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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 시각으로 밝혀낸 한국인의 뿌리

  • 고승철│저널리스트 koyou33@empas.com│

통섭 시각으로 밝혀낸 한국인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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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호(湖)가 한민족 출발점

현재 시베리아 및 중국 동북지구에 살고 있는 에벤키(Evenki)는 ‘오랑캐’의 어원이 된 종족이다. 바이칼 호수 인근에서 발원한 이들은 어원커(鄂溫克), 오로첸(鄂倫春)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퉁구스계 민족이다. 나나이(Nanai·중국어로는 赫哲, Herzhen)족은 오로첸과 마찬가지로 퉁구스계이며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과 중국 헤이룽장성에 거주한다. 나나이족 자신들은 만주족의 근원인 주르첸(Jurchen·여진女眞)의 후손이라 주장한다. 이곳에 살던 조선(朝鮮) 또는 숙신(肅愼)과 발음이 유사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들이 근본적으로 유전자가 거의 같은 사람들로 지역에 따라 시대에 따라 스스로를 부르는 호칭 또는 중국인들의 문자 사용 기록이 달랐을 뿐, 다 같은 민족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어의 뿌리는 요하문명인 것으로 저자는 본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조선상고문화사’에서 주장한 바대로다. 요하 지역의 신석기 문화는 소하서(小河西)문화, 흥륭와(興隆·#53851;)문화, 사해(査海)문화 등으로 기원전 7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황하문명보다 최소 1000년 앞선다. 뒤이어 이곳에 홍산(紅山)문화, 우하량(牛河梁)문화가 이어진다. 요하 유역은 바이칼 지역에서 남하한 북방계 몽골리안들이 남방계 사람들과 마주치며 처음 문명을 만든 곳이다. 알타이어의 고향이기도 하다.

저자는 동아시아 최초의 요하문명을 한국문화의 원형으로 추정한다. 이들 몽골리안 가운데 한반도로 남하한 이들이 한국인의 조상이고 바다를 건너 일본에 간 사람들은 일본 문화를 만들었다. 중국 남부로 내려간 몽골리안은 남방계 민족과 함께 중국 문명을 만드는 주류 세력이 되었다. 더 남쪽으로 내려간 사람들은 온화한 현지 기후와 현지인들에 동화하면서 몽골리안 유전자를 후손에게 많이 남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몽골리안 아기들의 엉덩이에 난 푸른 반점인 몽고반점은 동아시아인뿐만 아니라 터키인, 동아프리카인, 폴리네시아인, 아메리카 원주민에게서도 흔히 나타난다. 몽골리안 유전자가 이 지역으로 흘러갔음을 알 수 있다.



“바이칼, 요하, 북방으로 가야 한다”

이 책을 보니 저자의 연구방식은 가히 다학제적(多學際的)이라 할 만하다. 옛 문헌을 뒤적이며 한국인의 기원을 찾는 역사학적 연구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각 민족의 유전자를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치를 찾아내는 데 컴퓨터 처리 기술과 통계학 방법론에 큰 도움을 받은 듯하다. 앞으로 인문학 분야에서도 석학 반열에 올라서려면 자연과학 연구방법론을 익혀야 유리하겠다. 막연한 주장보다는 근거 있는 분석 자료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꼼꼼히 읽으려면 독자 자신도 박식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 용어가 나오면 일일이 이해하려 매달리지 말고 죽죽 읽어가면서 큰 흐름을 살피면 되겠다. 여러장의 컬러 사진과 미려한 그래픽이 소개돼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즐거움도 얻는다. 바이칼 호 인근의 부리야트인의 사진을 보니 우리와 많이 닮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국수주의(國粹主義) 냄새를 풍기지 않는 장점을 가졌다. 이 분야의 다른 책들은 대체로 한민족의 우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은가. 한국인이 200여 국가에 퍼진 것과 함께 100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살고 있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앞으로 종전 관점이 달라질 것이다.

한국인의 기원에 관한 탐구는 관련 학문이 발전할수록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이고 뿌리를 캘 가치가 있다 하겠다. 학자의 차가운 ‘머리’뿐만 아니라 민족혼을 찾으려는 뜨거운 ‘가슴’이 동원돼야 할 것이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연구 동향과 함께 자신의 열정을 토로했다.

지금 이 시각에도 내몽골을 답사하며 요하문명의 흔적을 찾는 분들이 있다. 요하문명의 흔적은 고조선의 흔적, 고구려의 흔적,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여러 선사시대, 역사시대의 흔적들과 어떤 형태로든 연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올라가서 시베리아 바이칼 호 주변에서 고고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시베리아의 이곳저곳에서 고고학 발굴과 고인골(古人骨)을 찾으려는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몇 년이 지나면 새로운 문명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뉴스를 탈지도 모르겠다. (중략)

바이칼로 가야 한다. 요하로 가야 한다. 북방으로 가야 한다. 가서 우리의 흔적을 찾아야 한다.

신동아 201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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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저널리스트 koyou3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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