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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와인③

비욘디 산티 vs 솔데라

생명력 탁월한 숙성 와인 vs 자연이 키운 순수 와인

  • 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비욘디 산티 vs 솔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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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와인은 맛이 감미롭지만 숙성 면에서 프랑스 와인에 밀린다는 평이 있었다. 비욘디 산티는 100년 전부터 이탈리아 와인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온 가문이다. 솔데라는 1972년 이후 비욘디 산티를 벤치마킹하고 자연주의 원칙을 고수, 30여 년 만에 ‘최고 와인’ 명성을 얻은 신흥 와인 명가다.
비욘디 산티 vs 솔데라
프랑스 와인의 명품화를 지켜보는 이탈리아 양조장의 분위기는 어둡다. ‘원조’를 따지자면 프랑스보다 이탈리아가 훌쩍 앞서건만 ‘와인의 종주국’이니 ‘최고급 와인’이니 하는 미사여구는 죄다 프랑스 차지니 말이다. 프랑스에 보르도와 부르고뉴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있다. 작고 후진 마을이었지만, 육종과 재배, 양조에 쏟아 부은 한 집안의 남다른 정성 덕분에 몬탈치노는 와인 애호가들이 꼭 한 번 들러야 하는 행선지가 됐다.

이탈리아는 1963년에 원산지 규정을 제정했다. 프랑스의 1932년보다 한참 뒤진다. 성문법이 잘 짜여 있기로 이름난 나라라서 그런지 규정을 만드는 데도 무수한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로마의 후예는 저력을 발휘한다. 1980년 마침내 국가에서 마련한 심사에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최고 등급에 올랐다. 애호가들이 잘 아는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 바롤로, 바르바레스코와 더불어.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오늘날 프랑스 포이약이나 생테밀리옹처럼 단위 마을에서 생산되는 고급 와인이다. 하지만 그 이름이 단순히 마을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크게 외연하여 이탈리아 고급 와인의 대명사가 됐다. 그 기틀을 마련한 이가 있는데, 생명력이 탁월한 장기 숙성형 와인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쳤다. 종래의 이탈리아 와인은 맛이 감미롭지만 몇 년 지나면 별로라는 게 일반적인 평이었다. 비욘디 산티 가문은 브루넬로 품종을 이용, 이탈리아도 프랑스 못지않게 숙성이 뛰어난 와인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비욘디 산티 vs 솔데라

비욘디 산티(왼쪽),솔데라.

비욘디 산티가 낳고, 솔데라가 키우고

비욘디 산티가 브루넬로를 잉태했다면, 브루넬로를 최고급 반열에 올려놓은 건 솔데라다. 비욘디 산티의 긴 역사에 비할 수 없지만, 품질과 가격 면에선 절대 뒤지지 않는 솔데라에선 맑고 고운 향기가 난다.

비욘디 산티(Biondi-Santi)는 의심할 여지없는 이탈리아의 국보급 양조장이다. 대를 이어 와인 양조에 매진, 토스카나의 자그마한 마을 몬탈치노(Montalcino)를 이탈리아 와인의 중심에 놓았다. 비욘디 산티의 할아버지 페루치오(Ferruccio)가 육종에 성공한 브루넬로는 산지오베제의 변종으로, 위대한 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를 만든다.

비욘디 산티 가문은 브루넬로의 비밀을 독점하지 않았다. 주위 농부들과 품종을 나누었다. 양조 시범도 선보였다. 평범한 와인이 아니라 특별한 와인을 만들도록 일일이 돌보았다. 가문이 처음으로 병에 담은 1888년 와인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최초 빈티지다. 마을 사람들은 이 가문의 장손인 프랑코 비욘디 산티(Franco Biondi-Santi)를 존경한다. 나라에서 가장 큰 와인 행사 비니탈리(Vinitaly)에 그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그에게 예를 갖추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비욘디 산티의 명성은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됐지만, 프랑코 없이 이만큼 명성을 높일 수 있었을까? 90세를 바라보는 그는 요즘도 종종 자신의 빈티지를 잊을 정도로 일에 열중한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양조한 브루넬로의 최초 빈티지 1888을 지금껏 잘 보관하고 있다. 그는 단순히 선대의 유산을 잘 지켜낸 보수적인 인물이 아니다. 불굴의 투지로 무장, 불의에 대항하며 대의를 위해 희생하는 마을의 대표이기도 했다.

“어느 누가 103세 와인만큼 건장할까?”

상상해보라. 오늘날 몬탈치노 마을에 대규모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섰다면, 굴뚝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면, 매일같이 대형 덤프트럭 수십 대가 마을의 좁다란 길을 타고 들고난다면, 과연 몬탈치노가 이탈리아 와인의 중심지가 될 수 있겠는가? 프랑코는 정치인들의 연합에 과감히 맞서 결국 승리했다. 회유와 위협에 시달렸지만, 자연 친화적 포도밭이라야 와인의 생명이 보장된다고 끈질기게 설득해 소각장 설립 계획을 무산시켰다.

폐쇄 위기에 몰린 산탄티모 수도원도 슬기롭게 보호했다. 수도원은 몬탈치노 마을 남쪽의 카스텔누오보 델라바테(Castelnuovo dell‘Abate)에 있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둥근 모양의 수도원은 바라보기만 해도 안식을 얻을 정도로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몬탈치노 여행에서 이 수도원 바라보기를 빼면 영적인 감흥이 빠진다고 말할 수 있다. 미사가 없더라도 의자에 앉아 울려 퍼지는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노라면 여정의 고단함은 눈 녹듯 사라지고 정신이 맑게 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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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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