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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요리

“사람을 사랑하려면 그 사람의 속을 만족시켜야”

중앙인사위원회 김광웅 위원장의 이태리 쌀요리 리소토

  • 글·최영재기자

“사람을 사랑하려면 그 사람의 속을 만족시켜야”

  • 김위원장이 음식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어머니와 아내 때문이다. 두 사람은 모두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가족을 즐겁게 할 줄 알았다. 김위원장은 어머니가 어릴적부터 “사람을 사랑하려면 그 사람의 속을 만족시켜야 하고 그중의 하나가 음식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있다.
중앙인사위원회 김광웅 위원장은 정부의 장관급 인사 가운데 가장 관료 냄새가 나지 않는 관료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행정학 교수였다. 그래서 정부에서 일한지 1년 반 남짓 되었는데도 전화를 걸거나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직도 “김선생님” 아니면 “김교수님”이다. 김위원장 자신도 이 호칭을 ‘위원장’ 호칭보다 훨씬 좋아한다.

그는 분명 딱딱한 공직 사회에 상쾌한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건국 이후 처음 생긴 중앙인사위는 공무원이 국민에 대한 행정서비스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연구하고, 여기에 선진국 모형을 조심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가장 획기적인 조치는 민간 전문가를 공직에 임용하는 개방형 임용제다.

그가 추진하는 새바람은 중앙인사위의 직장 분위기만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공직으로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비서실장 자리를 없앴다. 통상 장관급 부서장에는 스케줄 관리를 맡는 서기관급 비서실장이 있다. “내가 뭐 하는 일이 많다고.” 그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김위원장은 비서실장 대신에 정책담당관이라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일’을 하게 했다. 자신을 보좌하는 인력은 줄인 대신 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그만큼 늘어났다. 예산에 책정된 사무실 그림 구입비 400만원으로 갤러리 현대에서 그림 14점을 임대해 벽에 걸어 사무실 분위기를 화랑처럼 바꾸었다.

하급 직원과 여직원에 대한 처우는 그가 특별히 챙기는 분야이다. 그래서인지 ‘중앙인사위원회는 여성들의 천국’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그는 여직원들이 내는 육아휴직을 서슴지 않고 받아들였다. 오히려 “아기가 크는데는 엄마 역할이 중요하다”며 해당 여직원을 다독거렸다고 한다.

그의 취향은 지난 해 망년회에서도 드러났다. 중앙인사위는 종로구 사직동에 있는 화랑인 ‘갤러리 소호’에서 망년회를 가졌다. 그림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는 인근 대중 음식점에서 주문한 조촐한 음식으로 대체했다. 술은 포도주였다.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망년회를 지양한 것이다. 이 망년회처럼 그는 직원들과 식사를 할 때도 항상 그림과 음악이 있는 곳을 찾는다.

10월7일 금요일 오후, 그가 직원들에게 대접할 요리를 만들기 위해 청와대 앞에 있는 ‘더 레스토랑’주방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식당은 그의 단골집인데 레스토랑과 화랑이 한데 붙어 있어, 식사를 하면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그가 만든 요리는 이태리 음식 리소토였다. 이 요리는 한국식으로 치면 일종의 죽요리다.

요리 방법은 이렇다. 재료는 오징어, 주꾸미, 새우, 바지락, 광어살, 농어살, 연어살, 바다가재, 쌀 등이다. 먼저 해산물을 손질한다. 생새우는 껍질을 벗기고, 바다가재는 지느러미를 가위로 자른 뒤 딱딱한 껍질이 있는 등쪽을 식칼로 긴 방향으로 쪼갠다. 그리고 살을 발라낸다. 이 때 완전히 발라내지는 않고, 껍질에 약간 매달릴 정도로 남겨둔다. 바다가재 껍질은 완성품을 낼 때도 형태를 유지해서 살에 붙여둔다. 광어살은 껍질을 벗겨낸 뒤, 깍두기보다 조금 큰 덩어리로 썬다. 농어살은 껍질을 벗기지 않고 같은 모양으로 자른다. 연어살도 마찬가지다.

