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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 절집 숲에서 놀다 ⑩

법주사 솔숲

‘한글 로드’ 따라 걷는 생명문화유산 기행

  • 전영우│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법주사 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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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철의 절집 순례는 남녘에서 시작되지만, 가을철의 절집 순례는 남하하는 단풍을 따라 북녘에서 시작해야 제격. 법주사 큰절에서 복천암에 이르는 단풍 숲길이 빠질 수 없다.
  • 한글 창제를 도운 신미대사가 걷던 길을 한글날이 있는 10월에 걷는다면 말과 글에 얽힌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가슴에 색동 단풍 숲이 계절의 불을 지필 것이다.
법주사 솔숲

법주사의 오리 숲길.

어느 절집인들 주변에 소나무가 없으랴만, 법주사의 소나무는 정이품송 때문에 각별하다. 2006년 문화관광부는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100대 민족문화 상징으로 ‘민족 상징’(2개), ‘강역 및 자연 상징’(19개), ‘역사 상징’(17개), ‘사회 및 생활 상징’(34개), ‘신앙 및 사고 상징’(9개), ‘언어 및 예술 상징’(19개)을 발표했다. 소나무는 ‘강역 및 자연 상징’의 하나로 진돗개, 한우, 호랑이와 함께 이 땅에 생육하고 있는 식물 중에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우리에게 식량을 제공해주는 벼나 보리, 또는 약효가 뛰어난 인삼이나 다양한 맛을 내는 과수(果樹)는 포함되지 않고,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사는 4300여 종류의 식물 가운데 소나무만이 민족문화의 대표적 상징에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 소나무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이기에 이런 대접을 받는 것일까.

소나무는 지난 수천 년 동안 건축재와 조선재의 중요한 원료였고, 도자기와 소금 생산에 필요한 연료였음은 물론이고 흉년에 주린 배를 채워준 구황식물의 구실도 해왔다. 그러기에 소나무는 농경사회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생명자원이었다. 농경사회에서 소나무가 베푼 다양한 물질적 혜택은 우리 정신세계에까지 영향을 끼쳐 지조와 절조, 생명과 길지, 풍류와 안일과 같은 상징체계로 녹아들었다. 그래서 소나무는 우리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콘이 됐을 것이다.

그런 소나무를 상징적으로 가장 잘 나타내는 나무는 단연 정이품 소나무라 할 수 있다. 사방으로 뻗은 줄기의 형상이 어느 쪽에서 보든 마치 정규분포곡선처럼 아름다운 대칭을 이루면서 당당하게 자라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그 아름다움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불자(佛子)의 여부를 떠나, 한국인이면 누구나 세조 임금과 정이품송에 얽힌 이야기를 익히 안다. 세조가 법주사를 방문하고자 법주사 들머리에 당도했을 때 소나무가 제 스스로 처진 가지를 들어올려 임금의 가마를 무사히 지나가도록 했고, 그 것을 가상히 여긴 임금이 오늘날 장관급에 해당하는 정2품이라는 벼슬을 하사했다는 이야기는 우리 조상들이 나무를 인격체로 본 수목관의 결정체다.

그러나 소나무와 관련된 내용이 700여 회 이상 수록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조가 소나무한테 벼슬을 내렸다는 기록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정이품송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 사실처럼 믿고 싶어하는 나무(자연)와 인간의 돈독한 관계를 전하는 한 편의 설화인 셈이다.

법주사는 불법을 구하러 천축으로 건너가 경전을 얻어 귀국한 의신(義信)스님에 의해 553년(신라 진흥왕 14년)에 창건됐다. 법주사란 이름은 법(法)이 안주할 수 있는 탈속(脫俗)의 절이라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으로 가람의 건물 대부분이 불타버렸지만, 1624년 벽암스님에 의해 중창됐고, 1787년(정조 11년)에 23대 왕이 될 순조의 태를 인근 태봉에 안치하면서 태봉수직사찰이 됐다. 오늘날은 금산사와 함께 미륵신앙의 요람으로 특히 유명하다. 법주사 경내에는 팔상전(捌相殿·국보 55호), 쌍사자석등(雙獅子石燈·국보 5호), 석련지(石蓮池·국보 64호) 등의 국보와 사천왕석등(四天王石燈·보물 15호), 마애여래의상(磨崖如來倚像·보물 216호) 등의 중요 문화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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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우│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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