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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회 신동아 논픽션 공모 우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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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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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은명

무덤을 등에 업는다. 재(ash)가 된 유해다. 2009년 5월26일 오후 3시. 예쁜 꽃무늬로 장식된 항아리를 고르고 싶었다. 미국까지 갈 생각을 하니, 이는 마음뿐. 결국 가볍고 깨질 염려 없는 나무상자를 산다. 수원연화장에서 분골작업을 끝냈다. 작은 상자에 넣기 위해 뼛가루를 흰 종이 위에 쏟아 붓는 모습이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눈에 들어온다. 내 피와 살이 요동친다. 세포 하나하나가 반란을 일으키며 전율한다. 흰 보자기로 싼 분골을 흰 면장갑을 낀 직원으로부터 건네받고 가슴으로 안는다. 어릴 때 더블 에이치(두 사람의 심장이 겹치는 포옹)를 하자며 내 품에 달려와 안기는 것을 좋아하던 아들을 생각하며, 내 얼굴을 분골상자 위에 묻는다. 내 가슴의 뼈도 가루가 된다. 그래, 너와 난 결국 분골이 된 더블 에이치로 해후한 거다.

“잘 모시고 가십시오.”

나는 목이 메어 말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혀가 입천장에 닿아 점 하나 찍고 숨이 막힌다. 가슴에 저릿한 파동이 인다. 내 배 속에서 나온 자식을 다시 가슴속 깊이 묻는다.

함께 일을 봐준 형제와 친척들이 고마웠다. 그렇다고 그들의 위로가 도움이 되진 않는다. 아예 기대하지도 않았다. 대구 사는 친척과 서울 사는 언니와 남자조카, 그리고 질녀가 연화장에 오겠다는 걸, 그럴 필요 없다고 한다. 주검의 잔영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지켜보기가 고통스러운 법이다. 그들에게 그토록 버거운 심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부산 사는 남동생은 막을 수가 없었다. 전화통화에서 낌새를 챈 동생은 내가 귀국길에 오르기 전, 미국에 들어왔다. 홀로 사는 불쌍한 누나를 부축하기 위해서였다.

서울 사는 친구의 소개로 도곡동 아파트를 2주 동안 빌린다. 내 집처럼 아늑한 공간이다. 2주간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이 구비돼 있다. 책상과 화장대, 침대 2개와 이불, 편하게 앉을 소파, 옷장, 부엌살림 일체, 그리고 텔레비전과 인터넷도 설치되어 있다. 친척집에 불편을 끼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고 자유롭다.

부산에서 올케가 상경했다. 동생의 아내다. 올케는 2주 동안 밥을 해주려고 고추장, 간장, 된장을 준비해왔다. 올케가 직접 담근 고추장과 된장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오밀조밀 꾸려왔다. 올케의 손맛은 환상적이다. 나는 여러 번 올케가 끓인 된장국에 취해 고향의 정감을 느낀 적이 있다. 편하게 받아먹으며 시누이의 위치를 누린 적도 있고. 못난 시누이에게 올케는 헌신적이다. 내 수족처럼 붙어 여러 가지 일을 돕는 날개 없는 천사다.

우리 집안일이라면 늘 발 벗고 나서 가족처럼 도와주시는 용인에 사는 권 목사님의 인도로 이장예배가 끝났다. 용인 공원묘지의 일꾼들이 무덤을 파고 흙을 뒤지며 유골을 집어 올린다. 올케는 내 팔을 꼭 붙잡고 있다. 18년 전 내가 혼절한 것을 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올케는 눈을 지그시 감는다. 유골을 보는 사실이 끔찍했을 것이다. 시부모도 아닌 시누이 일로 버겁고도 처참한 광경을 보이게 되어 참으로 미안했다. 올케는 눈을 감은 채로 계속 기도를 한다.

주검의 피와 살과 나무관은 이미 흙으로 돌아가고 흔적이 없었다. 18년 세월에 남은 것은 머리칼과 건강한 유골뿐이었다. 이것이 죽음이 보여주는 실체였다. 존재의 결국은 이렇게 될 것을 왜 사유의 집착으로 힘들게 살았을까 싶었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내 자식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에 회의가 가슴 바닥으로 쏴~밀려온다.

“선생님들, 유골을 한 점도 남김없이 찾아주세요.”

“네. 염려마세요.”

땀 흘리며 수고하는 일꾼 3명에게 2만원씩을 더 드렸다. 나의 생명이고 뼈 같은 유골을 건져 올리는 것은 그들의 손이다. 작업하시는 그분들의 손이 귀하게 느껴졌다. 그 귀한 손에 내 작은 정성을 표현할 길은 그 것밖에 없는 듯. 18년 만에 다시 한번 저승 노잣돈을 그들의 손바닥에 놓는다.

뼈들을 만진다. 가슴의 피가 혈관을 타고 손끝으로 흐른다. 내 피가 신의 기적이 되어 유골 속에 스며들어 어긋난 뼈들이 자리를 잡아 일어났으면 하는 간절한 심정이다. 가슴이 저리고 시려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말이 없는 용인의 하늘은 잿빛이다. 산새 한 마리가 내 머리 위로 맴돌다 날아간다. 유빈의 영혼이 내게 인사하고 가는 걸까?

우리는 권 목사님의 승용차로 수원연화장으로 향한다. 차 안은 한동안 주검처럼 조용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권 목사님은 운전을 하시며 나를 위로하신다. 그 어떤 위무의 말도 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차창 너머에 전개되는 자연의 전시장 같은 푸른 나무와 숲, 연화장으로 가는 길옆에 그림처럼 누워있는 호수도 그저 무심코 지나갈 뿐이다.

수원연화장에 도착한다. 화장 수속은 동생이 맡아주었다. 용인 처인구청에서 이장 신청을 할 때 들었던 말을 수원연화장에서도 똑같이 듣는다. 윤5월이면 바빠서 며칠 전 예약은 불가능하다나. 윤5월이 아닌데도 구청이나 연화장은 붐볐다. 병원에 가면 수많은 환자가 있다. 화장터에서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죽어 한 줌 가루와 연기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곳곳에서 가족을 잃고 오열하는 소리가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같이 처절하게 연화장 안에 울려 퍼진다.

“사모님 댁은 행운이세요.”

직원이 개장유골 화장 증명서를 발급해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3호실로 정해졌다. 직원의 친절은 이 평범하지 않은 일을 치르기 위해 연화장을 찾은 이들의 마음에 위로가 된다. 긴장된 마음을 조금은 느슨하게 해준다. 직원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화면을 점검하라고 자상히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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