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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운의 지중해 편지

터키 파묵칼레, 히에라폴리스 하얀 산, 뜨거운 물

  • 사진/글·최상운 여행작가 goodluckchoi@naver.com

터키 파묵칼레, 히에라폴리스 하얀 산, 뜨거운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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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정원

위로 더 올라가자 10월 말인데도 따뜻한 날씨와 뜨거운 물 때문인지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끔 보인다. 산 정상에서부터 도랑을 타고 물이 콸콸 쏟아져 내려온다. 다른 사람들처럼 도랑가에 앉아 물에 발을 담그니 피로가 싹 가신다. 산 아래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명당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산꼭대기로 가자 노천탕이 나온다. 바로 근처의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Hierapolis)의 아폴론 신전 근처에 있는 이 욕탕은 대리석 조각들로 멋을 내고 야자나무가 울창한 것이 이국적이면서 독특하다. 잃어버린 낙원이랄까. 파묵칼레의 온천은 고대 헬레니즘 시대를 거쳐 로마 시대와 오늘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니 여기서 그 정취를 한번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터키 파묵칼레, 히에라폴리스 하얀 산, 뜨거운 물
1 35℃의 물은 노천에서 온천욕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2 2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경기장은 보존 상태가 훌륭하다.

3 원형 극장 근처의 돌에 새겨진 것은 천사의 날개인지도 모른다.



4 히에라폴리스의 중심거리에 있는 도미시안 문이 위용을 자랑한다.

노천탕 뒤쪽에 옛 도시 히에라폴리스가 있다. 이 도시는 조금 더 북쪽에 있는 고대 왕국 페르가몬의 왕 유메네스(Eumenes) 2세에 의해 기원전 190년경에 세워졌다. 그리고 기원후 2~3세기에 로마의 지배를 받으며 전성기를 누렸는데, 당시 로마제국의 그 유명한 목욕문화의 한 중심지가 되었다. 도시는 생각보다 넓은데 남쪽에서 출발하면 우선 큰 원형극장이 보인다. 2만여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극장은 기원전 200년경에 세워졌는데도 보존상태가 훌륭했다. 고대의 극장을 살펴보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무대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조각들이 특히 눈길을 끈다. 원형극장을 나와 발길을 옮기다 보면 여기저기 흩어진 대리석 조각들과 황량하게 퇴색한 신전과 교회, 욕탕들이 과거의 영광을 아련히 추억하게 해준다.

여러 유적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히에라폴리스의 중심거리다. 남문(South Gate)에서 도미시안 문(Domitian Gate)으로 이어지는 이 거리는 양쪽의 문뿐 아니라 줄지어 선 대리석 기둥과 돌조각들로 아주 멋지다. 어느덧 산 위의 오래된 도시에 황혼이 찾아왔다. 석양을 받아 포도(鋪道)와 기둥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눈앞에는 왁자지껄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스인, 페르가몬인, 로마인이 있는가 하면 아랍인, 흑인들도 눈에 띈다. 모두 온천욕을 한 다음인지 그들의 목소리는 나른한 행복함으로 차 있다. 이제 고대의 도시에서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마치려 한다. 그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이 길을 걸어야겠다.

신동아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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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최상운 여행작가 goodluckch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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