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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욱·박수룡의 화필기행

한강 두물머리

둘이 하나가 되는 화려한 의식

한강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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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심은 미끄러질 듯 잔잔하다.
  • 거기에 애무하듯, 간지럽히듯 가랑비가 내려앉는다.
  • 아무리 유장한 한강인들 속마음이 타지 않을 리 있겠는가.
한강 두물머리

남양주시 능내리에 위치한 다산기념관. 다산의 삶은 한강이 합수하는 고향의 지형과 묘하게 닮았다.

안개비가 봄을 재촉하는 새벽이다. 어둠이 밀려가 희뿌염한 자리에 강이 누워 있다. 비 때문인가 아니면 안개 때문인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발 아래 철썩이는 물결 소리만 강의 너비와 깊이를 어렴풋이 가늠케 한다.

사위가 조금씩 밝아지자 물안개 사이로 섬이 보인다. 그다지 작지 않다. 그렇다고 사람이 살 만한 크기도 아니다. 웅크린 섬 위에 도열하듯 선 벌거벗은 나무들이 바짝 치깎은 군인의 머리 모양 성깃하다. 아직 잠이 덜 깬 오리들이 그런 섬 주위를 무심히 떠다닌다.

물안개는 새벽강을 껴안고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두 강이 합쳐진다 하여 두물머리란 이름을 가진 그곳은 봄이 숨바꼭질하듯 다가오는 요즈음 가장 정감이 넘친다. 맑은 날 아침이면 시퍼런 강 위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일품이다.

그러나 겨울 기운을 털지 못해 가랑비가 찔끔거리는 날이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넓은 가슴을 가진 유장한 강이 ‘조잘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울도 아닌 큰 강이 조잘댄다니 별난 표현 같지만 실비라도 내리는 날 두물머리에 서면 한강 물은 연인을 만나 속삭이듯 마냥 흥겹게 조잘대기 일쑤다.

금강산에서 발원해 소양 홍천을 거쳐 내려오는 북한강, 그리고 대덕산에서 나와 평창 단양을 돌아드는 남한강은 양평 양수리에 와 마주쳐 섞이지만 그 하류에 팔당댐이 생긴 탓에 거의 흐름을 잃었다. 강심은 미끄러질 듯 잔잔하다. 거기에 애무하듯, 간지럽히듯 가랑비가 내려앉는다. 아무리 유장한 한강인들 속마음이 타지 않을 리 있겠는가. 가만히 귀기울이면 강은 봄비와 희롱하며 끊임없이 조잘거린다.

두물머리는 원래 나루터였다. 서울 강동에서 한 시간 거리. 미사리 팔당을 거쳐 양수교를 지나자마자 오른쪽 강변으로 꺾어 흙길을 따라 내려가야 만나는 곳이다. 과거엔 강원도와 경기도 동부의 특산물을 서울 뚝섬과 마포로 이어주던 수상 요충지였다. 목재와 탄을 실은 돛배와 뗏목들이 강 위에 줄줄이 떠다니며 강변 정취를 물씬 풍겼던 곳이기도 하다.

강 따라 서울 가는 마지막 길목인 만큼 물자와 손님이 풍성했다. 나루터 주막 또한 흥청댔을 것이다. 그러나 댐이 물길을 막고 수로 대신 육로가 뚫린 지금 그런 영화의 흔적은 찾기 어렵다. 굳이 과거와 연결하자면 뱃길 떠나는 손의 그늘막 역할을 했을 늙은 느티나무가 양팔을 크게 벌리고 서서 남과 북의 물이 합수하는 장면을 어제처럼 오늘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두물머리의 지킴이로 수령 4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 밑동에는 고인돌 형태의 제단이 놓여 있다. 단 밑으로는 타다 남은 종이컵과 초, 성냥이 그득하다. “물안개 피는 두물머리와 외로운 느티나무 풍경이 TV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뒤 손잡고 이곳을 찾는 연인마다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며 촛불을 켜두고 간다”는 군청 직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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