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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안보연애소설

려명黎明

3장 연락원

려명黎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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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까지 저었던 전성일이 풀썩 웃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미제 침략에 대한 방어용인데.”

“솔직히 전 실감이 안 납니다.”

머리를 내저은 윤기철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관심이 없어요.”



“그것이 남조선 인민들의 생각인가요?”

“모릅니다.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윤기철의 시선을 받은 전성일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오늘 우리하고 저녁을 먹었다는 것이 곧 남조선 정보기관에 알려질 겁니다.”

“…”

“그들이 곧 윤 선생한테 묻겠지요. 누구하고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말입니다.”

“…”

“내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는 게 낫습니다. 그리고 오늘 모임은 여기 있는 오 국장이 윤 선생을 특별히 초대해서 일 잘하라고 격려하는 자리였습니다. 윤 선생은 공장 대표의 추천을 받은 것이지요.”

옆에 앉은 정순미는 전성일을 응시한 채 눈도 깜박이지 않는다. 경직된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전성일이 상체를 의자 등받이에 기대더니 얼굴을 펴고 웃었다.

“물론 정순미 동무도 안내만 하고 이 자리에는 없었던 것으로 하십시다. 그리고 앞으로는.”

전성일이 윤기철과 정순미를 번갈아 보았다.

“정순미 동무가 윤 선생 업무에 적극적으로 협력해드릴 겁니다. 그러니까 어려운 일이 생긴다면 언제라도 정순미 동무한테 말씀하시면 됩니다.”

돌아오는 차에는 윤기철 혼자만 탔다. 오후 10시 40분이다. 차량 통행이 뚝 끊긴 도로를 달리는 차 뒷좌석에 앉아 윤기철이 창밖을 본다. 머릿속이 텅 빈 것 같고 무거운 돌덩이가 들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전성일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이름도 가명일 것이다. 아무래도 북한 측이 정순미를 매개체로 삼아 뭔가 공작을 꾸미려는 것 같다. 혹시 미인계인가? 윤기철의 머릿속에 정순미의 얼굴이 떠올랐다가 지워졌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적으로? 머리를 기울였던 윤기철이 곧 길게 숨을 뱉었다.

“시바, 내가 거물이 된 것 같군.”

혼잣소리였지만 목소리가 커서 운전사의 시선이 백미러로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벤츠는 잘 달린다. 앞쪽에 회사 건물이 보였을 때 윤기철은 자신의 컨디션이 나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간지 기자인 임승근의 얼굴이 떠올랐으므로 윤기철은 머리를 내저었다. 이건 기삿감이 아니다. 여긴 다른 세상이다.

“오 국장이 일 잘하라고 격려하는 자리였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김양규에게 윤기철이 보고했다. 전성일이 시킨 말에서 한 자도 틀리지 않았다.

“공단 북쪽의 흰색 대리석 2층 건물이었어요.”

윤기철이 화제를 바꿨다.

“사무실 건물 같았는데 요리상이 잘 차려져 있었습니다.”

“정순미는?”

“안내만 해주고 사라졌습니다.”

“오 국장이 다른 이야기는 안 해?”

“저를 좋게 본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일 있으면 말하라고 했습니다.”

“…”

“조 대표가 저를 추천했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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