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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훈 시인의 작가 열전

소설가 윤대녕

“나는 오직 글 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 원재훈 시인 whonjh@empal.com

소설가 윤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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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속 깊은 나무다. 나이테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수십년의 세월이 지나 몸통이 커져야 사람은 그 나무의 나이를 짐작한다. 세상에서 속으로 숨어 있는 것들의 속성이 그러하다. 작가의 변화도 그와 같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나무는 우뚝 선다. 예술작품은 이러한 것이 아닐까.

독자는 늘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서 작품과 상품의 경계선이 선명해진다. 예술가는 근본적으로 상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자들이다. 그건 다른 전문가들의 몫이다. 윤대녕의 소설세계는 작품이고, 그것은 예술작품으로서 존재한다. 그는 예술가다. 이번에 나온 소설집인 ‘제비를 기르다’에서 나는 한 작가의 지고지순한 세계를 보았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었다. 인간의 변하지 않는 사랑이었다.

고흐는 평생 한두 편의 작품을 싼 값에 팔았다. 슈베르트는 한겨울에 난로에 땔 연료가 없어 덜덜 떨면서 오선지에 엎드려 있었다. 물론 괴테나 바그너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영광을 누린 작가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작가의 생몰(生沒)이나 부귀영화보다 그 작품만을 사랑하고 또 기억한다.

고독한 아이

이제 윤대녕은 40대 중반을 넘어섰다. 나이테가 많이 늘어나 삶과 문학도 넓고 깊어졌다. 그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지금은 작가 생활의 한 가운데쯤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오십, 육십이라는 나이가 보이는 나이다. 인간으로서도 인생의 후반이 보이는 지점에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이다.



사십 중반은 참 많은 생각이 들면서도 단순해지는 나이이기도 하다. 열정은 모든 것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침착하게 사물을 응시한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젊은 시절, 윤대녕은 우리 역사의 전환점인 1980년이라는 이정표를 돌아서 참으로 멀리도 왔다.

우리는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나누기로 했다. 모든 존재는 자궁에서 시작한다. 그의 문학적 자궁은 어린 시절이다. 윤대녕의 유소년 시절은 그리 평범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그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열쇠인지도 모른다. 그는 집안사정으로 부모가 모두 도회지로 가고, 조부와 삼촌들의 품에서 성장한다.

“조부는 제 문학의 아버지예요. 그 큰 집에 손자가 나 하나였어요. 늘 머리 쓰다듬고 품에 안아주시면서 제게 넌 크게 될 것이라고 암시해주었지요. 그리고 이런 말씀도 하셨어요. ‘세상은 아주 아주 넓단다.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단다.’ 기가 막힌 말씀이지요. … 항상 말이 없었던 조부와 삼촌들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었지요. 참으로 속 깊은 분들이었고, 내면에 대한 궁금증이 일종의 창작동기라고 하면 과장일까요?”

할아버지의 품속에서 아주 어린 나이에 한글을 깨우치고, 네 살 때부터는 한자를 배운 고독한 소년이었다. 시골집에서 오직 책밖에 읽을 것이 없었다. 침묵과 독서, 조용한 공기의 흐름은 한참 뛰어놀아야 할 아이를 과묵하게 만들었다. 아이는 하늘을 보고, 물을 보고, 할아버지를 보고, 삼촌들을 보았다. 그 넓은 할아버지의 집과 마을에는 놀이동산도 없었고, 장난감도 없었다. 아이가 가지고 노는 것은 고독이었고, 침묵이었다.

“조용한 어른들과 사는 아이였죠. 그런데 그것이 어떤 심리적인 압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좀 내성적인 연유는 아마도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홉 살 되어서야 부모와 같이 살게 된다.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대학에 가고 독립할 때까지 계속 힘겨운 나날이었어요. 아버지를 생각하면 슬프고, 고독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제 마음의 고향은 늘 할아버지가 계시는 시골집이었으니까요.”

습작품을 불태우다

그가 소설가가 된 이유는 의외로 선명했다. 책 읽고, 글 쓰는 일로 자신의 고독을 품었던 한 소년의 얼굴을 떠올리기는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학교에서 주는 독서상을 받았다. 학교도서관의 도서대출증에 기록된 한 해 빌려 읽은 책이 300권을 넘어선 것이다. 읽으면 쓰고 싶은 것이다. 윤대녕은 중 3때 처음으로 원고지 50매가량의 단편을 쓴다. 유치환의 시 ‘깃발’을 읽고 감동을 받아서 동명의 작은 소설을 쓴 것이다.

이런 아이는 항상 ‘따’를 당한다. 수업시간에 교과서 대신 ‘책’을 읽다가 선생님에게 얻어맞기도 하고, 시 쓰다가 ‘폼 잡지 말라’는 친구들의 비웃음 사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 선생님과 친구들은 지금의 윤대녕을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상당량의 작품을 쓴다. 작가의 어린 시절 작품은 어떠했을까? 혹시나 싶어 중·고교 시절에 쓴 작품을 찾아볼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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