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호

“진짜 캐주얼로 자신감을 높여라”

  • 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입력2009-06-04 2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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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장보다 캐주얼 입기가 더 어렵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충 입은 듯한 캐주얼 차림에서 세련미와 자신감을 물씬 풍기는 이가 있다. 흔히 넥타이 풀고 면바지 입으면 캐주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대한민국 남자들은 캐주얼을 잘 모른다. 개성을 한껏 살리면서 타인을 충분히 배려하는 캐주얼의 진가를 확인해보자.
    “진짜 캐주얼로 자신감을             높여라”
    영어지만 우리말처럼 익숙해진 ‘캐주얼(casual)’이란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격식을 차리지 않는’의 뜻도 있지만, ‘우연의’ ‘의도 없이’ ‘튀지 않는’ 등의 뜻도 있다. 그러나 정장보다 캐주얼 입기가 더 어렵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캐주얼을 정의하는 것은 물론 구현 방법도 쉽지 않다.

    캐주얼이란 말의 어원은 라틴어의 ‘casualis’로 캐주얼이란 단어가 언제부터 의복에 적용되었는지는 좀처럼 알기 어렵다. 다만 세계대전을 두 차례 겪으면서 군인들이 전투를 하지 않을 때 간소하게 입은 복장을 캐주얼이라고 명명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제임스 딘과 말론 브랜도가 젊은 시절 영화에 입고 나온 티셔츠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캐주얼의 존재감이 강해진 것은 분명하다. 실용주의적 기풍이 강하고 격식보다 편안함이 선호되는 미국식 캐주얼은 티셔츠와 청바지 혹은 치노 팬츠로 불리는 면바지로 대표되는 반면, 정통을 중시하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데 익숙한 영국에서는 취향을 반영한 재킷을 기본으로 셔츠나 바지를 자유롭게 매치하는 차림을 캐주얼로 이해한다.

    이처럼 캐주얼이라는 말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그 적용 방식도 균일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캐주얼이 격식을 차린 정장과 반대되는 의복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강하다. 격식의 해체나 비공식적인 옷차림을 뜻하는 미국식 개념에 더욱 가까운 셈이다. 이렇게 개념이나 이미지가 제한되면 캐주얼한 복장을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창의적으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국 남성들이 ‘오늘은 캐주얼을 입어볼까’ 생각하면, 무의식적으로 점퍼와 반팔 티셔츠, 혹은 골프용 셔츠를 고르는 것이다.

    캐주얼도 원칙과 품위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장과 캐주얼은 대치되는 개념이 아니다. 비즈니스맨이든 예술가든 한 남자가 24시간 내내 같은 옷을 입고 지내지는 않는다.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이거나 인생 앞에는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사람들과의 조우가 기다리고 있다. 자유로운 예술가라 하더라도 시상식이나 결혼식 같은 공식적 행사에는 슈트를 입음으로써 격식을 갖추고, 늘 비즈니스 슈트를 입는 CEO도 주말 골프에는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 수 있는 재킷을 입는다. 그러므로 정장과 캐주얼은 남자의 라이프스타일 중에서 연관성이 높은 두 경우를 대표하는 복장이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제대로 갖추어 입는 신사의 자세다. 이제 한국의 비즈니스 리더들도 ‘품위 있으면서도 고루한 격식에 사로잡히진 않는’ 캐주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점이 됐다. 이미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은 ‘블루종(blouson)’이라 불리는 점퍼류를 입지 않고, 다양한 소재와 패턴의 재킷을 즐긴다. 캐주얼도 나름의 원칙과 품위가 필요하다는 증거라 하겠다.



