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호

동남아산 정력제 ‘통캇알리’ 불법판매 기승

식약처 수수방관 경찰은 뒷북 수사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13-05-23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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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산 정력제 ‘통캇알리’ 불법판매 기승

    통캇알리 제품과 불법 판매 인터넷 카페.

    말레이시아를 찾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 ‘통캇알리(Tongkat Ali)’나 ‘알리카페’를 사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 여행 가이드나 현지인들이 권하지 않더라도 도심에선 이런 제품을 선전하고 판매하는 상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인터넷에는 이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사이트, 블로그, 카페 등이 넘쳐난다.

    통캇알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산삼이나 홍삼, 인삼에 비견되는 동남아시아의 자생식물로, 특히 정력에 좋다고 해 ‘말레이시아의 비아그라’로 불린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국민은 원시림에서 자라는 이 식물의 뿌리와 줄기를 만병통치약처럼 먹고 바른다. 통캇알리란 말레이시아 원주민 언어로 ‘신의 지팡이’란 뜻인데, 나무의 뿌리가 지팡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말레이시아에선 예부터 정력제뿐 아니라 혈액순환 촉진과 피부염, 관절염, 당뇨병, 남성 갱년기 증상, 면역개선 치료에도 쓰여왔다.

    정력제? 만병통치약?

    알리카페는 통캇알리가 들어간 커피 브랜드로, 우리나라의 1회용 커피믹스와 비슷하다. ‘알리카페 5in1’ 제품에는 통캇알리, 커피, 프림(카제인나트륨), 설탕, 인삼이 들어간다. ‘프리미엄’ ‘골드’ ‘블랙’ ‘오리지날’ 등이 있는데 맛과 통캇알리 함유량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향이 좋고 맛이 부드러워 커피믹스와 보양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한번 먹으면 그 맛을 잘 잊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형 인터넷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파는 ‘알리카페 3in1’(커피+설탕+프림)이나 그 밖의 제품들에는 통캇알리 성분이 빠져 있어 커피믹스의 맛이나 향과 차이가 별로 없다. 통캇알리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알리카페와 같은 커피 제품 외에도 많다. 음료수, 초콜릿, 스틱 바, 캡슐, 진액, 슬라이스, 환(丸), 액체 스프레이, 연고 등 그 종류를 다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이 중 ‘슬라이스’는 통캇알리 뿌리를 얇게 포처럼 썬 것으로, 생것은 독성이 많아 한 번 끓여 첫물은 버리고 감초를 넣어 다시 달인 뒤 먹어야 뒤탈이 없다.



    통캇알리 제품은 현재 국내 인터넷 사이트나 블로그, 카페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으며 특히 중년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통캇알리가 들어간 알리카페 커피 제품은 특유의 맛 때문에 여성도 많이 찾는다. 통캇알리 제품이 주로 중년 남성들에게 사랑받는 것은 통캇알리가 남성의 정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 판매 사이트나 카페, 블로그에선 400~480배까지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킨다고 광고하고 있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

    통캇알리는 말레이시아 원주민들에게 말라리아의 예방과 치료, 자손 번성을 위한 정력제 등으로 사용돼오다 1980년 이후 말레이시아 의학계가 대대적으로 이 식물의 발기부전 개선, 항암 효과에 대한 임상실험 논문을 발표하면서 자양강장 식품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 말레이시아에서는 관련 제품이 쏟아져 나왔고 이를 구입한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도 알음알음 들어오기 시작했다.

    통캇알리를 국내에 널리 알린 데는 언론매체의 힘이 컸다. 2002년 11월 16일 연합뉴스는 방콕발로 ‘말레이시아 연구진이 통캇알리의 발기 및 원기 강화 효능이 의약품보다 더 우수하다는 것을 임상실험을 통해 실제 밝혀냈다. 의약품보다 통캇알리의 발기 강도가 더 좋고 일부의 경우는 발기가 더 오래 지속됐으며 성욕과 성기능을 촉진시키는 데 중요 역할을 하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수준이 3주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반면 성기능을 방해하는 호르몬은 줄어들었다’고 소개했다. 또 ‘말레이시아 삼림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의 공동연구 결과, 에이즈 및 암 예방과 치료에도 기존 치료제보다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 이후 인터넷 포털 사이트뿐 아니라 남대문시장에도 통캇알리 제품을 파는 곳이 속속 생겨나더니 2011년 말까지 대성황을 이뤘다.

