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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의 미술과 마음 이야기

‘절규’ ‘담배를 든 자화상’

에드바르트 뭉크

  • 박상희 |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절규’ ‘담배를 든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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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에서 희망을 그려내다

저는 금수저와 흙수저의 이러한 비교가 우리 사회 현실을 분명 과장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수저론은 일방적 풍자가 아니라 현실의 단면을 반영한 것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의 경우 스스로 흙수저라고 생각하는, 상대적 박탈감을 갖는 친구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에서 분명히 심각하고 슬픈 현상입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나느냐에 따라 삶이 이미 결정된, 상시적인 불안과 공포를 안겨주는 사회란 얼마나 비극적인 것인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 문제가 단순하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 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와 개인의 두 차원에서 변화를 위한 노력을 중단 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사회제도의 차원에서는 각 세대가 겪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이 필요합니다. 불안의 사회적 원인인 대학입시, 청년실업, 구조조정, 노후빈곤 문제를 푼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이슈들을 해결하려면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 패러다임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담사인 제가 제도 개혁을 말한다는 것이 다소 망설여지지만, 저는 경제성장에서 사회복지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주요 제도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크게 공감합니다. 이념적 편향을 넘어서 국민 다수가 지지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이 올바르게 이뤄져야 우리 사회가 적어도 헬조선, 흙수저라는 자조적 풍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제도 개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개개인의 마음의 변화와 다짐입니다. 제도가 아무리 잘 설계됐다 하더라도 이 제도를 바꾸거나 실천하는 것은 개인입니다. 각자가 좌절하지 말고 불안에 맞서는 의지, 절망에 맞서는 희망의 마음을 가져야만 우리는 비로소 문제 해결의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뭉크의 또 다른 그림은 ‘담배를 든 자화상(Self-portrait with Burning Cigarette·1895)’입니다. ‘절규’를 발표한 지 2년 후 그린 작품입니다. 작품을 보면 화면 전체에는 여전히 뭉크 특유의 우울함이 감돕니다. 인물과 배경의 경계가 불분명한 검고 푸른색으로 가득 차 있고, 담배 연기와 함께 모든 것이 사라질 듯 불안함도 줍니다. 하지만 제가 이 그림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뭉크가 그린 자신의 얼굴에 서린 단호한 의지 때문입니다. 캔버스 이쪽의 자신을 응시하는 또렷한 두 눈과 굳게 다문 입술은 감상자의 시선을 잡아끕니다. 불행한 가족사와 내면의 우울을 똑바로 응시해 이겨내려는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감상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전달하려는 뭉크의 마음을 저는 이 ‘담배를 든 자화상’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절망에서 희망을 그려낸 화가입니다.

새해엔 새 희망을!

‘절규’ ‘담배를 든 자화상’

‘담배를 든 자화상’

어떤 분은 현실이 절망적인데 어떻게 희망을 품을 수 있겠느냐고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사회제도와 구조가 개인의 변화를 허락하지 않을 경우 그 제도와 구조에 맞서는 개인의 도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개인의 변화 없이는 사회의 제도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기도 어렵습니다.
새해가 열렸다고 해서 저절로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1년을 맞이하는 지금 새로운 희망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개인적 희망과 사회적 희망 두 가지 모두 포기할 수 없습니다.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는 공황장애를 앓으면서도 저렇게도 선명한 눈빛과 표정으로 자신의 불안과 고통에 대항한 뭉크의 강건함에서 위로와 희망을 찾았다면 제가 상담학을 전공하는 개인주의자라서 그런 것일까요.
저 역시 종종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처럼 삶이 언제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새해를 여는 지금 저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해피뉴이어(Happy New Year)! 힘들더라도 낙심하지 말자. 네 안에는 생명을 향한 강건한 불꽃이 있어. 잘 해낼 수 있어.” 여러분은 스스로에게 어떤 격려를 해주며 새해를 시작하시는지요. 2016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절규’ ‘담배를 든 자화상’
박 상 희

● 1973년 서울 출생
●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문학박사,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방문학자
● 現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JTBC ‘사건반장’ 고정 패널
● 저서 : ‘자기대상 경험을 통한 역기능적 하나님 표상의 변화에 대한 연구’ 등



신동아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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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 샤론정신건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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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규’ ‘담배를 든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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