    자유분방한 캐주얼과 클래식한 캐주얼을 구분하는 데는 지금 우리가 맞이한 이 뜨거운 여름이 적당하다. 여름에 땀이 좀 나는 것은 당연지사, 누군가는 상의를 훌훌 벗어젖히고 적당히 고른 바지에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사무실에 앉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클래식하고 품위 있는 복식을 추구하는 남자라면 옷을 선택하는 데, 반드시 타인의 기분이나 장소의 성격을 고려한다. 그래서 더운 여름이라 해도,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타인에게도 시원해 보이는 리넨 재킷이나 가벼운 팬츠를 입는 다. 그러니 캐주얼도 남이야 상관없이 나만 편하면 그만인 이기적인 옷차림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살리고 편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기분마저 편하게 하는 복장이라고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흔히 생각하듯, 캐주얼이란 넥타이를 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재킷을 기본으로 스웨터나 폴로셔츠를 받쳐 입거나, 니트 타이를 하고, 때로 블레이저에 청바지를 입으면서 스스로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현대적인 재킷의 원형은 소재 생산 기술이 발달하기 전, 무거운 모직으로 만든 길이가 짧은 윗옷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사냥을 즐기는 신사들을 위해 처음 제작된 길고 큰 외투는 말을 타거나 걸어서 사냥감을 쫓아다니기에 불편했다. 따라서 결국 길이와 사이즈가 슈트만큼 짧아졌다. 재킷은 특히 휴양지에서 유용했는데, 휴양지의 분위기와 풍경을 자유롭게 즐기고 싶은 신사들에게 슈트는 지나치게 딱딱한 복장이었기 때문이다. 슈트에 비해 조금 유연하게 그리고 개성적으로 접근해도 좋은 재킷은 그 기원이 승마나 사냥용 스포츠웨어였기 때문에, 현대에서도 가벼운 아웃도어 스포츠나 캐주얼한 복장이 필요한 경우 가장 먼저 선택받는 아이템이다. 본래 스포츠를 위해 탄생한 옷이기에 재킷을 다른 말로는 스포츠코트(sportcoat)라고도 하며, 상의와 하의를 다른 색상으로 매치한다고 해서 세퍼레이트(separate)라는 별칭도 있다.

    “진짜 캐주얼로 자신감을             높여라”

    캐주얼은 나만 편하면 그만인 옷차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분마저 편하게 하는 복장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캐주얼 룩의 기본, 재킷

    재킷은 슈트보다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어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남자들의 필수품으로 사랑받아왔다. 재킷에 적절한 드레스셔츠와 타이, 바지를 갖추면 어느새 비즈니스에 손색없는 정장이 되고, 넥타이를 풀고 컬러감이 좋은 셔츠에 가벼운 면바지를 입으면 멋진 캐주얼로 변신한다. 이처럼 정장과 캐주얼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 재킷은 슈트보다 경제적이고 활용도도 높다. 좋은 재킷 한 벌 마련하면, 몇 가지 셔츠와 바지를 순차적으로 믹스해 옷차림의 경우의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재킷이 자연으로부터 진화한 옷인 만큼, 색상을 슈트처럼 보수적이지 않고 과감히 컬러풀한 것으로 선택해도 좋다. 이제부터는 신선한 에너지를 가진 푸른 나무의 빛, 뜨겁게 이글거리는 석양, 언제나 넉넉함을 잃지 않는 대지 등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상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려보시라. 울(Wool)뿐만 아니라 실크, 리넨, 면 등 다양한 소재로 진화한 재킷은 무게 잡는 규율보다는 자연스러운 품위를 기반으로 입는 이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투영할 수 있는 유연한 아이템이다. 재킷을 과감하게 입을수록 옷 입는 감각과 안목이 높아진다.

    새로운 트렌드로 다가온 비즈니스 캐주얼은, 비록 캐주얼로 명명되어 있으나 비즈니스 과정에서 어떤 파트너를 만나도 기본적 품위를 잃지 않는 유럽식 복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 아직은 슈트 차림에 넥타이만 풀면 그것이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오해하거나, 심지어 점퍼나 카디건 차림을 비즈니스 캐주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비즈니스 캐주얼을 한마디로 축약하면 재킷을 다양하고 품위 있게 입자는 것, 재킷이야말로 창의적인 생각과 상상력을 표현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즈니스 캐주얼은 정장에 대한 단순 반작용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어떤 혁신을 향한 의식적인 노력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이를테면 단지 복장의 변화가 아니라, 기업 구성원들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창의적 사고를 하게 하는 혁신의 필요성 같은 것이다.

    재킷을 기본으로 다양한 캐주얼을 품위 있게 즐기기 위한 핵심 아이템들을 소개한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겠지만, 개인의 취향과 경제사정에 따라 한두 가지씩 시도하다 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 어느새 멋진 스타일을 갖춘 비즈니스맨이 될 것이다.

