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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주의 삶

  • 문보영 시인

위주의 삶

나는 당신을 위주로 생각한다 목성을 위주로 도는 유로파는 목성을 위주로 생각한다 벗어나고 싶을 때 가장 늦게오는 것 위주로 도는 하루를 생각한다 부은 발을 주무른다발끝을 벽 앞까지 밀었다가 당겼다 하루를 유예하면서 하루를 돌았다 도달하려는 마음 없이 밀어낸다는 마음 없이 돌고 있다 얕게 돌면서 얕은 우주를 생각한다 발목만 적시며유로파는 목성을 위주로 아프다 목성을 잊을 때까지 돌며자리에 없는 사람을 위주로 돌던 순간을 생각한다 목만 돌아가는 인형처럼 웃고 있는 우주다 우주를 떠올리면 오천년이나 그 직전과 직후가 떠오른다 멀리 있는 별을 도는 별을생각한다 살아볼 수 없는 날짜를 일기에 적으며 글자들이글자 위주로 도는 일기를 쓴다 돌고 있어서 동그래진다 인형의 왼쪽 얼굴이 오른쪽 얼굴에 도달하기 위해 돌고 있다귀 끝에서 귀 끝까지 웃으며 목이 새파래진다 먼 곳에서 편지를 받았다 궤도가 없는 편지다 글자 하나하나가 둥근 담벼락이었다 벌레가 부드럽게 다른 벌레의 등을 넘어간다 앞으로 조금씩 밀어내며 지나간 벽은 뒤에 세워두고 돌고 있다 뒤에 두고 온 것들을 등으로 밀며 앞으로 간다


문보영
● 1992년 제주 출생
●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 당선
● 2017년 제36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 시집 ‘책기둥’, 산문집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출간




신동아 2019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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