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조주청과 함께가는 지구촌여행〈73〉|이스라엘 나사렛

바티칸과 이슬람 그 갈등의 현장

바티칸과 이슬람 그 갈등의 현장

바티칸과 이슬람 그 갈등의 현장
“예수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라비학교에서 만난 학생주임 라비(Labbi) 골드스타인은 이 질문에 시치미를 딱 떼며 “예수가 누굽니까? 그런 사람은 몰라요” 한다.

유대인들은 예수를 구세주(Messiah)로 인정하지 않는다. 하느님이 구세주를 내려보내 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구세주가 내려오지 않았다는 게 유대교의 확고부동한 믿음이다.

예수가 태어난 지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시대 개막에 온 세계가 야단법석을 떨어도 이스라엘은 본 체 만 체다.

나사렛(Nazaret)에서 묘한 일이 벌어졌다. 예수가 일생의 대부분을 보낸 곳, 그리하여 나사렛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언덕 아래 마을이겠거니 하는 생각은 이곳에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 여지없이 깨지고 만다.

나사렛은 인구 7만의 시끌벅적한, 이스라엘 최대의 팔레스타인 주민 거주 도시다. 이곳을 더욱 번잡하게 하는 것은 기독교 순례자들이다. 성수태고지(聖受胎告知) 교회가 나사렛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자 가브리엘 천사가 성처녀 마리아에게 메시아 예수를 수태했음을 알려준 이곳은 기독교도들의 성지가 되었다.

애초 이곳에 교회가 세워졌지만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끝없는 충돌로 인해 교회는 영욕을 되풀이했다.

10여년 전 로마교황청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건축가의 설계도면을 받아 어마어마한 규모로 장엄하고 화려한 석조교회를 세웠다. 나사렛 중심가의 Y자(字) 삼거리 양쪽 가지 사이에 성수태고지 교회가 웅자를 드러내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데 2년 전 나사렛의 팔레스타인 지도자가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를 짓겠다며 건축허가 신청서를 나사렛 시청에 제출했다. 그 땅은 바로 600여년 전 이슬람의 성자, 쉬하브 엘딘의 지하 묘가 있는 이슬람의 성지(聖地)이기 때문이다.

바티칸과 이슬람 그 갈등의 현장
문제는 이 성지가 성수태고지 교회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Y자 삼거리 두 가지가 만나는 코너에 거대한 모스크를 지어버리면, 그 뒤의 성수태고지 교회는 묻혀버리게 돼 있다.

유대인인 나사렛 시장은 자신의 재량권을 넘어선 이 민감한 사안을 들고 텔아비브로 달려갔지만 중앙정부도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다. 로마 교황청인 바티칸이 발칵 뒤집힌 것이다. 그렇게 거대한 모스크를 지을 재원은 중동 산유국에서 흘러들어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사렛의 팔레스타인 모슬렘들은 연일 모스크 건축허가 촉구시위를 벌였다. 마침내 이스라엘 정부는 당초 건립계획보다 약간 작게 짓는다는 조건으로 작년 11월7일 건축을 허가했다.

그리고 11월23일 모슬렘들이 운집한 가운데 이슬람 지도자 술레이만 아부 아흐메드는 “알라후 아크바르(알라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주춧돌을 놓았다.

이에 바티칸이 이스라엘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성수태고지 교회가 유대교의 성지라면 과연 이스라엘 정부가 모스크 건립을 허가해 줬겠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는 합법적인 건축허가를 무한정 외면할 수는 없다고 발뺌을 한다. 우선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곤혹스러운 자기네 처지를 이해해 달라고 호소한다.

바티칸과 이슬람 그 갈등의 현장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고, 동침하지 않은 마리아의 수태도 난센스로 치부하는 이스라엘 유대교인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를 외면할 수도 없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51번째 주’라고까지 일컬어질 만큼 그들의 강력한 후원자 미국이 기독교 국가인데다, 이스라엘의 3대 산업 중 하나로 한 해 30억 달러가 훨씬 넘는 관광수입 대부분이 이스라엘을 찾는 기독교 성지 순례자들이 떨어뜨리는 돈이기 때문이다.

모스크 신축허가로 기독교는 이를 갈고, 이스라엘 정부는 곤혹스러워 하고, 팔레스타인 모슬렘들은 춤을 추는 판에 또 하나의 수수께끼가 돌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 야세르 아라파트가 모스크 신축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앞으로 전개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예루살렘 분할 담판에서, 야세르 아라파트가 바티칸의 협조를 얻으려는 저의가 깔렸다고 추측한다.

이스라엘은 만수산 드렁칡이다.

여행 안내

이스라엘만 다녀오려 할 경우 세계 주요도시와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항공노선이 많고 사전에 입국 비자를 받을 필요도 없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스라엘 간 김에 주변국가를 여행하려거나 중동에 간 김에 지척의 이스라엘을 여행하려면 여간 까다로운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니다.

이스라엘을 에워싼 레바논, 시리아는 육로 국경도 아예 폐쇄했고 항공노선도 없다. 요르단과 이집트만 빠끔히 문을 열어놓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다른 이슬람 중동국가를 가려면 요르단이나 이집트를 거쳐가야 하는데, 여권에 이스라엘 스탬프가 찍혀 있으면 무조건 입국 불가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음에 이슬람 중동국가를 들어갈 일이 있을 때 몇 년 전에 찍힌 이스라엘 입·출국 스탬프가 나타나도 입국불가다. 이스라엘을 입·출국할 땐 출입국 관리에게 여권에 스탬프를 찍지 말라고 부탁하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신동아 2000년 2월 호

목록 닫기

바티칸과 이슬람 그 갈등의 현장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