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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와인 ⑤

스위트와인 라이벌 샤토 디켐 VS 에곤 뮬러

썩은 포도알에서 나온 ‘황금액체’ vs 독일 스위트와인의 귀공자

  • 조정용│와인평론가 고려대 강사 cliffcho@hanmail.net│

스위트와인 라이벌 샤토 디켐 VS 에곤 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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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맛은 피할 수 없는 유혹이다. 팜 파탈과 같은 존재다. 그런 유혹을 지닌 스위트와인 중에서 최고는 단연 ‘귀부(貴腐) 와인’이다. 샤토 디켐은 프랑스를, 에곤 뮬러는 독일을 대표하는 귀부 와인이다.
스위트와인 라이벌 샤토 디켐 VS 에곤 뮬러
귀부 와인은 말 그대로 ‘귀하게 부패한’ 포도알을 재료로 만든다. 그런데 귀하게 부패했다는 게 무슨 뜻일까. 귀부 와인은 알이 꽉 찬 포도로 만들지 않고 쭈글쭈글해진 포도로 만들어 그 모양이 볼품없다. 그 이유는 ‘보트리티스 시네레아(Botrytis cinerea·잿빛곰팡이균)’라는 곰팡이가 포도알의 수분을 빼앗기 때문이다. 균의 작용으로 당분만 남은 포도알 에서는 벌꿀 같은 향취가 나며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맛이 나기 때문에 ‘귀하게 부패한다’고 표현한다. 귀부 와인은 이런 포도알을 고르고 골라 만든 와인이다.

귀부 와인의 메카는 소테른(Sauternes)이다. 소테른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남쪽에 위치한 마을이며, 가론 강가에서 가깝다. 귀부 곰팡이는 강가에서 발생하는 물안개에 의해 확산된다. 귀부 곰팡이가 바람을 타고 소테른 포도밭까지 날아온다. 그리고 포도알에 내려앉아 곧 껍질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곰팡이의 작용으로 연해진 껍질에 아침 태양이 내리쬐면 껍질 사이가 벌어지며 그 틈으로 수분이 빠져나온다.

스위트와인 라이벌 샤토 디켐 VS 에곤 뮬러

샤토 디켐.(왼쪽)에곤 뮬러.

소테른 와인의 양조상 특징은 엄청나게 많은 당분에 있다. 다른 와인보다 당분이 훨씬 많기 때문에 발효가 더디다. 효모가 발효하다가 당분이 너무 많아 더 이상 발효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발효가 끝나면 양조통에 당분이 남지 않지만, 소테른의 양조통에는 발효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당분이 남아 있다. 이게 바로 단맛이 나는 이유다. 발효를 마친 와인은 새로운 오크통에서 2년 이상 숙성시키고, 병에 담은 다음에는 지하 셀러에 저장한다. 추수하고 대략 3년 이상 지나야 소테른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귀부 와인의 대표, 샤토 디켐

소테른 중에서 가장 훌륭한 와인은 샤토 디켐이다. 디켐의 명성은 이미 수세기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폴레옹 3세는 소테른 와인의 등급을 메독과는 별도로 정했다. 소테른도 메독처럼 1855년에 등급이 매겨졌는데, 디켐만이 유일하게 특급 와인으로 지정됐다.

디켐의 포도밭 면적은 약 100ha다. 이는 대략 1㎢의 면적이다. 포도밭의 80%에는 세미용을 심고, 나머지 20%의 땅에는 소비뇽 블랑을 심는다. 소테른에서는 제철이 한참 지난 시기에 늦은 수확을 한다. 모든 수확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한다. 세미용을 추수할 때에는 곰팡이 작용이 심화된 송이만을 고른다. 오랜 기간 농익은 포도송이만을 일일이 골라야 하므로 포도밭에는 일꾼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포도를 수확하는 데 보통 6주 정도 걸린다. 그들은 매일 밭에 나가 잘 익은 송이를 골라낸다. 도중에 비가 오면 작업을 멈추고 갤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하기도 한다.

와인 한 병에 5만5800달러

디켐은 소테른 와인 중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다. 그 이유는 첫째 양조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새로운 오크통에서 3년 내지 3년 반 동안 숙성시키고, 병입하고 다시 1년을 지하 셀러에 저장하는 등 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또 3개월마다 통을 갈아주는 래킹을 하기 때문에 새로운 오크통이 추가로 필요하다. 그게 모두 돈이다. 2009년에 수확한 포도는 2015년이 되어야 비로소 와인으로 출시된다. 약 6년이 걸린다. 둘째 포도의 농축된 맛을 얻기 위해 가지치기를 많이 한다. 그래서 소출이 아주 적다. 포도 수확 비율이 일반 보르도 레드와인에 사용되는 포도의 10%에 불과하다. 대략 포도나무 한그루에서 한 잔 정도만 생산될 뿐이다. 그런 이유로 ‘황금 액체’라고도 불린다.

2004년 5월 뉴욕 와인 경매에서는 뤼 살뤼스(Lur Saluces) 백작이 직접 출품한 디켐이 단연 화제였다. 샤토 지하 셀러에서 100년 이상 기다려왔던 1899년 빈티지를 포함해 20세기 대표적인 빈티지들이 출품됐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곳에 저장됐던 와인이라 경쟁이 치열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예상대로 1899년 빈티지는 한 병에 무려 5265달러에 낙찰됐다. 그리고 진귀한 맛과 향으로 유명한 1934년 빈티지 한 병은 5148달러에 팔렸다. 이날 경매에서는 출품된 40품목이 전부 낙찰될 정도로 화젯거리였다. 디켐은 경매 역사상 최고가 화이트와인의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디켐 1784년 한 병이 그 주인공이다. 낙찰가는 5만5800달러였다. 소장자가 토머스 제퍼슨 전 미국 대통령일 것이라는 추정에 힘입어 높은 가격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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