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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칩 미술가 순례 4

합법과 일탈, 균형과 변화의 경계인 김아타

해체하고 박제하고 소멸시키며 인간 성찰

  • 정준모 미술비평가,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curatorjj@naver.com

합법과 일탈, 균형과 변화의 경계인 김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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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방황

합법과 일탈, 균형과 변화의 경계인 김아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김아타는 역설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김아타는 1956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원래 이름은 김석중인데 2000년 김아타(我他)로 개명했다. 초등학교 교사이던 아버지의 섬세하고 자상한 가르침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사물에 대해 남다른 생각을 하면서 자랐다. 그 후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부산으로 이주했지만 여전히 ‘생각이 많은 섬 소년’이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사진 또는 현대미술과는 거리가 먼 ‘산업역군’이 될 뻔했다. 하지만 전공보다는 철학과 문학에 관심을 가졌고, 사진동아리에서 카메라와 함께 대학시절을 보냈다. 이즈음 대부분의 사진 초보자들이 겪는 것처럼 산천을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사물과 자연을 피사체에 담았다.

점차 사람들에게로 이끌리면서 이들의 삶과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1980년대말 민주화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갈 즈음 군부독재에 항거하다 삶을 빼앗긴 청년들의 영혼을 달래는 이애주의 춤을 기록함으로써 천상의 예술이 아닌 현실을 기록했다. 그 후 탄광촌을 찾아들어 광부들의 삶을 기록한 ‘탄광일기’를 제작하기도 하고, 서커스단원들과 함께하면서 목숨을 걸고 줄을 타는 그들을 ‘곡마단 일기’라는 작품에 담아내기도 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 피해자의 후손으로 태어나 운명처럼 선천적 기형을 안고 살아야 했던 아이들도 그의 눈길을 피할 수 없었다(‘핵의 아이들’). 병원에서 생명의 탄생과정을 기록하기도 하고, 백혈병동에서 소아 백혈암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운명의 아이들을 담은 ‘빙점의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인간에 대한 그의 탐구는 꾸준하면서도 다양하게 실천됐다.



암울했던 1980년대를 터널처럼 거쳐야 했던 그 세대,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외면할 수 없었던 곳에 눈길을 주고 몸을 아끼지 않고 현장에 뛰어들어 피사체인 인물들과 한 덩어리가 된 것이다. 그는 점차 인간의 삶과 죽음, 운명과 현실이라는 이분법이 낳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인간의 형식인 몸보다는 실체인 정신을 만나겠다는 생각으로 정신병동에 들어가 그들을 기록하고 대화하면서 그들의 삶에 매달려보기도 했다. 이때 작품들이 ‘사이코 패스’다.

하지만 당시 그의 사진은 일반적인 다큐멘터리 사진, 현실을 기록하는 사진, 역사의 증인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했을 뿐이다. 이런 방황은 사진작가가 되고자 했을 때 ‘밥 빌어먹는 짓’을 자초하는 아들에게 등을 돌린 아버지를 설득하는 기회를 줬다. 1986년 아버지를 모델로 한 ‘아버지’ 시리즈를 약 4년간 제작하면서 그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변신을 꿈꾸기 시작한다.

1989~90년에는 150여 명의 인간문화재를 찾아다니며 그들과 대화하고 대화를 통해 그들의 꼿꼿한 자신감과 존재감을 날 선 칼날처럼 섬뜩하게 담아낸다. 당시 그의 관심이 인간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몸보다는 정신에 무게를 둔 때문이다.

그는 이런 끝없는 방황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언어를 찾고자 했고 그 과정에 얻은 사진들을 개인전을 통해 끊임없이 발표했다. 이런 일련의 시도는 그를 방황의 종착지로 끌어갔다. 그는 이내 몸과 정신을 서로 떠날 수 없으나, 서로 섞이지도 않는 ‘존재태’로 인식하면서 방황을 끝내고 유랑의 길로 들어선다.

해체된 인간, 박물이 되다

그의 방랑은 자신을 찾기 위한 유랑으로 이어졌다. 그는 외부에 대한 인식의 주체로서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인식하고자 1989년엔 ‘자화상’ 시리즈를, 1990년에는 ‘세계-내-존재(In-der-Well-sein)’ 시리즈를 시작했다. 하이데거의 실존적 태도와 예술작품의 근원에 대한 생각이 바탕이 된 이 작품들은 어둠 속에서 긴 노출로 사물을 촬영한 것들로 여전히 흑백사진을 통해 구체화됐다.

자신을 포함한 인간에 대한 탐구는 집요하게 지속되면서 새롭게 전이되어 1991년 ‘해체’ 시리즈로 이어졌다. 사진에 대한 이러한 열정, 아니 사진을 통한 인간과 자신에 대한 탐구의지는 ‘온에어 프로젝트(ON-AIR Project)’의 기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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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 미술비평가,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 curatorj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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