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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⑧

아일랜드가 빚은 명주, 그리고 아버지

  • 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아일랜드가 빚은 명주, 그리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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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네스는 잘 볶은 보리가 빚어낸 묵직하면서도 격조 있는 맛이 일품이다. 옻칠처럼 검고 광택이 나는 맥주를 덮은 하얀 거품은 기네스의 알파요, 오메가다.
아일랜드가 빚은 명주,          그리고 아버지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the Father)’는 아일랜드 출신 짐 쉐리단 감독의 1993년 작품. 이 영화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갈등이 첨예하던 1974년 런던의 한 펍(pub)에서 일어난 폭발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썼다가 결국은 무죄로 석방된 제리 콜론의 자서전 ‘증명된 결백(proved innocent)’에 기초한 논픽션이다.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영국과 아일랜드의 역사·정치적 관계를 알아야 한다.

아일랜드는 17세기 이후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1922년 독립했다. 그 뒤 종교 갈등이 대두된다. 개신교 신도가 많은 북아일랜드 6개 주가 아일랜드공화국 편입을 거부하고 영연방에 잔류하기로 결정하면서 분란이 시작된 것이다. 아일랜드는 가톨릭 신도들의 주도로 건국된 나라다.

영국은 무력을 동원해 북아일랜드 지역에 대한 통치를 기정사실화했으며,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통일을 요구하는 아일랜드계 반(半)군사조직 IRA(Irish Republican Army)는 1969년부터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를 중심으로 테러를 벌였다. 이 갈등으로 1990년대 초까지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같은 종교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결실을 본다.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의 중재로 1998년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이 체결되는데, 강경 개신교 정당인 민주연합당과 가톨릭 원주민 정당인 신페인당은 이 협정을 통해 화합을 약속했다. IRA는 2005년 무장해제를 선언한다.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1974년을 시대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제리 콘론(다니엘 데이-루이스 분)은 자신의 좀도둑질에서 비롯된 주민 폭동의 와중에서 영국군뿐 아니라 IRA한테도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힌다. 제리의 장래를 염려한 아버지 조제프 콘론(피트 포스틀스웨이트 분)은 아들을 런던에 있는 숙모 집으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조제프는 성실하면서 고지식한 사람으로 일상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아일랜드계 소시민. 말썽꾼인 아들 제리는 그런 아버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교도소에서 만난 아버지

제리는 잉글랜드로 가는 페리선에서 우연히 학교 동창인 폴 힐을 만난다. 이 만남은 결국 악연이 된다. 폴과 함께 런던에 도착한 제리는 폐건물에서 히피 생활을 하는 옛 친구를 찾아간다. 그런데 연쇄 폭발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테러범 검거에 나선다. 앞으로 닥칠 불운을 알 턱이 없는 제리와 폴은 고급 창녀의 아파트에 들어가 돈을 훔친다. 제리는 훔친 돈을 갖고 고향으로 되돌아가 호기를 부린다. 그 즈음 런던에서 만난 잉글랜드계 히피 하나가 제리와 폴이 테러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한다. 결국 폴은 런던에서, 제리는 벨파스트에서 각각 체포된다.

영국 경찰은 온갖 고문과 비열한 방법으로 제리에게 자백을 강요한다. 제리는 완강히 부인했으나 고문과 회유에 굴복한 폴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면서 곤경에 빠진다.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아버지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경찰의 협박에 제리는 굴복한다. 거짓 자백을 한 것이다.

어느 날 제리는 교도소에서 아버지를 목격하고 경악한다. 조제프는 아들을 구하고자 런던에 왔다가 제리와 마찬가지로 테러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수감됐다. 아버지뿐 아니라 제리의 친지들이 공범으로 지목됐다. 제리와 조제프는 교도소에서 한방을 쓰는데, 아버지는 아들을 만나자마자 “테러를 저질렀느냐?”고 묻는다. 제리가 “그런 적 없다”고 말하자 조제프는 믿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들을 끌어안는다.

제리는 교도소에서도 아버지한테 투정을 부린다. 아버지의 고지식함에 대한 불만, 아버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자신의 대한 콤플렉스, 자기 때문에 아버지까지 투옥됐다는 자괴감이 뒤섞인 것이었다. 하지만 투정은 잠시였다. 부자는 좁은 감방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진한 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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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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