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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욕망

  • 김학순 |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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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욕망

유토피아
토머스 모어 지음, 주경철 옮김, 을유문화사

인간이 이상향을 갈망한 흔적은 동서양과 고금을 가리지 않고 발견된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유래한 파라다이스, 그리스 신화의 엘리시움, 남아메리카 아마존 강변에 있다는 상상 속의 엘도라도, 성경 속의 에덴동산, 불교의 정토(淨土), 중국의 무릉도원,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설정된 티베트의 샹그릴라,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섬 라퓨타, 허균의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율도국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어떤 이는 이상향을 유토피아와 아르카디아 두 유형으로 나눈다. 유토피아는 인간의 의지가 실현되는 인공적 이상사회다. 이에 비해 아르카디아는 양떼, 산새, 들새와 초원에서 평화롭게 사는 목가적 이상향이다. 동양에서는 요순시대와 무릉도원이 각기 두 가지의 전형으로 꼽힌다.

이상향을 4가지 유형으로 나누기도 한다. 유토피아, 아르카디아, 코케인(Cockayne), 천년왕국(Millennium)이 그것이다. 코케인은 노동이나 수고를 하지 않아도 욕구가 충족되는 환락원이다. 가난한 농부들이 주로 꿈꾼 세상이다. 천년왕국은 신의 섭리가 실현되는 의롭고 선한 사회다. 그 옛날 유럽 민중이 동경하던 세상이다.

이 가운데 유토피아는 인간의 의지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수많은 사상가와 작가들이 갈구했다. 이상향을 얘기할 때 맨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유토피아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유토피아’는 1516년 플랑드르(현 벨기에) 루뱅에서 처음 출간한 토머스 모어의 같은 제목 소설(원제 De optimo reipublicae statu, deque nova insula Utopia)에서 유래한다. 번역하면 ‘최선의 국가 형태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하여’다. 영역본은 모어가 반역죄로 참수형에 처해진 지 16년 뒤인 1551년 모국인 영국에서 출판됐다.

어디에도 없는 곳

유토피아는 그리스어로 ‘없다’는 뜻의 ‘ou’와 ‘장소’를 뜻하는 ‘topos’를 합성한 것이다.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뜻이다. 완벽한 사회이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실현 불가능한 사회라는 의미를 동시에 지녔다. 하지만 이 소설이 출간된 뒤 ‘유토피아’는 모든 것이 완벽한 이상향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굳어졌다. 라틴어로 쓴 이 작품에 모어는 맨 처음 라틴어식으로 ‘아무 데도 없는 곳’이라는 뜻의 ‘누스쿠아마(Nusquama)’라는 제목을 붙였다. 네덜란드 인문학자 에라스무스와 교유가 깊었던 모어는 영국으로 돌아온 후 누스쿠아마를 그리스식 이름인 유토피아로 바꿨다.

작품은 플랑드르 안트베르펜에서 라파엘 히슬로다에우스라는 포르투갈 선원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적는 형식을 띤다. 가상의 인물인 히슬로다에우스는 유명한 항해가인 아메리고 베스푸치를 따라 신세계를 여행하다가 유토피아 섬에서 5년간 생활한 것으로 그려진다.

유토피아의 양대 철학은 평등과 쾌락이다. 평등과 쾌락은 수레의 두 바퀴처럼 긴밀한 관계다. 유토피아의 가장 큰 특징은 공동소유 사회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지만 사유재산을 축적하지 않는다. 집과 옷을 비롯한 물품은 필요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된다. 남녀가 어릴 때부터 평등하게 의무교육을 받는다. 모든 종교를 자유롭게 믿을 수 있다. 플라톤의 ‘국가’에도 공동소유제가 나오지만 귀족들만의 공산주의다. 이와 달리 유토피아는 모든 주민의 공산주의 체제다. 돈을 쓰지 않으며 금욕적인 무소유를 특징으로 하는 점에서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한 사회주의 이론이나 현실 공산주의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유토피아는 54개 자치도시로 구성되고, 주민이 뽑은 대표가 정치를 하는 민주주의체제라는 점이 프롤레타리아 독재체제인 공산주의와 다르다. 지배자도 없고 피지배자도 없다. 공직자는 대부분 선거로 선출되며, 임기는 1년이다.

경제 기반은 공동소유제의 농업이다. 하나의 농장에는 40명 미만이 산다. 2년마다 도시인과 농민이 교체되며, 집도 10년마다 추첨으로 교환한다. 마을회관에서는 모두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한마디로 ‘보편적 복지’가 실현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모든 사람이 하루 6시간만 일한다.

“수염은 반역죄를 짓지 않았네”

양대 철학의 다른 축인 쾌락은 개인적인 쾌락이 아니라 선과 도덕, 사회적 책임을 수반한 쾌락이다. 사람들은 정원 가꾸기를 즐긴다. 그들은 식사를 포함해 여러 가지 일을 공동으로 하며 사치와 허식을 배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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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 | 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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