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호

시마당

미안, 엄마

  • 이우성

    입력2016-04-25 11:43: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미안, 엄마



    엄마는 안경을 벗어 내 얼굴에 씌워주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

    다 엄마의 날씨는 어떤 것일까

    역광이죠 모르는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엄마는 내 손을



    잡고 멈추었다 까맣게 먼 숲의 입구였다

    모자를 벗고 아이들이 걸음을 늦춘다 엄숙함을 처음 경험

    했을 때 나는 누가 보고 있었을까 아이들은 비를 막고 녹아서

    사라졌다 어디 가려고 내 수트가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엄마가

    물었다 엄마는 여러 개의 방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어둠이

    꽉 찬 방에서 한 명의 승객을 태운 버스가 숲으로 들어간다

    운명인 것 같아 내가 버릇처럼 말하면 다음 날은 비가 온다

    여자친구가 죽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엄마는 내가 본 것이

    가짜라고 말했다 엄마는 내 앞에 있었고 나는 카스테라를 침

    으로 녹이며 겨우 여섯 살이었다

    엄마의 하늘은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엄마가 있는 아이

    도 비를 맞는다

    이우성
    ● 1980년 서울 출생
    ●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 시집 ‘나는 미남이 사는 나라에서 왔어’




    시마당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