선 스텐트 시술 외에 대안이 없는 형편이다. 스텐트 시술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는 관상동맥우회술로 치료한다.

2012년 2월 현재 관상동맥 스텐트는 A, B, C, D사를 포함한 10개 회사가 7종 17품목을 공급하고 있다. 일반 스텐트와 약물방출형 스텐트로 대별된다. 일반 스텐트는 시장 수요의 2%에도 미치지 못하며 사양화하는 추세. 약물방출형 스텐트의 경우도 전체 수요의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어 업체들 간의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관상동맥 스텐트 시술은 100% 보험급여 적용대상이라 의사가 시술할 때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기 회사로 치료비용이 지급된다. 의사의 선택은 곧 의료기기 회사의 매출로 연결되며 그 돈은 국민이 부담하는 셈이다. 보험급여로 지불되는 가격은 각 회사 스텐트 제품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200만 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 제보의 내용은 의료기기 회사들이 전국 각 의료기관의 스텐트 시술 전문의들에게 스텐트 시술을 할 때마다 건당 30만 원에서 50만 원의 연구비를 지급하고 임상시험을 시켰다는 것. 제보자들은 의사들이 받는 임상시험의 연구비가 대가성이 있어 리베이트일 개연성이 크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스텐트 시장 포화상태, 경쟁 치열

일상적 치료에 연구비 수십억 원, 재료비는 국민 돈?
제보자 그룹이 제시한 리베이트 의혹의 가장 큰 근거는 우선 이들 임상시험이 특정 회사, 특정 스텐트로 대상을 제한했다는 점. 제보에 나온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의 경우 종합병원급 이상 대형 의료기관의 연구자가 먼저 의료기기 회사에 임상시험을 제안하고 제약사가 임상시험의 목적, 프로토콜, 연구비 규모와 그 적정성 등을 검토한 후 동의를 하면, 각 임상 의료기관의 연구자들이 각각 자체 의료기관 IRB의 승인을 받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형식적으로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만 속 내용은 전혀 다르다는 게 제보자 그룹과 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의 반응이다.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의료기기 회사가 먼저 임상시험 제의를 한다는 것. 현직 관상동맥 스텐트 영업사원 김모 씨의 설명이다.

“서류만 보면 법과 규약에 저촉되는 부분이 전혀 없죠. 그건 형식적인 것이고요. 스텐트 시장에선 임상시험을 해야만 제품이 팔린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예전부터 2개 회사에서 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계속해왔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과열된 2010년 이후에는 (임상시험을) 안 하면 바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습니다. 모든 회사가 한다고 봐야죠. 어떤 교수님의 경우 2개 회사의 임상시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교 임상을 해도 되는데 따로 하는 이유가 뭘까요? 뻔하지 않습니까. 연구비를 챙길 수 있으니까요. 이왕이면 임상시험 대상이 된 스텐트를 쓰는 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의료기기 회사는 그게 바로 매출로 연결되는 거고요. 의사가 뭐가 답답해서 임상시험 요청을 회사에 합니까. 환자 보기도 바쁜데요.”

의료기기법과 규약은 의료기기의 시판허가 임상시험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 대상이 아닌, 각 의료기관의 IRB 승인만 있으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규약은 ‘임상시험이 단순히 의료기기를 홍보하거나 의사의 의료기기 채택, 선정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스텐트 임상시험을 진두지휘한 모 대학병원 책임연구자급 김 모 교수는 “법과 규정상 특정제품에 대한 임상시험을 금지하는 조항이 따로 없고, 임상시험의 결과물로 논문이나 보고서가 나오기 때문에 절대 단순 홍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임상시험을 한다고 해서 꼭 해당 스텐트만 쓰는 게 아니다. 임상시험이 의사의 스텐트 선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거짓이다”고 잘라 말했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교수 대부분도 영업사원 김 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그러나 제보자 그룹의 주장은 다르다.

“의사가 진정으로 스텐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면 의료기기 회사와 관련 없는 기관 단체의 지원을 받아 여러 제품에 대한 비교 임상을 해야지 왜 특정제품에 대해서만 임상시험을 합니까. 그것도 특정제품에 대한 임상시험을 하면서 바로 그 회사가 연구비를 대는데 제대로 된 임상 결과가 나오겠어요. 특정 회사의 연구비로 진행되는 특정 제품에 대한 임상시험은 특정 회사의 매출과 이익에만 기여할 따름이죠.”

“의심은 가지만 확증이 없다”

스텐트 임상시험에 연구비를 지원한 각 의료기기 회사는 공식적으로 임상시험과 매출 증대의 상관관계를 부인한다. 자사 스텐트 제품의 밝혀지지 않은 효능과 안전성, 부작용 등을 추적관찰 임상시험을 통해 알아낸 후 미비점을 보완하고 의료발전에 공헌하기 위해서라는 게 임상시험 연구비 지원의 목적이다. A사 관계자는 “2010년 11월 스텐트 임상시험을 시작한 것은 단지 우연일 뿐 리베이트 쌍벌제 실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2/4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일상적 치료에 연구비 수십억 원, 재료비는 국민 돈?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