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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 우울증을 다스리는 지혜

  • 일러스트·박진영

‘마음의 감기’ 우울증을 다스리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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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감기’ 우울증을 다스리는 지혜
우리는 “아…우울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입에 달고 다닐 정도는 아니라 해도 곰곰이 돌이켜보면 “인생은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러워”라는 말보다는 “늘 우울하지, 그리고 지금 내 삶에 만족하지 못해”라는 말을 하는 빈도가 훨씬 높을 것이다.

만일 ‘나는 그렇지 않다’는 독자라면 지금부터 나올 글을 읽지 말고 넘어가시길. 당신을 위한 다른 알찬 내용이 이 잡지엔 더 많으니까. 인간의 감정을 일직선 위의 스펙트럼에 놓는다고 치면 우울이나 행복, 어느 한 쪽도 느끼지 않는 절대 중용의 자리에 있는 시간보다는 아무래도 우울함 쪽에 조금은 치우친 시간이 더 긴 것이 보통 사람들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대개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삶이 각박해지고 팍팍해지면서 사람들 사이에 정(情)이 없어지고 개인화해 세상은 우울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라고 말을 받는다.

인간의 감정은 당연히 세상의 변화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우울해지고 비관적인 전망에 치우쳐 생각하는 이유가 꼭 세상이 팍팍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바로 생존을 위한 인간 본성의 일면이기 때문이다.

두뇌의 앞부분을 차지하는 전두엽은 두뇌기관 중 가장 늦게 발달한다.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자에 겨우 2%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가까운 존재다. 그런데 전두엽만큼은 크게 차이가 난다. 침팬지의 뇌에서 전두엽이 차지하는 비중이 9%인 데 비해 인간은 30%나 된다. 그만큼 인간이란 존재를 규정하는 데 전두엽이 차지하는 몫은 크다.

전두엽은 추상적 사고, 유연성, 언어의 유창함, 충동의 억제, 주의력의 유지 등 인간 특성이라 할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간을 위험에서 지키기 위해 현재 자기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무엇인지 감지하고, 그 의미를 판단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평가할 때 전두엽은 기본적으로 일단 ‘위험’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그렇지 않은 경향보다 강하다. 위험한 것으로 판단했다가 그렇지 않다고 밝혀질 경우 안도의 한숨만 내쉬면 그만이지만, 위험한 것을 안전한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어떤 일이 벌어지면 일단 위험한 것으로 간주하고 나중에 경계를 푸는 훈련을 오래도록 해왔다. 그것은 인간이 나무 위에서 내려와 살아가기 시작한 이후 수백만번 반복한 공습경보 훈련인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매우 안전한 세상을 살고 있는데도 세상을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칭찬하기보다 비판하고, 안심하기보다 경계하도록 유전자는 명령하고 있다.

그런 경계의 버릇이 반복되다보면 사람에 따라서는 경계하고 비판하는 데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게 된다. 마치 지나친 국방비 지출로 국력이 소모돼 나라가 망해가는 것과 같이 차차 지치고 위축되고 방어적인 사람이 돼간다. 바로 그것이 우울함의 모태다. 이런 우울함의 씨앗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 겉으로는 행복하고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도 우울증으로부터 완전 ‘열외’는 아니라는 게 무서운 사실이다.

인간은 비판적인 동물이니까 우울증에 걸리는 걸까? 그렇다면 ‘투덜이 스머프’들부터 우울증에 걸리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울증이 생기는 원인에 대한 설명은 많다. 설명이 많다는 것은 뾰족하게 딱 떨어지는 답이 없다는 말도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사회·생물학·심리적으로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백화점식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울해지기 시작하는 실마리는 좌절이다. 반복적 좌절, 그리고 지금은 힘들더라도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추산이 나오지 않을 때 더 이상 힘을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린다. 그러고는 우울해진다. 이렇게 좌절을 의식하고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고 의식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해 억제하는 경우도 있다.

좌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내가 하고자 했던, 가고자 했던 이상(ideal)과 지금 내가 서 있는 현실 사이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서 더 이상 메울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 올 때, 마치 옆방에 있다가 불쑥 나타나듯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괜찮을 줄 알았다. 지금 이 순간만 넘기면 이 정도 뒤떨어진 것은, 이 정도 멀어 보이는 것은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여러 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그런데 양껏 원한 만큼 결과가 돌아오지 않는다.

스스로 돌보는 자를 돌본다는데, 왜 세상이 나를 몰라주는 것인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지쳐서 이제는 다시 시작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외곽에서 경계병의 임무를 다하던 우울함은 어느덧 마음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그 사람의 생각, 감정의 중심 필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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