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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탐구, 소설이라는 식당 또는 역사

  • 함정임│소설가·동아대 문예창작과 교수 etrelajiham@empal.com

인간 본성의 탐구, 소설이라는 식당 또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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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탐구, 소설이라는 식당 또는 역사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전 2권)
헨리 필딩 지음, 김일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각권 1만8000원

소설담론서나 소설작법서를 통해 익히 명성을 접해왔으나 뒤늦게 만나는 작품들이 있다. 번역이 쉽지 않아서, 또는 대중성이 없어서 소설가 지망생이나 연구자, 독자 대중에게 전해지지 못하다가 뒤늦게 번역 출간된 소설들이다. 한 나라 문화력(文化力)의 척도는 몇 가지 경우로 가늠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런 작품들이 제대로 완역돼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면,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섄디’,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 번역 출간된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1권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업둥이의 출생에 관해 알아두어야 할 적절한 내용 1장 작품 소개 혹은 향연의 식단표·27| 2장 올워디 영주에 관한 간략한 소개와 그의 누이 브리짓 올워디에 관한 좀더 상세한 설명·30| 3장 올워디 영주가 집에 돌아왔을 때 벌어진 기묘한 사건. 이에 대한 데보라 월킨스의 적절한 행동과 사생아에 대한 그녀의 타당한 비난·33| 4장 풍경을 묘사하려다 독자들을 위험에 빠뜨린 일. 그리고 그 위험으로부터의 독자의 탈출. 브리짓 올워디의 대단한 양보지심·38…

위의 대목은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 차례의 일단이다. 차례는 식당에 들어가 제일 먼저 찾는 차림표와 같고, 차림표는 식당 주인의 감각에 따라 명명되고 창조된다. 손님(독자)들은 차림표를 통해 ‘무슨 음식을 기대할 수 있을지 숙지한 뒤’ 음미할 준비를 하거나, ‘자기 입맛에 맞는 다른 식당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다.

차례를 읽는 재미

위에서 필자가 첫 인용으로 목차를 제시한 것은, 그동안 접해온 수많은 장편소설의 차례와 이 소설의 그것이 단연 구별되기 때문이다. 700쪽에 달하는 두 권 분량의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차례에만 14쪽을 할애하고 있다. 보통 한 권의 책은 부속과 본문으로 구성된다. 작품이 시작되기 전의 16쪽 정도가 부속에 해당되는데, 차례는 바로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필자에게 ‘업둥이 톰 존스’의 차례는 부속이 아니라 본문의 가치, 곧 텍스트(작품)의 힘을 지닌다. 차례를 읽는 재미가 쏠쏠한데, 최근 2010년대 소설들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형식의 차례다. 독특하다는 것은 시간을 초월해 새로움을 확보한다.



작가는 스스로를 돈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식사를 대접하는 사람이 아니라, 돈만 내면 모두 환영하는 대중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간주해야 하오. 잘 알려진 것처럼, 전자의 경우, 접대자는 자신이 원하는 음식만 제공하면 될 것이오. 따라서 음식이 심지어 입맛에 맞지 않거나 아예 형편없더라도 맛있다고 칭찬해야 하오. 하지만 식당 주인에게는 이와 정반대의 경우가 적용되는 법이오. 음식 값을 지불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미각이 아무리 까다롭고 변덕스러울지라도 식당 주인이 이를 만족시켜주기를 요구할 것이며,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자신들에게 제공된 음식을 책잡고 욕하며 심지어 자제력을 잃고 마구 욕설을 퍼불 권리가 당연히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오. -‘1권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업둥이의 출생에 관해 알아두어야 할 적절한 내용: 1장 작품 소개 혹은 향연의 식단표’에서

소설은 기본 서사(이야기)와 그것의 구성법(형식, 기법)으로 이루어진다. 이야기는 일상적인 영역에, 구성법은 플롯(미학)의 영역에 해당된다. 작가가 기본 서사를 어떻게 배치했느냐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전혀 다르게 전달된다. 플롯 짜기에 민감한 작가들이 있는데, 대개 모더니스트들이 거기에 해당된다. 그들에게 플롯은 실험이자 놀이다. 그들은 주어진 세상(질료)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해체해 재구성할 것인지에 집중한다. 레고놀이에 능한 아이처럼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체와 재구성을 시도하고, 즐긴다. 그러나 플롯에 예민한 작가들일수록 내용, 곧 주제적인 측면을 한시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업둥이 톰 존스의 이야기’의 차례 및 첫 서두에서 보이는 짐짓 현란한 제스처는 아래와 같은 소설 본연의 소명을 직시하고 끝까지 완수해나갈 때 진정성을 획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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