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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전문의 최명기의 남녀본색

게으른 황제 vs 잔소리 대마왕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게으른 황제 vs 잔소리 대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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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게으름 피우는 남편보다 더 속 터지는 게 게임을 하느라 게으름 피우는 남편이다. 주말에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게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게임에 빠진 남편들 중엔 어린 시절 ADHD가 있었던 경우가 많다. ADHD 후유증이 있는 성인은 집중력이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 게임은 적을 찾아내고 총질을 해대느라 순간순간 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다. 아내에겐 최악의 남편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내는 왜 잔소리를 할까. 남편이 변변한 직장도 없이 아내가 벌어오는 돈을 까먹으며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린다면 화가 치밀 만하다. 직장이 있는 남편의 경우에도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 것은 알지만, 아내는 내내 치우고 남편은 어지르기만 하면 그때도 화가 날 만하다. 하지만 화를 내는 정도엔 개인차가 있다.



불안, 억울, 공주병

깨끗한 것에 집착하는 여성이 있다. 남편이 보기에는 충분히 깨끗한데도 하루 종일 쓸고 닦는다. 그러다 보니 남편에게 이것저것 도와달라는 요구가 늘어난다. 남편 처지에선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가는데 아내는 찜찜해서 견딜 수가 없다. 남편은 외출했다 돌아오면 한숨 돌렸다 씻고 싶은데 아내는 그런 남편이 지저분해서 참기 어렵다.

‘불안 레벨’이 높은 아내는 일을 잠시도 미루지 못한다. 뭔가 얘기를 하면 당장 해야 한다. 남편이 안 하면 자신이 하고 만다. 남편은 아내가 너무 급하다고, 아내는 남편이 너무 느리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여성은 남편에게 일을 맡기지 못한다. 남편더러 게으르다며 타박하지만 막상 남편이 하려고 하면 “됐어” 하면서 자기가 알아서 한다. 정작 남편에게 일을 맡기지도 않으면서 게으르다고 비난만 한다.  



아내가 부탁하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를 때도 있다. 학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라고 부탁하면 남편의 마음은 요동친다. 자기가 보기엔 아이를 억지로 학원에 보낸다고 성적이 오를 것 같지 않다. 그런데도 아내는 요지부동이다. 가고 싶지도 않고, 도움도 안 된다는 생각에 아이는 제때 학원에 가는 법이 없다. 아빠는 도대체 왜 자신이 그런 아이를 위해 ‘학원 라이딩’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는 아내는 또 어떤가. 남편에게 집안일을 맡기고는 “엉망으로 했다”면서 트집이다. 옷 입는 것, 머리 자르는 것, 밥 먹는 것까지 일일이 물고 늘어진다. 뭐든 자기 식대로 해야 한다면서 지시를 한다. 남편은 나름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아내를 만족시킬 수 없다. 지친 남편은 결국 “배 째라” 하면서 드러눕는다.

어떤 아내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을 참지 못한다. 밖에 나가서 일을 해야지 제대로 사는 것 같다. 여자라고 다 집안일을 잘하는 건 아니다. 이런 여성은 남편은 아이를 자신에게 맡겨놓고 밖으로 나돈다고 느낀다. 남편이 주중에 일찍 들어와 함께 있으면 덜 억울하지만, 주중에 야근이다, 회식이다 하면서 귀가가 늦으면 짜증이 난다. 그러니 주말만 되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때 남편이 힘들다고 하면 게을러터졌다고 여긴다.



관심과 따뜻한 말 한마디

늘 똑같이 책임을 나눠야 하는 아내도 있다. 특히 아이 돌보는 문제가 그렇다. 남편이 밖에서 일하느라고 너무 힘들었다고 하면 “나도 아이 보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낮 동안에는 똑같이 힘들었으니 저녁 때도 똑같이 아이를 돌봐야 한다고 여긴다. 내가 아이를 보면 왠지 손해를 보는 것 같다. 내가 하면 될 일도 남편에게 시켜야 덜 억울하다. 남편이 녹초가 돼 집에 들어와도 자신이 더 힘들었다고 강변한다. 남편이 다투는 게 지겨워 “그만하자”고 하면 상대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몰아세운다. 그러면서 다른 남편들은 집안일도 많이 도와주고 돈도 잘 벌어온다고 비교한다.

공주병에 걸린 아내도 있다. 자신은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모두 남편에게 시킨다. 자기 같은 여자와 살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며 남편을 하인 부리듯 한다.

부부가 한 공간에서 살아가다 보면, 내가 편하면 상대방이 불편하고 상대방이 불편하면 내가 편한 경우가 생긴다. 갓난아이가 새벽에 칭얼댈 때 남편이 먼저 일어나 기저귀를 갈아주면 아내는 편해진다. 어느 한 쪽이든 부지런하면 그냥 하고 만다. 게으를수록 남에게 시키려 한다. 서로 자신이 힘들다고 우기는 부부를 보면 대개 둘 다 성실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남편은 집안일을 잘 못하니 하기도 싫다. 반면 아내는 요리하면서 청소도 하고, 세탁기 돌리면서 아이도 본다. 남편에게 억지로 아이를 돌보게 하면 남편은 작은 일에도 아이를 야단치고 울린다.

그러니 주말에 방구들과 씨름하는 남편에게 집안일 도와달라, 아이 보라 강요하지 말자. 남편이 못하는 집안일을 억지로 시키느니 열심히 일해 돈을 더 벌어오라고 하는 게 낫다. 아내는 남편이 게으른 것도 싫지만 무관심은 더 싫다. 아내가 집안일 할 때 따뜻한 말로 관심을 가져주면 아내는 ‘불쌍한 남편’을 더 쉬게 해준다.





신동아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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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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