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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6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최우수작(고료 1000만원) : 죽음 앞의 삶_전지은, 우수작(고료 500만원) : 땅문서에 이름표를 달아줘_김상인

제 46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 46회를 맞은 ‘신동아’ 논픽션 공모의 응모작은 41편이었다. 이 가운데 자신의 체험을 뚜렷한 자의식 없이 나열하는 데 그치거나, 지나온 삶을 현재 혹은 사회 전반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지어 드러내지 못한 작품을 제외한 7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9월29일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6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본심에서 전지은씨의 ‘죽음 앞의 삶’이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우수작으로는 김상인씨의 ‘땅문서에 이름표를 달아줘’가 뽑혔다. 당초 계획은 우수작 2편을 선정해 시상하는 것이었으나, 심사위원들은 나머지 1편의 우수작은 뽑지 않는 게 좋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제 46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신동아 논픽션 공모 본심 심사위원인 하응백, 정길연, 전진우씨(왼쪽부터)가 당선작을 가리고 있다.

심사위원

● 본심 : 하응백(문학평론가) 정길연(소설가) 전진우(언론인, 전 동아일보 대기자)

● 예심 : 고인환(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11월호에 ‘죽음 앞의 삶’을, 12월호에 ‘땅문서에 이름표를 달아줘’를 게재합니다.

하응백 ▶ “휴머니티가 돋보인 작품에 찬사를”

제 46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 오른 작품은 총 7편이었다. 이 중 논의의 대상이 된 작품은 김상인씨의 ‘땅문서에 이름표를 달아줘’, 김겸씨의 ‘이무기의 동굴’, 전지은씨의 ‘죽음 앞의 삶’이었다.

‘땅문서에 이름표를 달아줘’는 경남 거창군 주변에 있는 성산마을(한센인 집단 정착촌)에 대한 토지측량 사업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토지 측량을 하는 사람의 시선을 통해 한센인들의 지난한 삶과 그들의 땅과 생존에 대한 열망을 잘 보듬고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한센인에 대한 따스한 시각과 연민이 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하지만 문장이 다소 어눌하고 사용한 단어가 적절하지 못한 곳이 있어 당선작으로 밀기는 어려웠다.

‘이무기의 동굴’은 나쁜 술버릇에 대한 고찰이다. 미국서 열린 한인들의 파티에서 필름이 끊긴 것을 기화로 일생 동안의 나쁜 술버릇에 대한 원인을 마치 정신분석가처럼 세밀하게 따져들어간다. 그 근저에는 아픈 가족사와 얽힌 내면의 상처가 있었고, 주인공은 그것을 깨닫고 서서히 자신의 술버릇을 고쳐나간다. 소재는 흥미로웠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글이 느슨해지고 짜임새가 떨어져 아쉬움이 있었다.

‘죽음 앞의 삶’은 미국으로 유학 간 남편을 따라나선 아내가 간호사로서 미국 사회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세밀한 필치로 그려낸 작품이다. 사소한 일상과 주인공의 내면이 교차되면서 삶의 의미가 효과적으로 드러났다. 간호사로서 미국 사회에서 인정받으면서도 휴머니티를 지키는 주인공의 따뜻한 마음도 함께 잘 드러났다.

세 명의 심사위원은 ‘죽음 앞의 삶’을 당선작으로, ‘땅문서에 이름표를 달아줘’를 가작으로 정하는 데 그리 오랜 토의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수상하신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정길연 ▶ “많은 이의 공감 얻을 수 있는 사유 담겨야”

제 46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지난해 심사 때의 고민이 올해도 되풀이됐다. 본심에 올라온 일곱 편의 응모작 가운데 ‘이것이다’ 할 만한 수작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자기 미화나 한풀이식 독백은 많이 줄었으나, 사회적 인간으로서 삶의 태도와 깊이 있는 사유를 보여주는 데까지 미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우선 ‘쉴 만한 물가’의 유희인은 전년도 수상자라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어느 공무원의 세상 엿보기’는 해임과 복직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이 누락돼 균형감을 잃었으며, ‘고뇌의 늪은 질퍽거렸지만’은 아버지의 빚 때문에 달라진 인생살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했고, ‘길 떠나는 사람들’은 구성력과 표현력이 돋보이긴 했으나 연쇄적인 비극에도 내면의 슬픔을 끌어내지 못해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이무기의 동굴’은 일단 독특한 접근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술버릇’이 감동적인 소재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김상인의 ‘땅문서에 이름표를 달아줘’는 균형 잡힌 시선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장점으로 다가왔고, 전지은의 ‘죽음 앞의 삶’은 병원을 중심으로 한 글쓴이의 일상과 인생관이 차분한 문체로 잘 정리돼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당선 여부를 떠나 마음에 둔 글쓰기를 실천에 옮긴 응모자 모든 분께 박수를 보낸다.

전진우 ▶ ‘기구한 사연’과 감동의 깊이

제 46회 2000만원 고료 논픽션 당선작 발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 편의 입선작을 내지 못했다. 입선에서 탈락한 김겸씨의 ‘이무기의 동굴’과 김채영씨의 ‘길 떠나는 사람들’, 두 작품은 아깝다. ‘이무기의 동굴’은 문장도 좋고, 에세이 같은 내면 묘사도 일반적인 논픽션과는 달라 새로운 느낌을 주었다. 그럼에도 공감과 울림은 적었다. 왜일까? 가족사와 얽힌 내면의 상처가 나쁜 술버릇으로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생의 이면에 대한 통찰과 감동으로 이어지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길 떠나는 사람들’ 또한 글쓰기의 기본인 문장력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어머니와 남편의 죽음을 맞는 여인의 비극은 잘 묘사됐는데도 울림은 약하다. 왜일까? 초반부 어머니의 삶과 달리 후반부 남편의 삶으로 넘어가면서 상투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돌아가고 손자가 태어나는 사생(死生)의 구조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다. 글쓴이가 감당해야 했던 고통의 깊이를 얕게 헤아리는 것은 아니지만 비극의 깊이가 곧 감동의 깊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입선작인 김상인씨의 작품은 오히려 맞춤법 등 글쓰기의 기본에서는 낮은 점수였다. 그럼에도 입선할 수 있었던 것은 논픽션이 갖춰야 할 덕목, 즉 진솔함과 절제의 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기구한 사연들’의 감정 과잉(過剩)보다는 거칠지만 균형 잡힌 서술이 더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다.

최우수작인 전지은씨의 작품에서는 세상과 인간을 보는 따듯한 눈길이 느껴진다. 섬세하면서도 차분한 문장도 좋았다. 다만 조금 지루한 느낌이 드는 것은 극적인 요소가 부족한 때문일까? 하지만 극적인 요소가 있어야만 좋은 논픽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우수작으로 선정한 이유다.

신동아 2010년 11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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