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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의 탐구, 소설이라는 식당 또는 역사

  • 함정임│소설가·동아대 문예창작과 교수 etrelajiham@empal.com

인간 본성의 탐구, 소설이라는 식당 또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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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서 제공하고자 하는 음식은 인간의 본성이오. 하지만 우리의 현명한 독자들이 아무리 호사스러운 미식가의 입맛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가 이 단 한 가지 음식만 제공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이의를 제기하거나 기분나빠할 거라곤 생각지 않소. (…) 학식 있는 독자들이라면 인간의 본성은(비록 여기서는 하나의 포괄적인 명칭 아래 모아놓았지만) 경이적일 정도로 다양해 작가가 이 방대한 주제를 다 소진하는 것보다 요리사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동식물을 (식재료로) 다 사용해 없애는 것이 오히려 더 용이할 거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오. -‘1권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업둥이의 출생에 관해 알아두어야 할 적절한 내용: 1장 작품 소개 혹은 향연의 식단표’에서

소설 본연의 소명이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것. 소설은 인간을 중심으로 세상(삶)의 이러저러한 면을 서사화하는 작업이다. 인간을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것은 인간의 심리, 곧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갈등을 대상화한다는 의미다.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가 발표된 1749년은 유럽에서 계몽주의 시대, 나라마다 나름의 양상으로 전개됐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성 탐구에 귀결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서사의 진행은 서간체 형식으로 사랑(정념)이나 윤리 사상을 전파할 목적으로 한 인간의 성장을 다루는데, 주인공 이름을 제목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사랑 이야기는 로맨스로, 윤리 사상은 철학소설로 분류된다. 헨리 필딩이 이 소설을 쓰도록 직적접인 자극제가 된 당시의 베스트셀러 ‘파멜라’(새뮤얼 리처드슨, 1740)를 비롯, ‘페르시아인의 편지’(몽테스키외, 1721), ‘캉디드’(볼테르, 1759), ‘트리스트럼 섄디’(로렌스 스턴, 1760), ‘신엘로이즈’(장 자크 루소, 1761) 등이 좋은 예이다.

요즘 유행처럼 이 작품을 ‘생에 대한 변명’ 혹은 ‘생애’라고 부르지 않고 하나의 ‘역사’라고 칭하는 것은 합당할 것이오. 많은 공을 들여 방대한 양의 글을 쓰는 역사가보다는, 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큼직한 사건만을 기술하겠다고 공언하는 작가들의 글쓰기 방식을 나는 이 작품에서 사용하고자 하기 때문이오. 방대한 양의 글을 쓰는 역사가들은 자신의 연재물이 정기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은 시기도 큰 사건이 벌어진 특정 시기를 묘사할 때처럼 상세히 묘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소. -‘2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결혼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중략): 1장 이 작품이 어떤 종류의 역사책인지, 그리고 다른 책과 어떻게 비슷하고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장’에서

작가의 의도가 집약된 차례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총 18개의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권당 10개 내외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소설(작품)론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위의 인용은 2권의 1장, 그러니까 작가가 이 소설의 제목을 톰 존스라는 업둥이에 대한 이야기로 명명한 것에 대한 의도 및 그에 따른 개념 정의와 장르 규정을 피력하고 있는 셈이다. 업둥이 톰 존스라는 사내의 이야기(history)란 곧 업둥이 톰 존스의 삶의 역사, 곧 인생사(life-history)가 되는 것이다.

시간과 이야기의 관계 설정



프랑스어에서 역사는 이야기를 뜻하는 histoire와 동일하다. 기록성이라는 고유한 속성에 따라 소설과 역사, 소설가와 역사가가 비교되곤 한다. 소설은 있는 그대로의 기록이 아니라, 작가의 의도(주제)에 따라 선택되고, 재배치된다. 사건 재현을 위한 사실적인 구성이 아닌 창조를 향한 허구적인 재구성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러한 재구성은 플롯에 관계되며, 플롯은 몇 가지 항목-시간과 공간-이 유기적으로 작용할 때 한 단계 높은 미학의 차원으로 발전된다.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는 작가가 표명하기를 로맨스와 서사시의 전통을 따르고 있다. 로맨스는 소설 이전의 형태로, 주인공이 보통 사람보다 월등히 높은 선남선녀들의 세계를 그린다. 독자들이 우러러보는 세계이며, 사건(이야기)은 일어난 시간 순으로 제시된다. 사건의 재배치, 곧 시간의 재구성(플롯)이 자유자재로 이루어지지 못한, 소설 이전의 상태다. 현대소설의 특징 중 하나는 시간의 사용에 있다. 작가들의 시간에 대한 인식, 곧 작품 속에서 시간과 이야기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었느냐가 관건이다.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는 작가 헨리 필딩이 매우 기발한 장치를 고안해냈음에도, 이 시간의 사용에서 현대소설로 나아가지 못하고 계몽주의의 산물로 기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개의 소설론을 통해 작가가 소설을 쓰는 이유와 기법을 노출시킨 점에서 20세기 초 누보로망 작가들의 실험 작업과 동궤를 이룬다. 영국 계몽주의 시대의 인간과 소설, 그리고 소설론이 21세기 초 새삼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동아 201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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