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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IMF 사태’ 10년 | 타릭의 Outsider’s Insight

아직도 머나먼 개혁, 개방… 1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가

  • 타릭 후세인 경제칼럼니스트 tariq@diamond-dilemma.com

아직도 머나먼 개혁, 개방… 1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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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한국사회의 개혁은 미완성이다. 금융부문을 제외한 기업, 정부, 노동부문은 마치 고여 있는 물처럼 변화에 저항한다. 특히 정부와 노동계의 폐쇄적인 태도는 한국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다이내믹 코리아를 만들고 싶은가? 그러려면 아일랜드나 네덜란드 수준의 개방정책을 펼쳐야 한다.
아직도 머나먼 개혁, 개방…	1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가
1995년 10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한 강의실. 나는 여러 개발도상국가에서 온 학자들로부터 ‘개발경제학’ 강의를 듣고 있었다. 그때 자그마한 체구지만 눈빛이 날카로운 젊은 교수가 눈에 띄었다. 그는 학생들이 ‘하준’이라고 부르던 장하준 교수였고, 그의 열정적인 강의를 들으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들려준 한국의 기적 같은 경제발전 드라마는 내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1961년 1인당 국민소득이 82달러에 불과했던 나라가 1995년 소득 1만달러 시대에 접어들기까지의 스토리, ‘Korean Way’를 고집한 박정희 대통령의 굳은 의지와 리더십, 거대 재벌과 철강업체 포스코의 탄생 등 장 교수가 쏟아낸 한국 경제 얘기들은 충격적이었다.

국민의 돈은 주인 없는 돈?

그 길로 나는 도서관으로 한달음에 달려가 책을 뒤지기 시작했고, 그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한국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리고 1년 뒤. 한강의 기적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이 소중한 운명을 나는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 하준이 전한 성공 스토리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최신식 빌딩 앞에서, 기흥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나는 한국인의 자부심과 야망을 피부로 느끼면서 한국이 갈 길은 오직 하나밖에 없음을 직감했다.

다시 1년 뒤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기 위해 또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서 벌인 여러 프로젝트는 한국이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1997년 말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대선 주자들은 한결같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확언했지만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말았다.

그 후 몇 달이 지났을까. 나는 한국 모델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당시 부도 위기에 몰린 한 대형 은행에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은행의 대출 관행에 대해 조사하게 됐다. 담당 부장은 “잘 모르겠으니 한번 알아보겠다”고만 대답했다. 모르겠다는 그의 말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뒤늦게 안 것은 그 은행의 가장 큰 고객이던 3대 재벌 중 한 기업에 나간 대출액수가 은행 전체 자본금보다 많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다시 대출 과정에 대해 물어봤지만 역시 돌아온 대답은 모호했다. 알고 보니 대출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재무 건전성이나 기업의 경쟁력은 문제가 아니었다. 해당 기업의 매출규모와 정부와의 유착 관계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점은 정부가 출자한 은행이었음에도 아무런 규제나 기준, 감시도 없이 국민의 돈을 아무렇게나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는가. 재벌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은 500%에 달했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면서도 환율 변동에 대한 대책은 없어 환율이 급격하게 움직이면 번 돈을 속절없이 까먹어야 했다.

한국에서 체험한 한국의 개발 모델에는 몇 가지 중대한 결점이 있었다. 정부가 시장에 너무 깊숙이 개입했으며 재벌은 세력이 너무 커져 이미 ‘대마불사’가 됐다는 점이다. 1990년대를 거치면서 힘을 갖게 된 노동자는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며 임금을 꾸준히 높였다. 그 결과 임금상승률이 노동 생산성을 앞질렀고 생산성은 계속 악화됐다. 한국 모델은 현재를 가능케 한 과거의 모델이지 결코 미래를 제시하는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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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릭 후세인 경제칼럼니스트 tariq@diamond-dilem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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