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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病이 아니다

  • 정여울 | 문학평론가 suburbs@daum.net

고독은 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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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病이 아니다
‘고독과 친구가 되라’는 조언을 많이 듣지만, 막상 말처럼 고독을 진정한 벗으로 삼기는 쉽지 않다. 고독사(孤獨死)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고독을 질병으로 여기는 사회에서 과연 고독은 참된 위로가 될 수 있을까. ‘혼술’이나 ‘혼밥’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는 사회에서 고독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물론 혼자 밥 먹기와 혼자 술 먹기에는 그 나름의 커다란 매력이 있지만 그것이 평생의 습관이 된다면 문제가 있다. 혼자서 무엇이든 잘해내는 것은 좋은 능력이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싫어서’ 혼자만의 세계로 지속적 도피를 꿈꾼다면 그것은 ‘고독의 위로’라기보다는 ‘고독을 향한 도피’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혼자 있음에 중독되지 않고, 혼자 있을 때도 함께 있을 때도 ‘온전히 나다움’을 지킬 수 있을까. 고독을 즐길 줄 알면서도 고독의 편안함에 중독되지 않는 것이 바로 고독의 중용일 것이다. 일상 속에서는 어떻게 해야 ‘고독의 중용’을 지켜낼 수 있을까.

심리학자 앤서니 스토는 ‘고독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 그가 주목하는 고독의 첫 번째 효용성은 바로 ‘나답게 사는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다. 조직을 강조하면 어쩔 수 없이 개인의 창조성이 파괴된다. 오직 조직과 규율만이 최고의 가치로 군림하는 곳에서는 단지 감정만 억압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아가 집단의 자아로 흡수되면 결국 개인의 자아를 찾을 길은 사라져버린다. 개인의 자아가 미처 발달하기도 전에 ‘집단의 자아=개인의 자아’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주입되는 것이다.



고독을 견디는 방법

키부츠 같은 집단양육시설에서는 아이들의 개성이나 창조성이 길러질 여유가 없고 아이들이 좀 더 순응적이고 순종적인 주체로 길러지기 쉽다. ‘너는 해병대 몇 기냐’는 식으로 선후배 관계를 위계질서로 과하게 인식하는 폐단도 이렇게 집단적 자아를 강조하는 문화에서 나온다.

우리는 ‘혼자가 좋다, 혼자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을 충분히 체화하지 못한 채 사회에 내던져진다. ‘고독을 즐기라’는 조언도 그래서 당혹스럽다. 이렇게 힘든 고독을 도대체 어떻게 즐기라는 것인지. 하지만 고독이란 ‘개인으로서의 자립’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고독을 견디는 방법에 따라 인생 자체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독의 두 번째 효용성, 그것은 ‘감정을 삭이고 다스릴 수 있는 시간의 확보’다. 고독한 시간에 우리는 각자의 공간에서 그동안 ‘함께 나눈 시간’을 되새기고 곱씹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저마다의 페르소나 뒤로 숨을 시간이 필요하다. 에티켓과 체면을 극도로 중시하던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여성들도 일과시간이 끝나면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사회생활의 무대 뒤에서 어떻게 잃어버린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휴식을 즐기고 다음 행보를 모색하는지에 따라 삶은 달라진다.

하지만 고독을 견디는 것은 어떤 이에게는 형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고독은 실제로 질병에 가까운 고통이다. 우울에 시달리는 예술가의 고독, 예컨대 카프카의 고독이 그렇다.

카프카는 고독한 것도, 고독하지 않은 것도 두려워했다.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그의 취약한 정신 구조가 무너질까 봐 두려워했고, 누군가 곁에 없어도 그 고독의 시간을 두려워했다. 연인 펠리체에게 편지를 쓸 때는 세상 누구보다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으로 대접하고는, 막상 만났을 때는 그녀에게 거리를 두는 기이한 행동을 펠리체는 이해하지 못했다. 만나지 못할 때는 마치 불멸의 연인인 듯 애절한 사랑의 편지를 쓰고, 막상 만나면 그녀에게 최선을 다 하지 않는 이중성. 그것은 연인의 탓이 아니라 자신의 고독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른 카프카의 책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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