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호

지구촌 최고 청정수 중앙시베리아 바이칼湖

2500만년 자연의 靈驗 품은 지구촌 최고 청정수

  • 입력2004-09-30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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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 최고 청정수 중앙시베리아 바이칼湖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바이칼호의 고요한 아침 풍경.

    타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라는 뜻을 간직한 바이칼(Baikal)호는 지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인류유산 가운데 한 곳이다. 제정러시아 시절 거상들의 활동무대였던 이르쿠츠크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떨어져 있는 바이칼호는 둘레 2000㎞에 길이 636㎞, 너비 27~80㎞이고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이 1653m에 이르는 지구촌 최고의 청정지역이다. 약 250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바이칼호는 크기에 걸맞게 크고 작은 지류 336개가 모여 형성된 담수호다. 1862년 리히터 규모 12도라는 기록적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부터 세계인의 시선을 받기 시작했다.

    산수화처럼 고요한 새벽풍경

    지상에 존재하는 호수 중 가장 깊고 가장 깨끗한 물이 보존되어 있는 이 호수의 담수량은 전 지구인이 40년 동안 식수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20~40m 물속에 있는 물체를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맑아 정수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식수로 사용해도 괜찮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도 호수의 바닥에서 끊임없이 청정수가 솟아나고 있으며 하루도 쉬지 않고 몇 차례의 미세한 지진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수수께끼 같은 의문으로 가득한 바이칼호에는 인간이 지어낸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해도 표현할 수 없는 신비스러움이 감돈다.

    워낙 환경이 독특하다 보니 서식하는 어류와 동식물 또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많다. 전체 동식물과 어류 가운데 약 70%가 오직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종이다. 수심이 깊은 호수의 수압을 이겨내는 데 유리한 뼈 없는 연체어류가 대종을 이루는데, 특기할 것은 일반적인 연체동물의 경우 다양한 성분비로 구성되어 있지만 바이칼호에 서식하는 어류는 지방이 체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 그 가운데는 몸체 빛깔이 투명에 가까워 특수한 수중장비를 동원해도 발견하기 어렵다는 희귀어도 있다.

    지구촌 최고 청정수 중앙시베리아 바이칼湖

    ① 동물보호구역에 서식하는 시베리아곰. <br>② 리스트뱐카 마을은 바이칼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지구촌 최고 청정수 중앙시베리아 바이칼湖

    리스트뱐카 마을의 한 주민이 밤새 쳐놓았던 그물에 걸린 고기를 확인하고 있다.

    엄청나게 넓은 호수 주변에는 희귀한 동물도 많다. 특히 호수 동쪽인 사얀산맥 인근은 산이 험하고 사람의 출입이 적어 곰과 늑대, 바다표범, 수달, 독수리, 뱀 등 다양한 동물이 살고 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이들 야생동물을 호수 주변 어디서나 만날 수 있었지만 무분별한 포획으로 인해 숫자가 급감해 현재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나 접근이 어려운 깊은 산속에 가야 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바이칼호의 풍광은 시간대에 따라 천 가지로 변화한다. 가장 신비로운 때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과 태양이 호수로 몸을 숨기는 저녁 무렵이다. 새벽 바이칼호의 풍광은 정적 그 자체다. 자작나무 같은 낙엽송이나 침엽수로 둘러싸인 호수 주변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고요하다. 이 무렵 밤새 쳐놓았던 그물을 걷으려 어부가 조각배를 타고 나오기라도 한다면 호수 풍경은 한층 운치를 더한다.

    저녁 무렵의 바이칼호는 황홀할 정도로 낭만적이다. 가랑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짙게 낀 흐린 날에는 푸근한 분위기를, 청명한 날에는 서쪽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저녁놀을 만날 수 있다. 한 편의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멋진 저녁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바이칼호에서 흘러나오는 유일한 하천인 앙가라강 주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좋다.

    지구촌 최고 청정수 중앙시베리아 바이칼湖

    보호구역에서 사는 늑대의 눈매가 날카롭다.

    호수와 산맥을 숭배하는 사람들

    호수 주변에는 독특한 분위기를 간직한 도시와 마을이 즐비한데 그 가운데서도 이르쿠츠크 외곽에 자리잡고 있는 리스트뱐카와 부랴트 마을이 인상적이다.

    앙가라강의 발원지에 위치한 리스트뱐카는 100여가구가 모여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호수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바이칼호가 주는 영혼의 힘을 바탕으로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도 있다. 때문에 시골 마을에 불과한 리스트뱐카는 뛰어난 화가와 문인을 많이 배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바이칼호에서 생성되는 영험한 기 덕분”이라는 것이 동행한 안내자의 웃음 띤 설명이다.



    반면 부랴트 마을은 바이칼호와 사얀산맥을 숭배하며 살아가는 몽골계열 원주민 부랴트족의 마을이다. 강한 민족의식으로 러시아 역사에도 뚜렷한 자취를 남긴 이들은 바이칼호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알흔’ 섬에 민족의 영원한 영웅인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신비롭고 웅장한 바이칼호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지상 최대규모의 담수량과 계절마다 다른 풍광,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주민들까지. 지구상 어디를 가도 똑같은 빌딩, 똑같은 거리밖에 없다는 이 세계화 시대에, 바이칼호와 중앙시베리아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독특한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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