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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한국, 한국인

  • 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koyou33@empas.com

우리가 몰랐던 한국,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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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한국, 한국인

세계인과 함께 보는 한국 문화 교과서
최준식 지음, 소나무, 399쪽, 1만5000원

서울시민 가운데 남산 꼭대기에 자리 잡은 서울타워에 올라가보지 않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지방에서 서울로 여행 온 분들에겐 이곳이 필수 탐방코스다. 여의도에 있는 63빌딩도 그렇다. 관광객들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 꼭대기에서 서울시내 풍광을 조망하려고 기대감에 부풀어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서울사람들은 심드렁하다. 그렇다 보니 길 가는 서울시민 아무나 붙들고 “남산이나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 풍경은 어떤가요?”라고 물으면 당황하리라.

필자는 청년 시절 남산 기슭에 살면서 남산도서관, 식물원, 장충단공원, 국립극장, 벚꽃 산책로 등을 누비고 다녔다. 동네 약국의 젊은 여약사가 가수가 됐다고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 주현미 님이다.

세월이 흐른 요즘도 필자에겐 남산은 친숙한 곳이다. 어느 날 ‘신(新)서울기행’이라는 책을 보다가 낯이 뜨거워졌다. 일제 강점기에 남산이 일본의 조선신궁(神宮)자리였고 또 여러 무속신앙의 기도 명당이었다는 설명을 읽고 이를 까맣게 몰랐던 점이 부끄러워서다. 그 책의 저자는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다. 한국학? 한국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인 줄은 알겠는데 이화여대에 정식으로 학과가 개설된 줄은 몰랐기에 다시 얼굴을 붉혔다.

서울시민은 역설적으로 서울에 대해 잘 모르고, 한국인은 한국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 그 속에 살기 때문에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몸으로 느껴서 그런 것일까. 한글에 대해 외국인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일반인은 판소리, 서낭당, 태극기, 사물놀이 등 한국 고유의 문화에 대해 어려움 없이 소개할 수 있을까. 익숙하긴 하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말문이 콱 막히리라.

프랑스 파리 교외에서 한국학 학술대회가 열릴 때 취재하러 간 적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 학자들이 한국어로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광경을 보고 감격했다. 그들은 한국의 문학, 문화재에 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와당, 토용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대표로 참석한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교수에게 던지는 그들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한국학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한국학 전문가인 최준식 교수가 최근에 ‘세계인과 함께 보는 한국 문화 교과서’라는 단행본을 냈다. 한국인이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잘 모르기에 늘 죄책감을 가졌는데 이 책을 독파해서 그 굴레에서 벗어나야겠다.

몬드리안과 흡사한 조각보 디자인

조형예술, 건축, 음악, 음식, 전통신앙, 기록, 우주관(觀) 등 7개 주제를 다룬 책이다. 주제마다 4~10개의 소(小)주제 글을 실었다. 역사적 사실을 간결한 문체로 설명하고 다양한 관련 사진을 실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집필 의도를 아래와 같이 밝혔다.

이번에 소개된 한국의 문화물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원고를 작성하면서 다시 한 번 한국은 빼도 박도 못하는 문화국이라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능한 한 객관적인 입장을 취해 국수적인 태도를 멀리 하려고 노력했다. … 우리가 지금 이른바 글로벌 시대에 들어갔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문화를 외국인에게 ‘쿨’하게 소개하는 책은 많지 않다. 이 책이 그런 책 가운데 하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형예술 분야에서 한국인은 파격미를 추구했다. 중국인, 일본인이 완벽미 또는 대칭미를 지향했다면 한국인은 고전미술의 질서를 깨는 실험정신이 강했다. 한국인의 성품이 자유분방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책 맨 앞에 소개된 조형예술품은 조선 막사발. 조선의 이름 없는 도공이 만든 것으로 16세기 이후 일본에 전해지면서 일본에서는 매우 진귀한 자기 대접을 받았다. 임진왜란 때 조선 도공들은 일본에 끌려가 막사발을 만드는 일에 종사한다. 막사발 가운데 대표작은 일본 교토의 다이도쿠지(大德寺)라는 절에 소장돼 있다. 일본 국보로 지정됐다. 어느 일본 학자는 “이런 그릇은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자연이 조선의 도공 손을 빌려 만든 것”이라 극찬했다고 한다.

자투리 천으로 만든 조각보는 기하학적 무늬와 화려한 색상으로 눈길을 끈다. 자투리 천을 여러 개 이어 붙여야 하므로 정교한 바느질 솜씨가 요구된다. 네모 천을 이어 만든 보자기는 20세기 최고의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과 디자인이 흡사하다. 조선의 여성들이 높은 예술 경지에서 노닐었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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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koyou3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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