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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도시를 걷다

찬란한 건축 유산 앙상블 다시 볼 수 있을까

네팔 카트만두 계곡

  • 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찬란한 건축 유산 앙상블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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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 더르바르 광장, 파탄 박물관

Patan Durbar Square&Patan Museum

이번 지진 피해 이전에 남아 있던 구조는 랄릿푸르 왕국의 싯디 나라심하 말라(1620~1661)와 그의 아들 스리니바사 말라(1661~1685) 때 조성됐다. 파탄은 가장 오래된 불교도시인 동시에 힌두교와 불교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그 결과 55개의 주요 사원과 136개의 중정이 대부분 더르바르 광장 주변에 산재한다. 가히 네와르 건축의 보고(寶庫)라 하겠다.

옛 왕궁은 파탄 더르바르 광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원래는 7개의 초크(Chowk·안마당 또는 중정)가 있었는데, 1934년 지진으로 3개만 남았다. 왕궁 양쪽에는 힌두사원이 밀집해 있고, 북쪽에는 파탄 박물관이 있다. 원래는 불교사원이 있던 자리에 왕궁으로 지었으나 1934년 지진으로 폐허가 됐다. 이후 복구를 거쳐 네팔-오스트리아 협력으로 최초의 공공 박물관으로 개관했다고 한다.

주 출입문인 황금문 안으로 들어가면 중정 가운데에 케샤브 나라얀을 모시는 아주 작은 힌두 사원이 있다. 거기서 안으로 더 들어가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나오는데, 심포지엄 개회 행사를 여기서 하며 전통 네팔식 저녁식사를 했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다.



나는 우리나라 유산 답사를 아쉽지 않을 만큼 했다고 자부하는데, 광장에 이렇게 오래되고 정교한 목조 및 붉은 벽돌조 유산이 밀집한 것을 보고 좀 놀랐다. 아마도 이런 면이 네팔에 자꾸 오고 싶도록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숙소 발코니에서 매일 보던 황금사원도 알고 보니 기원전 1~2세기에 세워진 불교사원으로 중요 유적 중 하나였다.

파슈파티나트 힌두사원

Pashupatinath Temple

파탄에서 출발한 버스가 우리 일행을 내려준 곳은 카트만두 유일의 골프장 근처였다. 인적이 드문 산길 초입에서 벽돌집 공사 현장이 보였다. 마치 과거 한옥을 모방해 오늘날에 세우듯, 네와 건축을 모방해 전통 네와르 목조 창호를 다는 중이었다.

거리가 멀어 지름길을 택하다보니 산을 넘어야 했다. 산속 유적과 무수한 기도탑(Votive Stupa), 원숭이 떼를 뒤로하고 파슈파티나트 힌두 성지를 향했다. 사원에 도착할 무렵,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강변 화장장에서 유골 태우는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저물녘 노을과 어우러졌다. 이번 지진으로 수천 명이 사망한 탓에 아마도 이 화장장이 요즘 무척 붐비지 않을까, 우울한 생각이 든다.

파슈파티나트 사원은 카트만두에서 북동쪽으로 약 5km 떨어진 곳에 있는 힌두교 성지로 파슈파티를 봉헌한다. 파슈파티 또는 쉬리 파슈파티(Shree Pashupati)는 힌두교 시바신의 화신으로 ‘동물의 제신’이다. 파슈파티는 힌두 세계에서는 추앙받는데, 특히 네팔에서는 비공식적으로 국가신(神)으로 간주된다.

이곳은 네팔에서 가장 신성한 힌두 사원군(群)이자 대륙 최대 시바 성지 중 한 곳으로 사원, 아쉬람(Ashrams·일종의 암자), 신상(神像), 명문(銘文)이 집결해 있다. 신성한 바그마티 강 유역을 따라 수세기에 걸쳐 조성됐고 전체 면적은 264ha에 달한다.

중심 사원은 네팔식 탑(Nepalese Pagoda) 건축이다. 사면체 구조에 전통적 조각을 한 목조 서까래를 얹었고, 중층으로 된 지붕은 금도금 동판으로 덮여 있다. 건물은 방형 기단 위에 세웠는데, 하부에서 상부 황금 첨탑(Gajur, a gold pinnacle)까지의 높이가 23m가 넘는다고 한다. 주 출입구는 4곳인데 모두 은판으로 덮여 있다. 내부는 안팎의 두 가르바 그리아(Garbha Griha)라고 하는 성소(聖所)로 향하는데, 바깥쪽 개방된 복도를 지나면 가장 깊은 곳인 안쪽 가르바 그리아에 도달할 수 있다. 이곳에 성상(聖像)이 모셔져 있다. 그러나 성소에는 푸자르(Pujar·성직자)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가르바 그리아는 지성소(Holy of Holies) 또는 모태실(womb-chamber)이라는 의미다.

이런 구조는 꼭 힌두교에서만 사용된 공간 개념은 아니다. 이 지역의 불교 사원도 같은 개념의 공간으로 조성됐다. 안쪽 중심 공간에 석불이 안치된 경주 석굴암과 유사한 구조로 이해하면 된다. 5세기 때 지어진 원래 건물은 흰개미 피해로 훼손돼 부파틴드라 말라(1696~1722) 왕 때 현재의 형태로 완전히 새로 지었다고 한다.

찬란한 건축 유산 앙상블 다시 볼 수 있을까

500개가 넘는 사원과 기념물로 구성된 파슈파티나트 힌두 사원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박타푸르 더르바르 광장

Bhaktapur Durbar Square

영화 ‘리틀 붓다’에는 스와얌부나트나 부다나트 등 네팔의 다른 건축 유산도 나오지만 무엇보다도 사원이나 탑, 도자기 굽는 마을 등 박타푸르의 다채로운 풍경이 자주 등장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타푸르는 카트만두나 파탄에 비해 발전이 더딘 대신, 18세기 초반에 지어진 목조건물들이 화재 한 번 없이 그대로 보존되며 그 안에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1934년 지진에도 끄떡없었던 이 건물들이 이번 지진 참사에 내려앉았다.

박타푸르는 고대 네와르 왕국의 도시로 15세기 후반에서 1769년까지 말라 왕조의 수도였다. 마치 소라껍데기처럼 생겼으면서 ‘신앙 또는 헌신의 장소(Place of devotees)’라는 의미가 담긴 사원이나 목재·금속·석재 공예 등으로 문화의 보고라 일컬어졌다. 1974년 복원된 이래 독일의 지원을 받아 수리, 보존 및 유지 관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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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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