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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막걸리 교실 ③

폭탄주? 몸이 안 받으면 가슴으로 받는다!

직업별로 본 술문화

  • 허시명| 술 평론가 sultour@naver.com |

폭탄주? 몸이 안 받으면 가슴으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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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깨나 쓰는 건설업 종사자들은 대표적 술꾼이다.
  • 그러나 샌님 같아 보이는 금융권 사람들 앞에선 족탈불급이다.
  • 같은 금융권 주당(酒黨)이라도 증권맨이 은행원을 압도한다.
  • 왜 그럴까?
폭탄주? 몸이 안 받으면 가슴으로 받는다!
시인과 소설가 중에 누가 술을 더 잘 마실까. 소설가 김종광씨에게 물어보았다. 단연 시인이라고 답한다. 술을 마시면 영감을 얻을 수 있고, 그 영감이 글 쓰는 데 힘이 되기도 하는 건 시나 소설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소설가는 영감만으로 달리기에는 분량이 장거리여서 술을 많이 마시면 작업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시를 쓰고 나면 마음이 고단하고, 소설을 쓰고 나면 몸이 고단해서 술을 마시는 건 아닐까.

목수와 은행원을 견주면 누가 술을 더 잘 마실까. 왜 뜬금없이 목수와 은행원을 비교하느냐고? 내가 막걸리학교를 운영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직업군이 건축업과 금융권 종사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두 부류의 직업군 종사자들은 막걸리학교 6기가 진행되도록 기수마다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건축업 종사자들은 육체노동을 주로 해서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술을 가까이 두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 곁들이는 술은 작업에 방해되지 않는 도수 낮은 술이다. 이른바 농부들이 새참으로 마시던 술과 닮았다.

물론 건축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전문분야에 따라 술 마시는 양상이 또 다르다. 힘을 많이 쓰는 철근공은 소주를 선호하는 편인데, 작업할 때는 맥주를 좋아한다. 철근공은 기둥을 세우거나 바닥의 철근 구조물을 설치하는 일을 하는데, 대개 그늘 없는 뙤약볕 아래에서 작업을 한다. 자연 땀을 많이 흘린다. 그래서 일하는 중에는 갈증을 푸는 맥주를 찾는다.

반면 실내 작업이 많은 목수들은 막걸리를 좋아한다. 아침 일찍 출근길에 막걸리 두 통을 가방에 담아 와서 오전 오후 한 통씩 비우면 피로도 풀리고 힘도 솟는단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인테리어 종사자, 바이올린 만드는 악기장, 무대 설치 디자이너, 건축회사 비서 등 건축계 사람들이 막걸리학교를 찾아오는 것이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금융권이 ‘말술’인 까닭

폭탄주? 몸이 안 받으면 가슴으로 받는다!

같은 술꾼이라도 직업에 따라, 같은 직업이라도 전문분야에 따라 주량과 주법이 미묘하게 다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건축계 사람들을 능가하는 술꾼 집단이 은행원이다. 이들은 마치 잘 훈련된 병사들처럼 술 앞에서 호전성을 발휘한다. 일전에 한 투자증권회사 연수원에서 강연을 하다가 설문조사를 해봤다. 지점장급 130명 정도가 모인 자리였는데, 그들 중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2명만이 손을 들었다. 폭탄주는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가 ‘말’ 줄 안다고 했다. 이곳에는 금주하는 종교인도 없고, 한 잔 술에 얼굴이 발개지고 숨이 가빠지는 사람도 없단 말인가. 나로서는 신통할 따름이었다.

오히려 궁금한 것은 술을 안 마신다는 두 사람이었다. 그 둘에게 술을 마시지 않고도 지점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어봤다. 한 사람은 그 전 해에 심장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일찍이 시인 조지훈이 주도 18단을 나누면서 최상급으로 분류한 주도 8단, 다시 말해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 수 없는 관주(觀酒)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었다. 다른 한 사람은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로 다른 이에게 멘토 노릇을 잘하는, 언변이 좋은 인물이었다. 연수원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직원에 따르면 뭇사람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이었는데, 아주 잠깐 만났는데도 자신에게 기분 좋은 말 한 마디를 건네더라는 것이다. 굳이 술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풀어나갈 줄 아는, 나름의 탁월한 처세술을 지닌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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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 술 평론가 sultour@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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