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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의 특산품 ⑦

나무에 열리는 ‘만병통치약’ 광양 매실

섬진강 매화 향기 속, 물길 따라 이어지는 푸른 보배 숲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나무에 열리는 ‘만병통치약’ 광양 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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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화나무만큼 인간에게 유익한 나무도 흔치 않다. 화사한 꽃과 그윽한 향기만으로도 모자라 다양한 약효를 지닌 매실까지 아낌없이 베푼다. 섬진강변 광양시 다압면 일대는 우리나라 최대의 매실 산지. 이른 봄날 상춘객으로 들끓던 매화마을에 지금은 농민들의 잔치가 한창이다. 초여름 문턱에서 본격적인 매실 수확이 시작된 것이다.
나무에 열리는 ‘만병통치약’ 광양 매실
매화나무는계절의 전령이다. 춘삼월이 코앞에 왔어도 백설 같은 매화가 흘리는 꽃향기를 맡지 않으면 봄을 실감하기 어렵다. 매화가 봄의 전령이라면, 그 꽃이 진 자리에 탐스럽게 여문 매실은 여름의 전령이다. 초여름 문턱을 막 넘어설 즈음 매실 따는 작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섬진마을. 흔히 ‘매화마을’로 부르는 이 강촌은 봄 여행의 시발지다. 필자는 10여 년 전부터 해마다 3월 중순경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았다. 섬진강과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산비탈의 매화밭에서 강바람에 함박눈처럼 흩날리는 매화를 봐야 비로소 겨울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했다. 온몸을 휘감아 뼛속까지 싱그럽게 만드는 매향(梅香)에 취한 뒤에야 봄빛이 찬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봄의 전령 ‘매화’와 여름 전령 ‘매실’

매화 만발한 춘삼월의 매화마을만 보아온 까닭인지, 녹음 우거진 유월 초순의 섬진마을 풍경은 퍽 낯설다. 사실 꽃빛 화사하고 향기 그윽한 매화에만 현혹되어 예로부터 손꼽히는 건강식품이자 귀한 약재인 매실에는 깊게 관심을 둔 적이 없었던 듯싶다. 그래서인지 몇 달 만에 다시 찾은 섬진마을의 풍정이 오히려 새롭게 다가왔다.

하동군 화개면과 구례군 간전면 사이의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남도대교를 건너 광양시 다압면에 들어섰다. 광양 땅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풋풋한 매실이 주렁주렁 매달린 매화나무들이다. 도로변, 산비탈, 민가 주변을 가릴 것 없이 죄다 매화나무 숲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매실 산지다운 풍경이 섬진강 물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국내 매실 생산량의 절반쯤은 전라남도에서 나온다. 그리고 전남 지역 생산량의 절반쯤은 광양 매실이다. 그 중에서도 매실 농사의 비중과 매실 생산량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다압면이다. 다압면의 500여 농가에서 생산하는 매실은 연간 1200t에 이른다. 광양 전체 생산량의 3분의 2쯤 되는 양이라고 한다. 단순히 생산량만 많은 것이 아니다. 다압면 일대에서 생산된 광양 매실은 서울 경동시장을 비롯한 대규모 약재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유월 초순, 섬진강 물길과 나란히 달리는 861번 지방도 주변의 매실밭에서는 매실 채취작업이 한창이었다. 다압면 고사리의 한마음농원(061-772-3479) 앞에서 차를 멈췄다.

탐스럽게 맺힌 매실을 따느라 주인 정기호(47)씨 내외의 손길이 몹시 분주했다. 정씨는 “앞으로 한 20일 동안은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래도 매실 따는 일은 항상 모심기가 끝난 뒤에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올해는 꽃샘추위가 늦게까지 계속되는 바람에 매실의 수확시기도 예년보다 늦은 편이라고 했다. 정씨는 “도로 주변은 지대가 낮아서 일찍 따지만, 저 위쪽은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매실은 따는 시기가 아주 중요하다. 절기로 따지면 망종(양력 6월5~6일경)이 지난 뒤에 따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 전에 딴 풋매실에는 ‘산배당체’라는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고 매실 특유의 향도 나지 않는다. 반대로 너무 늦게 따면 살구처럼 누렇게 익어서 쉬 무른다. 그러나 적당히 익은 매실은 과육이 두껍고 향기가 짙게 배어난다. 대체로 지름이 3~4cm쯤 되고 동글납작하며 솜털이 보송보송하면서 꼭지가 너무 마르지 않은 것이 좋은 매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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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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