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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니스

꽃과 빛, 카니발의 바다에 빠지다

프랑스 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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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니스

색종이가 날리는 거리에서 관광객들은 사진 찍느라 바쁘다.(좌) 구경꾼들에게 꽃을 던져 주는 건물 모양의 꽃마차.(우)

축제를 즐기는 이들의 표정

프랑스 니스

프랑스를 상징하는 여인과 사람 얼굴을 한 말이 모는 마차.

이제 몸을 일으켜 해안에 붙은 프롬나드 데 장글레, ‘영국인의 산책로’로 올라간다. 아직은 축제가 시작되기 전, 바다를 낀 채 널찍하고 길게 펼쳐진 프롬나드 데 장글레는 산책과 조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을 뿐 한산하다. 문득 이 프랑스 땅에, 그것도 그들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휴양지 니스에 왜 ‘영국인의 산책로’라는 이름의 거리가 생겼는지 의아해진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두 나라의 오랜 관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이유를 물어보니 산책로를 만드는 공사가 1820년경 니스에 매혹된 한 영국인의 자본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지중해에서 가장 유명한 휴양지로 꼽히는 니스의 발전이 이때의 일을 계기로 시작됐다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떠들썩한 음악이 들려와 시내 쪽으로 발길을 옮기자 카니발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니스의 카니발은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이탈리아의 베니스 카니발과 더불어 세계 3대 카니발로 꼽히는 유서 깊은 축제로, 매년 100만이 넘는 사람이 이 행사에 참석한다. 거대한 인형을 점검하고 의상과 여러 가지 도구를 손보는 것을 보니 카니발이 시작되기도 전에 마음이 들뜬다. 어떤 인형들은 사람 키의 세 배 가까이 되기도 하는데, 저걸 어떻게 받쳐들고 걸을지 걱정이 앞선다. 사람을 잔뜩 태우고 움직이는 거대한 마차를 운전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지만, 축제를 한껏 즐긴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의 얼굴이 환히 빛나는 걸 보니 공연한 걱정이었다 싶다.

드디어 기다리던 카니발이 시작되고 다채로운 행렬이 지나간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엄청나게 큰 인형들. 매년 주제를 바꾸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되는 인형들은 그해의 주요 시사와 세태를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니스 카니발의 특징인 인류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비판과 미학적인 시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떠들썩한 행사에도 자신들의 철학을 담으려는 프랑스인의 시도가 신선하다. 거대한 왕은 종종 조롱의 대상으로 등장하고, 프랑스의 상징인 수탉이 행진하는가 하면, 축구로 유명한 나라답게 축구선수들의 모습도 인형으로 나타난다. 큰 집을 조형물로 만들어놓고 그 위에 사람들이 올라서서 꽃을 던지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다 비슷한지 서로 꽃을 받으려고 여기저기서 손을 뻗친다.

니스의 카니발은 프랑스의 색채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의 여러 민족의 문화도 다양하게 보여주려 애쓴다. 이탈리아의 가면인형이 행진하기도 하고, 아르메니아 민속무용단이 흥겨운 공연을 펼쳐 보이기도 하고, 멀리 남미의 볼리비아에서 온 공연단이 신나는 민속 리듬에 맞춰 힘차고 매혹적인 춤사위를 보여준다.



관객 역시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행렬 속으로 뛰어들어 스프레이에서 나오는 실을 공연단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뿜어대고 색종이를 던지는 등 마음껏 즐기는 분위기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카니발에 어울리는 의상을 입고 나와서 뽐내는 모양이 깜찍하다. 루이 14세 시대에나 입었을 법한 멋진 드레스를 입은 여자아이, 집시풍의 차림을 한 남자아이 등 각양각색의 옷이 보는 사람까지 즐겁게 한다.

프랑스 니스

카니발 시작을 앞두고 점검하는 손길이 분주하다. 축제를 가장 흥겹게 즐기는 것은 색색옷을 차려입은 아이들인 듯 하다. 퍼레이드 행렬에 뛰어들어 함께 행진하는 사람들.(왼쪽부터 차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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