    식약처의 애매한 발표

    하지만 지난해 2월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통캇알리 구매 자제’를 당부하는 발표를 하면서 열기는 하루아침에 급속하게 냉각됐다. 그 많던 인터넷 쇼핑몰 등은 모두 폐쇄됐고, 세관의 단속 또한 철저해져 통캇알리는 국제우편이나 보따리장수, 외국 인터넷 쇼핑몰 직구입 등으로 밀매가 이뤄져왔다.

    당시 식약처는 ‘통캇알리 함유제품 소비자 구매 자제 당부’라는 발표자료를 통해 “통캇알리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식품으로서의 건전성과 안전성이 적합하지 않아 현재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EU, 미국,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식품원료로 승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즉, 통캇알리 함유제품을 판매하거나 반입하면 식품위생법을 위반하게 되는 셈이다.

    식약처는 구매 자제 당부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 대해서는 판매 차단을, 해외 사이트에 대해서는 접속 차단을 요청하는 한편 관세청에도 해외 여행객들의 휴대반입 또는 국제우편 등을 막아줄 것을 당부했다. 식약처가 이 같은 조치에 나선 것은 발표 이틀 전인 지난해 2월 6일 유럽 식품·사료신속경보시스템(RASFF)이 ‘미승인된 통캇알리 원료가 함유된 미국산 식이보충제 4건에 대해 회원국에 주의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통캇알리는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선 기능성이 검증된 건강기능식품일지 모르지만, 동남아시아를 제외한 선진국에선 식품 원료로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런 식품 원료가 들어간 제품을 판매하거나 국내로 반입하는 것은 식품위생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식약처 통캇알리 금지령의 ‘약발’은 채 몇 달도 지속되지 못했다. 사라졌던 통캇알리 판매 사이트와 블로그, 카페가 인터넷상에 속속 재등장했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를 여행 갔다 구매한 통캇알리 제품을 블로그나 카페에 사진을 찍어 올리고 설명도 붙이면서 자랑을 하는 이도 적지 않다. 판매하는 이들도 당국의 단속을 두려워하지 않는 눈치다. 통캇알리가 식품위생법상 수입판매 또는 반입 금지 품목임을 모르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통캇알리 불법 판매의 재유행에는 식약처의 애매한 태도와 솜방망이 단속이 한몫했다. 애초에 자료를 발표하면서 통캇알리 제품의 수입 판매 또는 반입 행위가 불법행위임을 자료 그 어디에도 명시해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통캇알리 제품에 대해 ‘판매나 국내 반입을 금지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고 소비자의 ‘구매 자제를 당부’했기 때문에 불법 판매자들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지 못했다.

    이 때문에 언론보도나 불법 판매자들이 밝히는 통캇알리의 자양강장 효과에만 정신이 팔린 소비자들은 식약처의 발표나 이를 보도한 기사를 보고 통캇알리를 국내로 반입하고 판매하는 행위가 불법임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식약처는 단속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위와 관세청에 판매 사이트 차단과 불법 수입 단속만 부탁했을 뿐 직접적인 단속에는 나서진 않았다. 입과 문서로만 일을 한 셈이다.

    牛刀割鷄?

    최근 통캇알리 제품의 불법판매와 반입이 인터넷과 남대문시장 등 수입상에서 기승을 부리자 이번에는 경찰이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통캇알리 불법 판매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것은 맞지만,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그 내용을 공개할 순 없다”고 밝혔다. 불법 식품 1차 단속 주체인 식약처가 적극적인 태도를 안 보이자 경찰이 형사처벌에 나선 것이다.

    동남아산 정력제 ‘통캇알리’ 불법판매 기승
    이에 대해 식품업계에선 상반된 두 가지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 국민이 아무 탈 없이 즐겨 먹고 있는 식품에 대해 ‘식품 원료의 국내 승인이 없고 그 기능을 과대 홍보했다’는 이유로 경찰이 형사처벌에 나선 것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 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검증되지 않은 불량식품을 엄단할 수 있는 본보기가 된다”는 반박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량식품 철저 단속 지시와 관련해 시작된 이번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지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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