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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원의 글로벌 매너⑤

양식 메뉴 제대로 알기

양식 메뉴 제대로 알기

양식 메뉴 제대로 알기
많은 분이 먹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양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것 같다. 필자가 최근 한 대기업 임직원을 상대로 양식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 조사한 결과 1주일에 1회꼴로 양식당을 찾는 사람이 5% 미만, 월 1회는 10% 수준이었다. 음식 선택은 각자 기호의 문제이지만, 우리가 양식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양식과 가까워지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잘 모르니 안 먹게 되고, 안 먹으니 잘 모를 수밖에 없는 일종의 악순환구조인 셈이다.

36년 전 외교관으로 첫발을 내디딜 때 정식 양식당(미8군 영내 식당으로 기억한다)에서 선배 한 분에게 양식을 대접받은 적이 있다. 비프스테이크 외에는 아는 음식 이름도 없었고 메뉴를 보아도 알 만한 것이 없어서 웨이터에게 그냥 비프스테이크를 달라고 하자 웨이터는 비프스테이크는 없다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필자가 메뉴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역시 비프스테이크는 없었다. 양식당에서의 첫 경험인지라 당황하면서 메뉴 한구석에서 유일하게 아는 이름인 카레라이스를 겨우 찾아내어 얼른 주문하고 말았다.

나중에 옆 테이블 사람들이 비프스테이크 같은 것을 먹고 있어서 다시 웨이터에게 물어본 끝에 메뉴에 쓰여 있는 필레미뇽(Fillet mignon), 서로인 스테이크(Sirloin steak), 티본 스테이크(T-bone steak) 등이 비프스테이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그 후 메뉴를 한 부 얻어다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를 하고, 양식당에 갈 때마다 하나하나 먹어보면서 메뉴를 익혀나갔다. 이렇게 의식적인 노력을 수년간 한 결과 이탈리아 음식, 프랑스 음식 등 대표적인 양식 메뉴에 익숙해졌다.

양식의 주요리(main dish)는 쇠고기를 구운 비프스테이크이며 부위별로 구분한다. 제일 고급이 필레미뇽이라는 안심(tenderloin) 부분으로 소의 연한 허리살이다. 서양에서는 이를 최고의 부위로 친다. 안심과 함께 등심(sirloin)도 높이 치는데 뉴욕주의 모양처럼 생긴 삼각형의 뉴욕컷(New York Cut)이 대표적이다. 갈비뼈 근처, 안심과 등심 사이에 뼈가 붙은 고기를 요리한 것이 티본 스테이크다. 안심 스테이크 중에서 필레미뇽과 함께 유명한 메뉴로는 샤토브리앙(Chateaubriand)이 있다.

이 외에 양식에서 즐겨 사용하는 고기 종류로는 양(lamb), 송아지(veal), 닭(chicken), 오리(duck) 등이 있다. 또 생선 종류로는 참치(tuna), 연어(salmon), 대구(cod), 농어(sea bass), 송어(trout), 넙치(sole), 가자미(turbot) 등이 주요리에 속한다. 요즈음 가벼운 점심 메뉴로 인기 있는 이탈리아 파스타(밀가루 음식이라는 뜻)는 면의 굵기와 모양에 따라 스파게티, 링귀니, 페투치네, 펜네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쌀로 만든 요리인 리조토(risotto)도 알아두면 좋다. 이런 요리들의 이름을 잘 모를 때는 웨이터에게 물어보아도 된다.

서양요리의 기본 코스는 애피타이저, 수프, 샐러드, 메인 코스, 디저트로 구성되며 이 중 두 코스 내지 세 코스를 드는 것이 보통이다. 격식을 갖추어 먹을 때 나오는 최고급 애피타이저로 철갑상어알인 캐비어(caviar), 거위간 요리인 푸아그라(foie gras), 달팽이요리(escargot), 파르마햄과 멜론(prosciutto & melon) 등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서양음식의 디저트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서양사람들은 빠뜨리지 않는 중요한 코스다. 손님을 접대할 때는 반드시 디저트를 권해야 한다. 대표적인 디저트로는 치즈케이크, 초콜릿케이크, 푸딩, 파이 등이 있으며 프랑스 요리로는 수플레(souffl), 크렘브륄레(crme brulee) 등이 유명하다.

비즈니스 사교의 기본은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다. 손님을 양식당에 초청할 때 주인(host)은 접대 매너의 기본은 물론이고, 음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호스트가 음식을 즐겨야 손님도 같이 즐기게 된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은 즐기기 어려운 만큼, 자주 먹어보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메뉴는 물론 기본적인 음식용어들도 알고 있어야 손님과 함께 웨이터에게 음식을 주문할 때부터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필자는 30여 년 전 초급 외교관 시절, 첫 해외근무지에서 한국음식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겠다고 작정하고 6개월 동안 밥과 김치, 된장찌개를 전혀 먹지 않은 적이 있다. 이후로는 한식을 먹지 않아도 별로 불편하지 않게 됐고 어느 나라 음식과도 어려움 없이 친숙하게 되었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려는 사람은 음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필수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서대원(徐大源)

1949년 서울 생

서울대 외교학과 졸

주UN 대사(차석), 주헝가리 대사, 국가정보원 1차장 역임

現 현대로템 상임고문, 광운대 석좌교수

저서 ‘글로벌 파워 매너’


외국에 나가서 한식당을 찾아다니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부터 외국음식에 익숙해져서 외국에 나가서는 현지 음식도 즐기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마음껏 활동해보자. 무엇보다 음식은 문화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언어가 당장 쉽게 통하지 않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통해 세계인과 폭넓은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신동아 2009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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