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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미의 달콤쌉쌀한 스위스

코코넛 안에 복숭아씨 있다?

인구 4분의 1이 외국인

  • 글·사진 신성미 | 在스위스 교민 ssm0321@hanmail.net

코코넛 안에 복숭아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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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많은 외국인이 스위스에서 외국인 친구가 아닌 토박이 스위스인 친구를 사귀기가 무척 어렵다고 토로한다. 얼마 전 SRF의 다큐멘터리 한 편을 봤다. 젊은 독일인 여성이 취리히의 유명 출판사에서 1년간 일하다 그만두고 자발적으로 독일로 돌아가는 이야기였다. 사람 사귀기 힘든 스위스에서 겪은 외로움 때문이었다. 그녀는 “스위스인들은 공손하지만 온정이 느껴지진 않는다”고 했다.

마음을 열고 사람을 사귀는 방식을 논할 때 보통 독일어권 스위스인들을 ‘코코넛 문화’, 미국이나 캐나다 등 영어권 사람들을 ‘복숭아 문화’라고 한다. 겉은 말랑말랑한데 속에는 단단한 씨가 박힌 복숭아처럼 미국인과는 처음에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고 친해지기는 쉬워도 진정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큼 가까워지는 건 어렵다고 한다. 반면에 껍데기는 단단하지만 일단 그것을 뚫으면 속은 부드러운 코코넛 같은 게 스위스인이라는 것이다. 가까워지기가 몹시 어렵지만 한번 친해지면 성심성의껏 정을 준다는 것이다. 영어 연수를 위해 캐나다에서도 살아봤고 지금은 스위스 독일어권 지역에 사는 나로서는 이 말에 웬만큼 동의한다.



환영 못 받는 이방인

코코넛 안에 복숭아씨 있다?

찰리 채플린, 프리드리히 니체, 헤르만 헤세, 제임스 조이스, 프레디 머큐리

내가 지켜본 바로는, 스위스인들은 한국인들만큼 평소에 많은 사람을 만나진 않는 것 같다. 비교적 소수의 사람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다. 우선 일로 만나는 사람과 사생활에서 만나는 사람의 경계가 뚜렷해서, 퇴근 후에는 직장 동료나 일로 알게 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사적인 영역에서도 배우자나 파트너, 가족, 오래된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그러니 외국인이 이런 단단한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스위스인과 친해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경우에는 남편이 스위스인이라 스위스인들을 사귀고 스위스 사회와 문화에 통합되기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그리고 스위스인들은 한국인들과 달리 친구들을 만날 때 파트너와 함께 만나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남편의 친구들, 그들의 파트너들과도 어렵지 않게 친해졌다. 스위스 친구들은 내게 친절하고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지만, 친구 사이에도 너무 격식을 차리고 공손한 태도에 조금 거리감을 느낄 때도 있다. 외국인으로서 현지인들과 친해지고 싶다면 외국인 스스로 먼저 호의적이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스위스에는 외국인이 많이 살고 공식 언어가 4개(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레토로만어)나 될 정도로 다문화 사회이지만, 스위스 신문과 방송을 보면 많은 외국인은 자신들이 환영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특히 농촌과 산악지역으로 갈수록 외국인에 대해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경우가 많다.

얼마 전 SRF 방송에서 독일인 리포터가 스위스의 한 농촌 지역을 방문했다. 반(反)이민정책을 내세우는 우파 스위스국민당(SVP) 지지율이 76%나 되는 보수적인 마을이었다. 리포터가 양떼를 몰고 지나가던 늙은 농부에게 물었다. “저는 독일인인데요, 여기서 일을 해도 될까요?” 그러자 늙은 농부가 외쳤다. “독일 사람처럼 생겼군. 여기서 일을 할 수야 있겠지만 난 자네가 필요 없수다.”

TV를 보면서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자기들과 외모도 비슷하고 같은 언어를 쓰는 독일인한테도 저렇게 이방인 취급을 하는데 외모부터 완전히 다른 동양인인 나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다행히 아직까지 나는 외국인으로서 스위스에서 살아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한번 기분이 몹시 나빴던 경험은 있다.

한국에서 친한 지인이 놀러 와서 같이 동네를 한가롭게 산책하고 있는데 순찰 중이던 경찰차가 우리 옆에 멈춰 섰다. 경찰이 창문을 내리더니 다짜고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했다. 나는 거리낄 게 없어 친절하게 응했다. 신분증은 집에 있으며 지금은 동네 산책 중이라고.



산책하다 불법체류자 몰려

그러자 경찰은 신분증이 왜 필요한지 아무 설명도 없이 갑자기 단호하게 나오며 “신분증이 없으면 지금 경찰서로 가자”고 했다. 아니, 집 앞에서 산책하는데도 외국인이면 늘 신분증을 소지하고 다녀야 하나,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더니 경찰은 스위스에 입국할 때 공항의 입국심사관이 말해줬을 거라고 했다. 입국심사관이 그런 고지를 해준 적이 없다고 했더니, 그걸 모르고 스위스로 입국한 내 잘못이라며 경찰서에 가자는 것이었다. 경찰의 말투는 몹시 위압적이었다.

지인은 이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어서 경찰서에 갈 경우 비행기 시간을 놓칠 수도 있었다. 공항이나 국경 검문소도 아니고 동네에서 별안간 이런 검문을 당하니 당황스럽고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사는 도시에 동양인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 우리의 외모가 더욱 눈에 띄었을 것이다.

“나는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외국인이며 집이 여기서 3분 거리에 있으니 거기서 내 신분증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경찰은 우리 집까지 같이 가줄 수 없다고 고집했다. 결국 내 주소와 이름, 생년월일을 알려주고 또 다른 경찰이 시청에 전화해서 내가 합법 거주자인지 확인한 후에야 우리에게 가도 좋다고 했다. 지인도 여권 정보를 알려줬고, 경찰은 오후에 지인이 정말 출국했는지 공항에 확인하겠다고 했다.

나는 강압적인 말투로 명령하는 경찰에게 “아무리 경찰이라지만 무슨 이유로 신분증이 필요한지 설명도 없이 지나가는 행인에게 다짜고짜 그렇게 불친절하고 강압적으로 말할 권리가 있느냐”며 따졌다. 당시 스위스에 온 지 5개월밖에 안 돼 독일어를 잘하지 못했는데도 열이 받으니 신기하게 독일어가 술술 나왔다.

옆에 있던 경찰이 뒤늦게야 “이 근처 중국 식당에서 불법체류자를 고용한다고 해서 순찰 중”이라고 설명했다. 오직 내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중국 식당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로 간주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몹시 불쾌했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들은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그런 일을 겪어 화가 나셨는지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기면 현장에서 바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사실 웬만한 스위스인들은 예절과 교양을 중시해서 그런지 외국인 앞에서 대놓고 차별하진 않는다. 나 역시 그 ‘무례한 경찰 사건’ 말고는 외국인이라고 차별이나 무시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뒤에서는 이민자들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풍토가 이 나라에도 있다.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제도가 바로 ‘이민제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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