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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박사의 ‘왕의 한의학’

당뇨 후유증 종기에 웬 사혈? 과다출혈로 마흔에 절명

과로, 스트레스 시달린 ‘강골’ 효종

  • 이상곤│갑산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

당뇨 후유증 종기에 웬 사혈? 과다출혈로 마흔에 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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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은 대부분 즉위하면서부터 상사(喪事)로 인해 건강에 타격을 입는다. 반정(反正)을 통해 왕위에 오른 이들을 제외하면 조선의 모든 왕은 선대왕의 제사를 모시는 것으로 왕정을 시작했다. 충효(忠孝)가 국가운영의 근본 가치였던 만큼 임금은 상사에 있어 백성의 모범이 돼야 했다.

문제는 선대왕의 장례 절차가 몸을 해칠 만큼 복잡하고 힘들었다는 점. 국왕 복식(服飾)을 하고 겨우 몇 시간 사극에 출연하는 연기자들도 몸살이 날 지경인데, 3년상을 치른 조선의 허약한 왕들은 오죽했겠는가. 체력 소모가 엄청났음은 불문가지. 오랜 상을 치르면서 임금의 몸은 계체량을 통과하기 위해 무리하게 살을 뺀 복서들처럼 흐느적거린다.

인조의 둘째 아들이자 북벌론(北伐論)으로 잘 알려진 효종(李淏·1619~1659)도 상사로 인한 과로를 피해갈 수 없었다. 최초의 질병 기록은 아버지 인조의 장례식 후에 나타난다. 효종 즉위년인 1649년 10월 16일 실록은 “상(上)이 집제(執制·장례)를 너무 지나치게 해 날로 매우 수척해지고 오랫동안 평안치 못하여 여러 아랫사람들이 근심하였다”고 적고 있다. 11월 19일에도 “약방에서 주상이 몸이 불편하니 친히 삭제(朔祭·왕실에서 음력 초하룻날마다 조상에게 지내던 제사)를 행하지 말기를 청하였다”고 기록했다.

효종의 즉위엔 개운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친형인 소현세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데다 대신들이 그의 아들인 원손(元孫)의 왕위 계승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 왕위에 오른 그는 아버지 인조의 상사에 열심일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일까. 북벌론으로 강골 이미지가 뚜렷한 효종은 의외로 즉위 10년 만에 명을 달리했다. 그의 나이 겨우 마흔이었다.

당뇨 후유증 종기에 웬 사혈? 과다출혈로 마흔에 절명
감기, 당뇨 후유증이 죽음 불러

실제로 효종은 청나라를 치겠다는 일념에 스스로 철퇴나 청룡도를 익히는 등 무예 연마에 열심이었다. 하지만 무예를 연마한다고 오랜 산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효종은 즉위 초부터 매년 감기를 앓았으며 그로 인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효종의 건강을 인생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재위 초반에는 감기로 고생을 했으며 중후반에는 소갈증상과 그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종기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 결국 그는 종기 치료 중 출혈사고로 숨을 거뒀다.

효종의 감기 치료와 관련한 ‘승정원일기’의 기록은 한의학사에서 귀중한 자료 가운데 하나다. 일종의 면역질환인 감기는 오늘날의 서양의학도 적확한 치료제를 찾지 못해 대증(對症)치료만 하는 형편이다. 승정원일기는 효종의 감기 증상에 따른 처방의 변화와 효과 유무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음은 물론, 감기에 관한 한 조선 최고의 치료술을 보여준다. 효종의 내밀한 체질적 특징까지 알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감기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콧구멍이나 기도를 타고 들어오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적이 침입하면 인체의 국방부 격인 면역세포들은 이들을 물리치기 위한 전쟁에 돌입한다.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나오고 재채기를 하는 것도 면연력이 벌이는 전쟁의 산물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몰아내는 물 폭탄이 콧물이라면 재채기는 바람 폭탄이다. 재채기 때 나오는 바람의 세기는 시속 180km에 달한다. 오한으로 몸이 덜덜 떨리고 열이 오르는 것도 세균과 바이러스를 열로 몰아내려는 면역반응이다.

현대 의학은 아직 감기를 잡아내지 못했다. 우리가 감기 치료제라고 먹는 약은 열을 내리고 콧물과 기침, 염증을 멈추게 하는 각각의 증상 개선제일 뿐이다. ‘감기 치료제를 만들면 노벨상감’이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 몸에서 세균과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계다. 한의학은 우리 몸의 발열 작용을 면역반응을 활발하게 하는 고마운 존재로 인식한다. 해열제를 써 무리하게 열을 내리면 면역계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몰아내기 위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하므로 그만큼 더 힘들어진다.

‘감기에 걸리다’를 영어로는 ‘캐치 어 콜드(catch a cold)’, 한자로는 ‘상한(傷寒)’이라고 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기를 체온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식한 것이다.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성이 약해지고 그로 인해 질환이 발생하는데 그 대표적인 질환이 감기다. 일부 면역학자들은 체온이 0.5도 떨어지면 면역력이 35% 저하하고 1도 오르면 6배 정도 활성화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아베 히로유키 박사와 같은 학자들이 그들로, 체온이 오르면 혈액의 흐름이 빨라지고 그에 따라 면역세포인 백혈구가 세포와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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