    캐주얼 핵심 아이템 4

    1 블레이저 | 캐주얼 영역에서 가장 클래식하면서 무게감 있는 필수품으로, 보통 울 소재로 만든 네이비 컬러의 재킷을 말한다. 1920년대 이후 전세계 남자들을 사로잡은 클래식 블레이저는 단정한 라인과 비즈니스에 적합한 색상이 매력인 베이식 룩이다. 전세계 교복이 대부분 블레이저다. 옷장에 싱글 재킷이 많다면 더블 브레스티드(double breasted·앞여밈이 이중처리 된) 블레이저를 택하거나, 전통적인 울 대신 캐시미어, 실크, 리넨, 혼방섬유 등 소재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외관의 디테일은, 동물의 뿔로 만든 단추도 나쁘지 않지만 골드나 실버의 메탈 버튼을 부착하거나 슈트에서 자주 보이는 플랩이 없는 가벼운 포켓으로 남다른 감각을 발휘할 수 있다. 블레이저에는 특별히 그레이·아이보리·브라운 세 색상의 바지가 활용하기 좋고, 화이트·블루·퍼플 셔츠가 잘 어울린다. 이렇게 준비해놓으면, 단 한 벌의 블레이저로 총 9가지 캐주얼 룩을 연출할 수 있다. 만약 블레이저가 싱글, 더블 두 벌이라면 옵션은 무려 18가지가 된다. 여기에 또 다른 재킷이 한 벌 더해지면, 이제 비즈니스 캐주얼 실천은 옷이 있고 없고가 아닌, 상상력의 문제다. 재킷의 컬러는 각자의 피부톤을 감안해야 하지만, 네이비 블레이저 한 벌은 기본으로 갖추는 게 좋다.

    “진짜 캐주얼로 자신감을             높여라”

    클래식 슈트건 캐주얼이건 좋은 옷의 법칙은 어디에서나 통한다.

    2 스포츠 셔츠 | 영국 남자들은 아직도 재킷 벗는 것을 싫어한다. 그들에게 셔츠는 ‘재킷의 속옷’이므로 사람들 앞에 내보이면 안 되고, 셔츠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미국식 관점으로 셔츠는 이너웨어가 아니므로, 미국인들은 셔츠만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데 익숙하고, 셔츠 안에 속옷을 입는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문화적 관점에 따라 캐주얼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슈트에는 양쪽 깃의 각도가 벌어진 와이드 스프레드 드레스셔츠가 기본이고, 얼굴 크기에 따라 깃의 각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재킷 차림에 타이를 매지 않는 경우라면 굳이 각도가 넓은 셔츠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90° 정도 각도를 가진 칼라(collar)의 셔츠를 재킷 색상에 맞춰 입으면 되고, 칼라 깃 끝을 단추로 고정시켜 잠글 수 있게 한 버튼다운셔츠를 매치하는 것도 훌륭한 코디네이션이 된다. 캐주얼 셔츠의 대명사라고 할 버튼다운셔츠는 미국 브랜드 ‘브룩스 브라더스’ 창립자의 손자인 존 브룩스에 의해 1896년에 영국에서 미국으로 전해진 복장으로 지금까지 미국인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다. 네 명이 한 조가 되어 겨루는 영국식 마상 경기 폴로 선수들이 시합 중 칼라가 펄럭이는 것을 막기 위해 버튼으로 고정시킨 것에서 유래했다. 스포츠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약간 거칠고 캐주얼하게 짜인 옥스퍼드 면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의 격식이 필요한 경우 넥타이를 매도 문제가 없고, 넥타이를 풀고 맨 위 버튼까지 풀어버리면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셔츠의 깃이 버튼으로 잘 고정돼 있기 때문에 넥타이 없이 입는 재킷에 가장 적합하나, 그 본질이 캐주얼이기 때문에 슈트 차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3 바지 | 슈트처럼 엄격하지 않다고 해서, 재킷에 아무 바지나 입어도 되는 건 아니다. 재킷과 바지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 착용자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연출한다. 스포츠코트 즉, 재킷의 색상은 바지와 같지 않고, 옅거나 진해야 한다. 같은 색으로 입으면 슈트에 가까운 느낌으로 변질된다. 패턴이 있는 바지와 재킷을 같이 입을 때는 더 신중해야 한다. 잘못하면 서커스 단원처럼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체크나 화려한 패턴의 재킷을 입는다면 바지는 단순한 것을 선택해 중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클래식 캐주얼의 핵심 품목인 네이비블루 블레이저에는 화이트나 그레이 색상의 플란넬 바지가 제격이다. 재킷과 바지가 상호 보완적인 조화를 이루기 위해선, 재킷과 바지를 조합할 때 소재와 색상을 한 번 더 고려해야 한다. 울이나 리넨 소재의 재킷이라면 그보다 얇은 울 소재 바지가 잘 어울린다. 재킷이 두꺼운 트위드라면 역시 두툼하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바지를 고르는 것이 좋다. 취향에 따라 면바지나 블루진을 매치하는 것도 멋진 캐주얼 룩을 연출하는 방법이다. 요컨대 재킷과 바지는 밸런스를 이루면서 서로를 보완하는 파트너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리 캐주얼로 입는 바지라도 바지 길이가 너무 길면 구두 근처에 지저분한 주름을 남기면서 다리도 짧아 보인다. 구두를 살짝 덮을 정도의 길이가 적당하다. 커프스 혹은 턴업(Turn-up)이라고 하는 바지의 단 처리는 슈트나 재킷의 차림새를 좀 더 드레시하게 하는 장점이 있으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너무 두터운 소재가 아니라면 바지 끝을 턴업 하는 것이 어느 정도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효과 때문에 바지의 모양새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4 구두 | 이 세상에 남자 구두는 두 가지다. 끈이 있는 구두와 끈이 없는 구두. 전자를 옥스퍼드(oxford)라고 하고 후자를 슬립온(slip-on)이라고 부른다. 옥스퍼드는 발목 아래쯤에 낮게 커트된, 끈 구멍이 세 개 이상 있는 끈 달린 모든 구두의 총칭이다. 반면 슬립온은 끈이 없고 구두의 앞쪽 등가죽이 짧다. 옥스퍼드는 슈트나 재킷에 모두 잘 어울리고, 슬립온은 오직 재킷에만 신는다. 그러므로 캐주얼 복장을 선호한다고 해도 옥스퍼드는 여전히 우선적으로 준비해야 할 아이템이며, 이를 충분히 갖춘 후에 테슬 로퍼, 페니 로퍼, 모카신 등 다양한 슬립온으로 재킷을 마무리하면 된다. 복장에 따라 옥스퍼드나 슬립온을 구별해 신을 때도 항상 클래식한 스타일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모든 패션 아이템이 그러하듯 클래식 스타일은 유행에 민감한 제품들보다 더 다양하게 활용할수 있고, 실수할 염려도 없으며, 대부분의 장소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보석이 고전적이고 고급스러우며 우아한 스타일일수록 모든 장소에 잘 어울리듯이 말이다.

