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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에 미술은 왜 화려한 꽃을 피웠을까

  • 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koyou33@empas.com

르네상스 시대에 미술은 왜 화려한 꽃을 피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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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시대에 미술은 왜 화려한 꽃을 피웠을까

‘상인과 미술’
양정무 지음, 사회평론, 361쪽, 2만2000원

방학 기간에 예술의전당 전시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대형 미술관에 가면 학생 관람객의 장사진(長蛇陣)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가히 인산인해(人山人海)다. 어린 초등학생이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 앞에 서서 작품 해설문을 수첩에 적고 디지털 카메라로 그림을 촬영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자녀를 데리고 온 어머니도 달뜬 표정으로 고급문화를 향유한다. 이게 30~40년 전만 해도 하루 세끼를 걱정하던 한국이란 말인가. 40년 전에는 남한이 북한보다 가난했는데….

대학 교양과목 가운데 미술사 관련 강좌는 인기를 끈다. 화면에 비치는 명화를 감상하며 교수에게서 차원 높은 해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문화센터, 공공 도서관 등에서 진행하는 미술 강좌도 수두룩하다. 40~50대 주부들이 앤디 워홀 그림 등 현대미술을 해설하는 프로그램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는 풍경이 이젠 그리 낯설지 않다.

해외여행 상품 가운데 미술관, 박물관 순례 프로그램도 자주 눈에 띈다. 루브르, 프라도, 모마(뉴욕현대미술관), 에르미타주, 대영박물관 등에 가면 한국인 관람객 숫자가 적잖다. 모나리자 그림 앞에서 기념사진만 얼른 찍고 돌아서는 깃발부대 관광객 수준의 관람자가 여전히 대다수지만, 일부 배낭족 젊은이들은 해설 자료를 꼼꼼히 읽으며 진지하게 감상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으니 문화를 즐기는 데 돈을 쓰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술품 경매시장에도 손님이 붐빈다. 부유층 사회에서는 집에 그럴듯한 미술품이 없을 경우 품격 낮은 졸부라는 손가락질을 받기 싫어 그림, 조각품을 사들이는 풍조가 퍼졌다. 미술관 큐레이터도 인기 직업으로 떠올랐다. 우아한 이미지와는 달리 무거운 작품을 옮기는 등 때때로 ‘노가다’ 일을 해야 하고 연봉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인데도 말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큐레이터는 화려한 명품 패션으로 멋을 내며 툭하면 파리, 뉴욕에 출장 가는 ‘보보스’족이다.

미술사 전공 대학원생 가운데 상당수는 재력가, 유력자의 딸이나 부인이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술사학 석사과정에 다니던 어느 여성은 광주비엔날레를 참관하러 가면서 작은 충격을 받았다. 동기생 하나가 왕복 항공료, 숙박료를 모두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 동기생은 모 대기업 총수의 딸이었다. 알고 보니 여러 동기생이 떵떵거리며 사는 집의 ‘공주’였다.

대형 서점의 미술책 코너에 가면 관련 서적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곰브리치가 지은 ‘서양미술사’가 거의 유일한 미술 감상 입문서였다. 요즘엔 여러 저자의 미술 개론서가 즐비하다. 대부분 번역서다. 국내 저자의 책들은 미술관 탐방기가 주류를 이룬다. 전문성을 지닌 책은 찾기 어렵다.

너도나도 미술품 구입

최근 출간된 ‘상인과 미술’은 국내 저자가 쓴 전문서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책 제목을 금빛 번쩍이는 한자(漢字)로 인쇄한 점이 특이하다. 고품격을 강조하려는 저자의 결기가 느껴진다. 책의 부제는 ‘서양미술의 갑작스러운 고급화에 관하여’다. 책 표지 뒷면에는 ‘르네상스 미술 너무 많고, 지나치게 호화스럽다. 도대체 왜?’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실렸다.

저자는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를 나와 영국 런던대에서 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은 미술사학자다. ‘시간이 정지된 박물관 피렌체’라는 저서를 냈고 나이즐 스피비 교수의 명저 ‘그리스 미술’을 매끄러운 한국어로 번역한 바 있다.

르네상스. 이 말을 들으면 왠지 가슴이 꿈틀거리지 않는가. ‘다시 태어남’을 뜻하니 뭔가 비루한 과거의 때를 씻고 부활했다는 환희가 느껴지지 않나. 교과서적 정의에 따르면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의 인문주의를 중세 이탈리아에서 재발견한 위대한 사건이다. 신의 피조물인 ‘작은 인간’이었다가 르네상스 덕분에 인간은 ‘인본주의’란 어휘를 내뱉어도 될 만큼 ‘큰 인간’으로 거듭났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 등 위대한 천재 미술가 이름이 떠오르고…. 대가들과 이들의 재능을 알아본 재정 후원자들이 르네상스 예술을 꽃피웠다…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도 머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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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koyou3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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