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호

Mr.를 버려라!

  • 입력2009-05-29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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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를 버려라!
    지난 호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글로벌 인맥의 중요성에 대해 다뤘다. 이번 호에서는 글로벌 인맥을 만드는 데 요긴한 팁을 하나 전하고자 한다. 친구 사귀기의 첫걸음은 상대방을 잘 기억하고 그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부르지조차 못 한다면 진정한 친구라 할 수 없고, 또 관계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무척 상식적인 이야기 같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왜 그럴까.

    나라마다 이름의 개념과 중요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사회에서는 사회생활에서 상대방을 이름(first name)으로 부르지 않는 것이 예의다. 즉 “철수” “영희”라고 부르는 대신 “김 과장” “박 부장” “이 교수” 식으로 성에 직함을 붙여 부른다. 이런 경향은 직급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진다.

    하지만 글로벌 무대에서는 반대다. 가깝고 친한 사이일수록 서로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는 것. 이들에겐 성(family name)보다는, 이름(first name)이 훨씬 중요하다. 미국 유럽 등 기독교 문명권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이름이 성(姓)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자면 Johnson이나 Thomson, Peterson 등은 각각 요한(John)과 도마(Thomas), 베드로(Peter)의 아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또는 중남미 라틴문화권에서는 본인 이름 뒤에 어머니 이름, 아버지 이름, 세례명 등이 전부 나열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형식상 성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아버지의 이름에 Mr.란 호칭을 붙인다면 썩 기분 좋은 일은 못 된다).

    이슬람문화권에서도 성의 개념이 다르다. 예를 들어 주한 사우디아라비아대사의 풀네임(full name·성명)은 Abdullah bin Abdulaziz bin Abdullah Al A′ifan이다. 무척 긴데, 그 뜻을 추적해보면 ‘압둘라 알아이판’의 아들 ‘압둘아지즈’의 아들인 ‘압둘라’라는 의미로 진짜 이름, 퍼스트 네임은 압둘라인 셈이다(bin은 누구의 아들이라는 뜻). 그러니 이 경우 “미스터 압둘라 알아이판”이라고 했다가는 할아버지 이름에 Mr.를 붙여서 불러주는 격이다. 이처럼 우리와 성의 개념이 다른 나라가 많기 때문에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기 전 그 구성에 대해서 한 번쯤 물어보는 것도 좋다. 그 역시 좋은 대화 소재가 될 것이다.

    물론 낯선 외국인의 이름은 부르기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외우기도 쉽지 않다. 이를 위해 필자는 다음의 방법을 사용했다.



    첫째, 일단 소개를 받으면 되도록 상대방의 이름을 풀네임으로 복창하듯이 “Nice to meet you, Mr. Tom Jones” “It′s a pleasure to meet you, Mr. Tom Jones” 또는 “It′s an honor to meet you, Mr. Tom Jones”라고 불러준다. 이 경우, 내가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하기도 쉬울뿐더러 잘못된 발음의 경우 상대의 교정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다음으로, 격식을 갖춰야 할 상대라면 한두 번쯤 만난 뒤 퍼스트 네임으로 옮겨가는 단계를 밟는다. 상대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파악한 만큼 앞으로 어떻게 부르는 게 좋을지를 가볍게 묻는다. “How shall I call you?” “How do you prefer to be called?”라고 물은 뒤 상대가 응하면 자연스럽게 서로 퍼스트 네임을 부르는 관계로 나가면 된다.

    그러나 특별히 격식을 갖추어야 할 상대가 아니라면 인사 소개 후 바로 “Tom, if I may~(톰, 제가 실례가 안 된다면~)” 하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개진하는 것도 좋다. 이런 적극적 접근 방식에 대해 상대가 “No”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30년에 걸친 필자의 글로벌 무대 경험에 비추면 그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사교 무대에서 Mr. Jones의 Mr.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칭이라기보다는 거추장스러운 격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에게 외국인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그들에게 우리 이름은 더욱 어려울 수 있으므로 자기 이름을 어떻게 발음할지, 어떻게 하면 상대가 내 이름을 잘 기억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대원(徐大源)

    1949년 서울 생

    서울대 외교학과 졸

    주UN 대사(차석), 주헝가리 대사, 국가정보원 1차장 역임

    現 현대로템 상임고문, 광운대 석좌교수

    저서 ‘글로벌 파워 매너’


    필자는 “Call me Dae-won, it′s like Day one, Day two” (D-day 후 D+1, D+2의 뜻)식으로 팁을 주는데, 그러면 상대는 기억하기 쉽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한다. 이처럼 자기 이름을 어떻게 정확히 발음하게 하고 기억시킬지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는 미스터 없이 서로 퍼스트 네임으로 불러줄 때 진정한 친구관계가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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