    재킷에 잘 어울리는 구두를 고르는 데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 재킷보다 어두운 색상의 구두를 신는다. 너무 옅은 색의 구두나 양말은 타인의 시선을 발쪽으로 유인해 키가 작아 보이게 할 수 있다. 둘째, 재킷과 조화를 이루는 컬러를 고른다. 짙은 네이비 상의에는 와인색 구두가 좋고, 그레이 색상의 재킷에는 다크 브라운이 잘 어울린다. 브라운 계통의 구두는 블랙을 제외한 어떤 종류의 슈트나 재킷과도 잘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색상이다. 블랙이 구두의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온 우리나라에서 브라운 컬러는 낯설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는 블랙에 가까운 진한 초콜릿 컬러의 구두를 신으면 된다. 너무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점진적으로 브라운 계통으로 바꿔나가기에 좋다. 셋째, 의상의 화려함을 감안해야 한다. 모카신이나 로퍼는 캐주얼 의상에 잘 어울린다. 또한 의상의 실루엣과도 균형을 잘 맞추는 구두여야 한다. 헐렁한 의상에 코믹하고도 작은 슬립온을 신는다면 균형이 맞지 않는다.

    심플한 디자인, 유행 초월하는 실루엣

    여성의 옷은 타인보다 자신의 기분과 취향이 최우선으로 고려된다. 이와 달리 남자의 모든 옷은 역사적으로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를테면 정장은, 어떤 상대와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적절하게 이해할 수가 없다. 지극히 공식적인 복장이므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합의된 원칙들을 되도록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재킷으로 대표되는 캐주얼을 입을 때도 역시 타인의 시선을 우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를 배려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편안하고 즐거워지는 옷차림, 이것이 캐주얼의 본질이며 오랜 세월 동안 다져진 신사의 문화다.

    사실 대한민국 남자들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어지럽고 기묘한 스타일의 재킷과 셔츠에 파묻힌 나머지, 정말로 우수한 품질의 클래식 캐주얼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캐주얼의 세계에는 어느 정도의 자유와 파격이 허용되지만, 질 좋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캐주얼웨어를 발견하고 그것을 잘 소화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비록 캐주얼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한 옷, 그래서 착용자의 자신감을 높여주는 옷의 조건은 심플한 디자인에 뛰어난 옷감의 질과 착용감, 유행을 초월하는 실루엣이어야 한다. 브랜드 로고는 중요하지 않다. 극도로 세련된 캐주얼이라면 아주 늙어서도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일 것이다. 결국 캐주얼이건 규칙이 많은 클래식 슈트건 본질은 같다. 패션 감각을 키울수록 더욱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으며, 제대로 고른 옷은 유행에 상관없이 오래 입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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