다음은 올리브 기름을 프라이팬에 약간 붓고, 말린 붉은 고추와 납작납작 썬 마늘을 살짝 볶는다. 여기에 생선국물을 붓는다. 생선국물은 생선뼈와 대가리를 우려서 미리 준비해 놓는다. 생선국물이 뜨거워지면, 손질된 해산물을 넣어 삶는다. 국물이 졸면서 해산물이 익으면 건져내고 따로 따뜻하게 보관한다. 그 뒤, 졸다 남은 국물에 설익은 밥과 토마토소스를 넣어 한데 섞어 완전히 익힌다.

토마토소스 만드는 법은 이렇다. 토마토 형태가 남아있는 토마토캔을 사서 재료를 으깬다. 다음 양파와 샐러리를 갈아서 올리브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에 볶다가, 숨이 죽으면 으깬 토마토를 넣고 은근한 불로 졸이면 된다. 완성되면 향신료 ‘바질’을 조금 넣어 식혀 둔다. 요리가 끝나면 토마토소스밥을 접시에 먼저 담는다. 그리고 여기에 소금후추와 간이 된 가루치즈를 약간 뿌린다. 간을 하면 익혀둔 해물을 밥 위에 올린다. 얹는 요령은 비싼 재료인 바다가재를 눈에 띄게 맨 위에 올리는 것이다.

김위원장이 음식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어머니와 부인 영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두 사람은 다 가정학을 전공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가족을 즐겁게 할 줄 알았다.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의 어머니는 이화여대 가사과 1회 졸업생이고, 부인은 숙명여대 가정과 출신이다. 김위원장은 어머니가 어릴적부터 “남편이나 남을 사랑하려면 그 사람의 속을 만족시켜야 하고 그 중의 하나가 음식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부인도 어디 가서 한번 음식을 먹고 나면 소스를 포함해서 그 음식을 집에서 재현해 낸다고 한다.

김위원장은 요즘도 아침에 북어국, 감자국을 끓여 먹고 나올 정도로 음식 만들기를 즐긴다. 유학 때나 교환교수로 미국에 혼자 나가 있을 때 레인보 트라우트를 사다가 민물생선 매운탕을 끓여 먹던 실력을 여지껏 유지하고 있다. 그가 부엌과 가까이 지내는 버릇은 매우 어릴적부터 생겼다. 다섯살 무렵의 일이다. 당시 어머니가 장어요리를 하려 하는데 펄펄 뛰는 장어가 도마 위에서 옆으로 튀니까, 보고 있다가 손으로 짚어 드렸던 기억이 난다는 것이다. 요리에 관한 한 상당히 수준급이지만 그는 스스로는 아직도 아마추어라고 하면서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물론, 만드는 순서를 익히려고 노력한다.그는 남자도 음식으로부터 결코 벗어나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의 음식 철학 첫번째는 부엌에 자주 드나들며 설겆이부터 익숙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집에 있을 때 싱크대 개수대에 있는 그릇을 그냥 놔두지 못하고 항상 씻는 버릇이 있다.

그의 두번째 음식 철학은 기미(器味)다. 그릇의 모양과 색깔이 음식과 어울려야 더욱 맛이 난다는 것이다. 단골 음식점의 경우, 음식을 주문하면 주인이 그가 좋아하는 그릇에다가 음식을 내올 정도다.

세번째는 음악, 그림과 함께 음식을 즐긴다는 점이다. 그는 음식도 하나의 예술이므로 그림, 음악과 함께 어울리면 더더욱 좋다고 강조한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초빙교수로 가 있을 때는 에반스턴의 대학촌 어느 음식점을 즐겨 찾았다고 한다. 저녁 8시가 되면 웨이트리스들이 오페라의 가곡을 불렀기 때문이란다. 이 종업원들은 모두 음악대학 학생이었고, 음식점 이름도 ‘베르디와 푸치니’였다.

신동아 2000년 11월 호

글·최영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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