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호

제45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 입력2009-11-04 1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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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 논픽션 공모가 올해로 45회를 맞았다. 올해 응모작은 38편이었다. 응모작 중 과거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거나 지나온 삶을 현재와 연결지어 드러내지 못한 작품을 예심에서 걸러냈다. 7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는데, 3명의 본심 심사위원이 이 작품들을 검토했으며 9월29일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6층 대회의실에서 당선작을 골랐다. 올해는 최우수작을 선정하지 못했다. 유희인씨의 ‘차고 나면 기우는 달’과 이리사씨의 ‘레퀴엠’이 우수작으로 뽑혔다. 3명의 심사위원은 대상을 선정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최우수작(고료 1000만원)

    당선작 없음

    ●우수작 (고료 각 500만원)

    차고 나면 기우는 달 - 유희인

    레퀴엠 - 이리사





    ■ 심사위원

    ●본심 : 하응백(문학평론가) 정길연(소설가) 전진우(언론인)

    ●예심 : 고인환(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 11월호에‘차고 나면 기우는 달’, 12월호에 ‘레퀴엠’을 게재합니다.

    제45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본심 심사위원인 언론인 전진우씨, 문학평론가 하응백씨, 소설가 정길연씨(왼쪽부터)가 당선작을 가리고 있다.

    하응백

    “자신을 비우고 더 솔직해져야”


    사람마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각각 다를 수 있지만, 인류가 역사 속에서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가꾸어온 보편적 진실이 있다. 그것은 예수나 석가 공자 등이 제시한 종교적, 철학적 이상이기도 하다. 그것이 문학으로 변용되면 구체적 삶의 묘사를 통해 우리를 공동체적 삶의 진실로 한껏 고양시킨다. 그중에서도 논픽션은 가공의 이야기가 아닌 삶의 진솔한 표현과 경험의 구체성으로 문학의 목적을 다할 터이다.

    예심을 통해 올라온 작품 중에는 문장은 안정되어 있지만 진솔성 측면에서 좀 의아한 작품들이 있었다. 자의식이 넘쳐 자신이 작품 속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삶의 표피에서 겉돌고 있다는 점이 느껴진다는 뜻이다. 쉽게 말하자면 논픽션의 핵심은 자신을 비우고 더 솔직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야 이야기가 핍진한 진실성을 가지고 독자의 심금을 울리게 된다.

    가장 문제시 된 작품은 ‘전함 810’이었다. 매끄럽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은 대상(大賞) 작품으로 손색이 없었으나, 글쓴이의 목소리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본인의 경험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작품이었다. 확인해본 결과 역시 본인의 체험이 아닌 취재의 결과물이었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은 월남전 마지막 철수 함정의 사실적 기록임에도 수상작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남은 작품은 두 작품뿐이었는데 이리사씨의 ‘레퀴엠’은 아들의 유골을 미국으로 가져가는 내용이 절박했음에도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이 부족했고, ‘차고 나면 기우는 달’은 자신의 경험을 재치와 애정으로 잘 표현했음에도 구성력에서 부족한 면이 있었다. 대상 작품을 뽑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정길연

    “ 논픽션의 기본 취지 지켜야”


    본심에 올라온 7편의 작품을 읽어 내리는 동안 이번 심사가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딱 이것이다 싶은 수작이 눈에 띄지 않는데다 고만고만한 가운데에서도 저마다 최우수작으로 밀기엔 치명적인 약점이나 단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영씨의 ‘천사가 살고 있었네’는 관찰자의 한계와 산만한 구성이 읽는 맛을 떨어뜨렸다. 김정희씨의 ‘외딴섬 사람들’은 미군기지 수용에 반대하는 도두리 마을 지킴이가 된 화자의 처지랄까 동기가 잘 드러나지 않는 모호함이 지적됐다.

    이민 수기인 강기영씨의 ‘내 아들, 루벤 다리오의 이름’은 이야기의 후반부가 잘려나간 느낌이 강했으며, 백동호씨의 ‘인연’은 자기 확신과 열정을 뒷받침할 만한 진지한 성찰의 부재가 불편했다. 월남전 종전 직전 교민 철수작전을 수행한 함장의 기록인 유연희씨의 ‘전함 810’은 본심 심사위원 모두 주목한 작품이었으나 논픽션의 기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자격이 드러나 안타깝게도 선정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참척의 고통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이리사씨의 ‘레퀴엠’, 거동이 불편해진 노년의 부모를 간병하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관조하는 유희인씨의 ‘차고 나면 기우는 달’ 두 편이었다.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이 작품들이 독자의 마음을 적셔주리라 기대한다.

    전진우

    “ 화장 안 한 얼굴 보고 싶다”


    대상을 뽑지 못한다는 것은 심사위원으로서도 결코 유쾌하지 못한 일이다. 그렇다고 의례적으로 최우수작 1편에 우수작 2편을 뽑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본심에 올라온 7편의 작품을 읽은 나의 생각은 올해는 대상에 뽑힐 만한 작품이 없지 않느냐는 거였다. 그러나 최종심의에서 나는 부러 그런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자칫 다른 두 분 심사위원께 선입관을 갖게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였다. 그러나 두 분 심사위원의 견해 또한 나와 같았다.

    왜일까? 한마디로 가슴에 와 닿지 않아서다. 진솔함이 부족해서다. 화장 안 한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어설프게 분칠을 했기 때문이다. 담담하게 인생을 관조하는 눈길과 마주하고 싶었는데, 과잉된 의식과 작위적 감상과 맞닥뜨려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특징으로는 본심에 올라온 세 분의 필자가 이미 자신의 작품을 발표한 ‘기성 작가’라는 점이었다. ‘기성 작가’인 만큼 문장이나 구성 면에서 가점(加點)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역으로 감점(減點) 요인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물며 기왕에 발표한 작품의 후일담 성격이 짙다면 말이다.

    논픽션이 비록 꾸미지 않은 진솔한 삶의 기록이라고 할지라도 그 또한 문학의 한 장르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는 바른 글쓰기다. 바른 글을 쓰려면 적어도 모국어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 철자도 틀리고, 맞춤법도 맞지 않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비속어를 남발해 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 좋은 글이라고 하기 어렵다. 올해 대상작품을 뽑을 수 없었던 이러저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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