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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훈 시인의 작가 열전

상처의 거울, 고통의 예방주사 공지영

“눈빛 없는 눈빛을 갖고 싶어요, 모든 걸 받아들이고 내는…”

  • 원재훈 시인 whonjh@empal.com

상처의 거울, 고통의 예방주사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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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몸의 거울

상처의 거울, 고통의 예방주사 공지영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13만부를 발행했다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이야기가 나왔다. 자신도 독자의 반응이 이렇게 크리라곤 ‘정말’ 생각하지 못했고, 자신이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 산문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장편소설 ‘즐거운 나의 집’ 역시 독자가 많이 찾았다. 자타가 공인하는 많은 독자를 가진 이 작가가 의외의 말을 했다.

“‘즐거운 나의 집’을 쓰면서 작가로서의 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지요. 그래서 숨지 않고 적극적으로 홍보했어요. 예전에는 잘 안했어요. 출판사 생각해서 한두 번 하는 정도. 하지만 내 몸이 바쁘고 고달프더라도 홍보가 소설 쓰기의 마지막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지요.”

작가가 책을 내면 아프다. 그래서 출간을 산고(産苦)에 비유하기도 한다. 아무리 작은 책이라도, 설령 이전에 써놓은 원고를 고스란히 내기만 해도 책을 내고 나면 우울증에 걸리거나 외롭고 두려운 생각이 든다. 그래서 책을 내고 나서 어디론가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있을 때가 휴식시간이다.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 쉬고 싶은 것이다. 공지영도 한두 달 더 있다가 만날 걸 그랬나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그런 단계를 벗어난 모양이다. 책을 위해 독자와 만나는 시간도 글쓰기의 일부로 본다.

공지영을 미인이라고들 하는데, 사실 나는 그걸 잘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정말 미인”이라고 하자 “내가 힘들 때만 만났으니 그럴 거예요” 하며 웃는다. 하긴 사람의 얼굴이라는 거, 그건 거울이다. 마음의 거울이 아니라 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내 몸의 거울이다. 내 일상의 고통과 슬픔을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낸다. 거슬러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 지금 공지영은 얼굴 혈색이 부드럽고 투명하며, 온몸에 에너지가 넘쳐 건강해 보였다. 아름답다는 건 좋은 거다.



“아름다움은 본능적인 욕구인 것 같아요. 마치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처럼 말이죠. 과학적으로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우리들의 유전자 속에 그런 인자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러면서 자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강동원 이야기를 꺼냈다. 촬영을 위해 강동원을 비롯한 배우들과 구치소를 방문하고 식사하고 술 마시고 하는 사이 어느 순간에 강동원에게 자꾸 눈길이 가서 신경이 쓰였단다.

그 친구,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공지영의 눈길을 끌다니 살짝 질투가 난다. 남녀를 불문하고 미남미녀는 신과 자연의 혜택을 받은 존재다. 우리는 인간들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존재가 아이들이라는 이야기도 나눴다. 아이들에게는 미남미녀의 기준이 없다. 옹알이를 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냥 눈길이 간다. 아름다움의 본질은 아이들의 외모와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닐까. 천의무봉, 순진무구, 절대선의 모습이 옹알이를 하는 아이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런 외모와는 조금 거리를 두게 되고 마음자리를 살피게 된다.

‘정말 경지를 이룬 눈빛’

“여대생들에게 강연할 때 제가 그랬어요. 지금 우리는 80세 정도를 살지만, 너희 세대는 아마도 100세를 살 것이다. 성형수술 잘 해봤자 60세 넘어가면 안면근육의 자연복원력으로 형태가 일그러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삶을 잘 살아야 된다. 진부하지만 내면을 잘 다뤄야 예뻐진다.”

아름다움은 분명 사람들을 매혹하지만, 잘생긴 사람들이 잘못 살아서 망가지면 더 추해진다. 하지만 그리 미남이라고 할 수 없는 김수환 추기경이나 고승대덕들의 빛나는 얼굴이 진정 아름다운 얼굴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 그들은 젊은 시절 미남이 아니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내면의 빛이 얼굴에서 스며나와 환하게 아름답다. 이런 분들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곤 한다.

“어떤 친구는 굉장히 잘생긴 사람이었는데 얼마 전에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동안 사는 게 엉망진창이었던 거죠. 정말 처음엔 못 알아볼 정도였어요. 마치 짐승같이 말이죠. 그래서 아름다움이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거라고 믿게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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