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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원의 글로벌 매너⑥

한식 맛깔스럽게 대접하기

한식 맛깔스럽게 대접하기

한식 맛깔스럽게 대접하기
30여 년간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접대를 하든 받든 양식(洋食)을 먹을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한식당이나 집으로 중요한 외국손님을 초대해 한식을 대접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식은 독특한 맛과 운치뿐 아니라 저칼로리의 건강식이라는 점에서도 글로벌 무대에서 손색이 없는 음식이다. 그러나 격식을 갖춰 한식을 대접하려면 적잖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왜 그럴까.

첫째, 서양음식은 대부분 시간 전개형인 반면, 한식은 공간 전개형이라는 차이점 때문이다. 양식은 코스 요리가 기본이지만 한식은 푸짐한 한 상으로 나온다. 반상, 주안상, 교자상 등 음식을 한꺼번에 전부 차려낸다. 이에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은 어떤 음식이 주(主)고 부(副)인지, 뭘 먼저 먹고 뭘 나중에 먹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한다. 밥과 반찬에 대한 개념이 아예 없다.

글로벌 무대에서 외국인에게 한식을 대접할 때는 음식을 한 사람 앞에 한 접시씩 순서대로 시간 여유를 두며 올리는 게 무난하다. 간장과 김치, 나물, 젓갈 등 서너 가지 밑반찬은 처음부터 상 위에 준비해놓아도 무방하다. (이들 밑반찬은 수시로 먹는 거라고 설명해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런 다음 코스의 가짓수에 따라 ▶애피타이저 ▶죽 ▶생선 ▶고기 ▶밥과 국 ▶후식 순서로 내면 외국인들도 쉽게 이해한다.

식당에 초대할 때도 이렇듯 코스 형식으로 서브하는 음식점에서 접대하는 게 그들 쪽에서도 더 격식 있는 대접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수저의 경우 서양식으로 바깥쪽부터 ▶죽 ▶신선로 등 국물 음식 ▶밥을 먹을 때 사용하는 수저 순으로 놓는 게 혼란을 줄인다.

필자가 오랫동안 지켜봐온 바로는 외국인이 한식을 어렵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 맛, 둘째 강한 냄새, 셋째 식당의 비위생적 분위기인 것 같다.

우선 맛을 보자. 한식 요리는 밥을 먹기 위한 반찬으로서의 보조역할이다보니 일반적으로 짜고 맵다.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다른 나라 음식에 비해 한식은 맛이 매우 강한 편이다. 외국인 접대를 위해 음식을 준비할 때는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 외국인, 특히 아시아에 와본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을 대접할 때는 너무 짜거나 맵지 않게 간을 맞추고 마늘도 되도록 적게 쓰는 게 좋다. 국에 건더기가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 외국인이 많으므로 만둣국 같은 경우 만두를 아주 작게 빚고 한두 개만 넣는 것이 좋다. 또 잣죽과 호박죽은 국이 아니지만 수프 대신 내놓을 수 있다.

서양식으로 짠 한식 메뉴의 예를 들자면, 5단계 정식 오찬 메뉴로는 ▶잣죽 ▶옥도미찜 ▶인삼구이와 야채 ▶진지와 신선로 ▶한과 ▶수정과(커피나 차 대신) 정도가 좋다. 만찬의 경우에는 ▶인삼오이냉채 ▶대춧국 ▶은대구구이 ▶궁중신선로 ▶갈비구이와 더운 야채 ▶진지와 만둣국 ▶생과일과 한과 ▶홍삼차 등을 고급 메뉴의 예로 들 수 있다. 차는 손님의 기호에 따라 커피나 홍차를 낼 수도 있고 인삼차와 녹차 가운데 선택하게 할 수도 있다.

손님 수가 많으면 한식을 서양식 뷔페 스타일로 서브하는 것도 괜찮다. 음식 수는 김치나 나물 종류를 빼고 4~5가지가 적당하며, 흰밥과 함께 김밥이나 볶음밥을 내놓는 것도 좋다. 수저와 더불어 포크와 나이프도 당연히 준비한다. 손님들이 궁금해 할 요리 이름과 간단한 설명(재료나 조리방법)을 곁들이면 호텔에 버금갈 정도로 격식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과의 오찬이나 만찬에서 어떤 술을 사용하느냐가 문제가 되는데, 고민스러운 대목이 요리와 술의 관계가 한국과 서양에서 정반대에 가깝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요리는 술을 마실 때 곁들여내는 안주로 여겨진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요리를 맛있게 먹기 위해 술(포도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서양식 서브 형태로 한식을 대접할 때는 와인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서양식 개념에 맞춰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우리 전통술이 아직 충분히 개발돼 있지 않아서였다. 따라서 복분자주, 청주, 매실주, 인삼주 등을 계속 개발하고 개량하면 외국인을 위한 식탁주로서의 활용도가 충분히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한식을 음식점에서 대접할 경우 식당의 문화수준에 관해서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양인이 일식당을 좋아하는 것은 음식이 풍기는 매력도 매력이지만 정숙한 분위기와 정갈한 식탁 매너, 식당 직원들과 셰프의 엄숙한 작업 분위기, 이국적인 인테리어와 장식도 한몫을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외국인은 일식에 관해서는 확고한 개념을 갖고 있다.

서대원(徐大源)

1949년 서울 생

서울대 외교학과 졸

주UN 대사(차석), 주헝가리 대사, 국가정보원 1차장 역임

現 현대로템 상임고문, 광운대 석좌교수

저서 ‘글로벌 파워 매너’


반면 한식은 비빔밥이나 갈비 등 몇 가지 요리만 겨우 기억하는 정도다. 음식이야말로 종합 문화이며 한 국가의 정체성에서 중요한 영역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대목이다. 외국인을 접대할 때, 특히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경우에는 이런 점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정부가 한식의 세계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식 메뉴, 특히 메인 디시를 개발하고 식당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양질의 전문 요리사를 양성하는 작업을 통해 한식을 한층 자신 있게 외국인에게 대접할 수 있는 글로벌 음식으로 격상시키는 2009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신동아 2009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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