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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요리솜씨

식생활과 환경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제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의 감자해물부침

  • 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식생활과 환경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제

  • 《식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토종 식품, 제철 식품을 섭취하고, 유전자 조작 식품, 공해 오염 식품, 인스턴트 가공 식품을 피하는 것이다. 또 과식을 하지 않는 절제가 필요하다. 환경 오염과 현대인의 성인병은 모두 과잉 생산·소비에서 온다.》
총선시민연대 공동대표로 국민들에게 더욱 잘 알려진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51). 그는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하루 5시간 정도이던 수면시간도 최근에는 4시간 정도로 줄였다. 100일간에 이르는 총선시민연대 대장정을 끝내고도 그는 제대로 쉬지 않았다. 좀처럼 개인 시간을 내서 쉬지 않지만, 그나마 쉴 때도 주변 사람을 즐겁게 하는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힘겨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야 요리가 노동이겠지만, 그에게는 그야말로 기쁨이다. 즐겁게 먹어줄 사람을 생각하면 이 기쁨은 두배로 커진다. 누군가 그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는 주저않고 ‘요리’라고 대답한다.

‘부처님 오신날’이던 5월11일 그는 환경운동연합과 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서울 안국동 ‘철학마당 느티나무’카페에 이번 총선 기간에 총선시민연대에서 같이 고생한 실무자를 불러 모았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의 요리 솜씨를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공휴일인 이날 최열 사무총장의 요리를 잔뜩 기대하고 모여든 사람은 의외로 많아 10명이 넘었다. 이렇게 많아서는 웬만큼 만들더라도 맛도 못 볼 것 같았다. 그는 적어도 이들에게는 일등 요리사로 통하는 것 같았다.

요즘에는 워낙 바빠 앞치마를 두를 기회가 없지만, 1982년 4월6일 서울 혜화동 로터리에서 5공 최초의 재야 단체인 공해문제연구소를 열 때만 해도 그는 요리할 기회가 많았다. 그 해 3월 결혼했는데, 서울 한강변 이촌동 신혼집에 이틀이 멀다 하고 선후배를 몰고 갔다고 한다. 마침 82년 4월1일부터 야간통행금지가 풀렸던 터라 그의 집에는 적게는 네댓명, 많게는 스무명까지 손님이 들끓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최열의 신혼집을 ‘강변장 호텔’로 불렀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최열의 친구들은 거개가 가난하고 당국에 쫓기는 재야 인사였다. 그는 이들을 위해 음식을 해먹이고, 속옷도 몇십벌씩 준비해 놓았다가 묵고 갈 때마다 갈아 입혔다고 한다. 이 무렵 그의 요리 실력은 부쩍 늘었다.

식생활과 환경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제
여러 요리에 능하지만 그가 가장 즐기는 것은 감자 요리다. 물론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감자 요리다. 감자는 비타민 C가 많고 몇 안되는 알칼리성 식품이다. 그는 감자가 산성화된 현대인의 체질을 중화하는데 알맞은 식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그가 한 요리는 감자해물부침이었다. 이 요리는 69년 강원대 농화학과 재학 시절, 친구들과 MT를 가서 처음 개발한 것이다. 당시에는 찰기를 보충하기 위해 감자를 갈아 밀가루를 조금 섞었는데, 지금은 아예 밀가루를 쓰지 않는다. 감자만 갈아 넣어서 전혀 찰기가 없는데 어떻게 부침이 되느냐고 물으니 그것이 기술이란다. 재료는 감자와 양파, 물오징어, 조개, 새우살, 표고버섯, 풋고추다.

요리에는 섞여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재료가 있고, 길항작용 때문에 같이 넣으면 안되는 재료가 있다. 그는 오징어, 조개류와 감자, 양파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궁합이 잘 맞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같은 바다 식품이라도 생선은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열의 해물감자부침이 시중에서 파는 감자 부침과 다른 점은 밀가루를 전혀 쓰지 않고 100% 감자만 갈아 부친다는 점이다. 양파를 강판에 갈아 넣는 점도 색다르다. 그만큼 맛도 다르다.

식생활과 환경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제
그는 군대 시절에도 취사반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1971년 박정희 정권의 군사 교육 강화 방침에 맞서 교련 반대 시위를 하다가 전국 26개 대학 시위 주동자 174명과 함께 제적된 후 강제 입영했다. 그가 근무한 부대는 백골사단이라 불리는 육군 3사단으로 보직은 휴전선 철책 소총수였다. 30년 전 전방 부대라 갖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의 부대원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불만은 음식이었다. 군대 ‘짬밥’이 영 맛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여기서 실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대학 시절부터 요리사로 소문이 났던 터라, 혈기 왕성한 군인들의 입맛을 맞추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 때 주로 만든 요리는 꽁치에 김치, 양파, 풋고추를 썰어넣고, 감자를 갈아 넣어 끓인 꽁치 찌개였다. 영하 30도까지 떨어지는 야간에 철책 근무를 하고 돌아오는 병사들에게 뜨거운 김이 무럭무럭 나는 이 찌개는 그야말로 눈물나는 음식이었다. 부대원 사이에서 그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했다. 당시 전방 부대 소총수들은 거개가 국졸 수준이었다고 한다. 꽁치 찌개로 인기를 끈 청년 최열은 이들에게 한말의 의병 운동, 농민운동 이야기를 하며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주었다고 한다.

최열 요리의 특징은, 조리가 끝날 때쯤 마늘을 듬뿍 넣는다는 점이다. 국, 찌개, 무침, 부침, 조림 할 것 없이 그는 모든 요리에 마늘을 넉넉히 넣는다. 마늘의 효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정력에 좋고 살균 작용과 항암 작용을 하는 식품이다. 그는 또 맨마지막에 술을 조금씩 넣는다. 술을 넣느냐의 여부에 따라 맛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그는 군대 시절에는 막걸리를 조금 넣었고, 요즘에는 와인이나 위스키를 쓰고 있다. 화학조미료를 아예 쓰지 않는 점도 최열 요리의 특징이다. 그는 20년이 넘도록 조리할 때 화학조미료는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감자해물부침에 소금을 치면서, 그 소금은 화학조미료가 든 소금이 아니라, 천일염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현대인들은 여러가지 재료를 한데 섞어 잡탕을 만들거나, 자극적인 음식과 화학 조미료를 많이 씁니다. 그러다보니 미각이 무뎌지지요.”

식생활과 환경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제
그에게는 환경운동가다운 네가지 식생활 철학이 있다. 첫째는 제 땅에서 난 식품일 것. 오랫동안 우리 땅에서 살아남은 식품이야말로 우리 몸에 가장 맞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제 철 음식일 것. 사람이 생체 리듬을 가지고 있듯이 식품도 리듬을 갖고 있으며, 여기에 맞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인들은 딸기를 겨울에, 수박과 참외를 봄에 먹는 등 항상 제철을 앞질러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셋째는 오염된 식품을 먹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개인이 오염된 식품을 피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정부가 오염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마지막 원칙은 인스턴트 식품과 가공 식품을 되도록 적게 먹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음식을 즐기는 요즘 젊은이들의 식생활이야말로 병을 부르는 근원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바로 ‘절제’였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제입니다. 공해가 발생하는 것도, 자연이 가지고 있는 자기 정화 능력보다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의 병도 자기 필요량보다 음식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冬

신동아 2000년 6월 호

최영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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