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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안보연애소설

려명黎明

2장 천사의 초대

려명黎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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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공단 입주업체 용성의 업무과장으로 부임한 윤기철은 남다른 배포와 기지로 북측 고위간부의 신임을 얻는다.
  •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북한 여성 정순미는 윤기철과의 대화 내용을 고스란히 상부에 보고하는데….
려명黎明

일러스트레이션·박용인

“술 한잔 할 테니까 준비해.”

그날 오후, 근로자들이 버스로 퇴근했을 때 김양규가 말하고는 사무실을 나갔다.

전입 축하파티를 하겠다는 말이다. 공장건물 옆 숙소에서 하는 줄 알고 사무실에서 꾸물거리던 윤기철은 잘 차려입은 과장들이 들어서자 어리둥절했다. 윤기철의 표정을 본 기계과장 백종호가 빙긋 웃었다.

“개성식당으로 가는 거야.”

“밖으로 나간단 말입니까?”

“그래, 공단 안에 식당이 있어. 술도 마시고 쇼도 본다구.”

“이야.”

감동한 윤기철의 표정을 본 과장들이 웃었다. 개성식당은 공단 구역 내에 있는데 차로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오후 7시 반이 겨우 넘었을 뿐인데도 홀은 반 이상이 차 있었고 안쪽 무대에서는 3인조 밴드가 경음악을 연주하는 중이었다.

“아, 지배인 동지. 이 사람이 이번에 우리 회사에 새로 온 윤기철 과장이오.”

구석 쪽 빈자리로 가면서 김양규가 다가온 정장 차림의 사내에게 말했다. 50대쯤으로 굵은 눈썹, 곧은 콧날에 단정한 용모의 사내다. 지배인이 윤기철에게 웃음 띤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최 과장 후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지배인이 내민 명함에 안성주라고 적혀 있다. 원탁에 둘러앉은 이쪽 인원은 다섯 명. 김양규는 익숙하게 북한산 술과 안주를 시겼는데 주문을 받아 적는 아가씨는 한복 차림의 미인이다.

“이봐, 윤 과장. 잘 있겠지만 여기서 여자 건들지 마.”

아가씨가 돌아갔을 때 옆에 앉은 백종호가 낮게 말했다.

“옛날에는 여자한테 집적거렸다가 많이 혼났어.”

“어떻게 말요?”

“쫓겨났다고 했어.”

“증거 있습니까?”

“소문이지만 분위기를 보라고.”

백종호가 주위를 둘러보는 시늉을 했다. 과연 모두 얌전하게 테이블에 붙어 앉아 먹고 마시는 중이다. 어느새 스테이지에 여자 가수 한 명이 서 있다. 그때 앞쪽에 앉은 김양규가 말했다.

“이봐, 윤 과장, 여기도 한국과 같다구. 다 사람 사는 세상이란 말야.”

옆쪽에서 왁자한 웃음소리가 터졌다. 손님 대부분이 공단에 입주한 한국인 숙소 생활자들이다. 분홍빛 치마를 구름처럼 부풀리며 아가씨 셋이 테이블로 다가와 술과 안주를 내려놓았다. 그때 스테이지에 서 있던 여가수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오늘 개성공단에 부임해 오신 주식회사 ‘용성’의 윤기철 과장님을 축하합니다. 제가 축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와아.”

테이블에 둘러앉은 동료들이 일제히 환성을 질렀고 주위에서도 박수를 쳤다.

“자, 축하주를 받으세요.”

가수가 말하자 옆에서 기다리던 아가씨가 잔에 술을 따른다. 술병 안에 인삼이든 인삼주다.

“개성공단 사업의 발전을 위하여 건배합시다. 자, 잔을 드세요.”

가수의 지시에 따라 대부분의 손님이 잔을 들었다.

“건배!”

가수의 목소리가 홀을 울렸고 사내들이 일제히 따라 외쳤다. 이렇게 윤기철이 개성공단에서의 첫날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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