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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집 짓기는 욕심 내려놓기

2화_사고, 팔고, 이사 준비

  •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집 짓기는 욕심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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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을 짓는다는 것은 희망을 이뤄나가는 여정이지만, 허영을 하나둘 내려놓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희망 더하기’ 과정이라기보다 ‘욕심 빼기’ 과정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버리고 또 버려라, 그러면 문이 열린다.
집 짓기는 욕심 내려놓기

산책의 재미에 눈뜨게 하는 혜화동 골목길.

햇빛이 집 전체를 감싸듯 따뜻하게 비추는 아담한 집. 지난해 3월, 나는 그 집을 보자마자 사랑하게 됐다. 집 탐색이 취미인 내가 그 집을 본 뒤론 다른 집은 아예 찾지도 않았을 정도다. 신혼 때 산책 다니던 길에선 눈에 차지 않던 그 집이 왜 지금 와서 예뻐 보였을까.

시절이 바뀌어 주변에 깨끗한 집들이 들어섰기 때문일까. 분명 그건 아닐 것이다. 깨끗한 빌라로 채워진 골목보다는 화분을 옹기종기 내놓은 한옥이 나란히 늘어선 골목길이 좋은 걸 보면. 그건 아마도 여러 집을 놓치거나 망설이는 과정에서 현실을 깊이 인식했기 때문이리라. 매물을 확인하며 매번 기대에 부풀고 또 여러 번 실망하면서 욕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평수를 나 나름대로 계산해본 결과일 것이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마음속 희망을 이뤄나가는 여정이기도 하지만, 허영을 하나둘 내려놓는 과정, 희망 더하기의 과정이라기보다 하나둘 욕심 빼기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핸디캡,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가 반한 집은 벽돌로 둘러싸여 외양은 전혀 한옥 같아 보이지 않지만 한옥 구조를 그대로 두고 덧대어 개축한 집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은 종로구 혜화동, 명륜동 일대의 땅값이 평당 2000만 원 이상인데 여기는 골목 안쪽이고 세입자가 들어 있어 조금 싸다고 했다. 그러나 그 집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1 / 세입자의 전세 계약기간이 1년 4개월이나 남아 있다.

2 / 막다른 골목에 접해 도로로 내놓아야 하는 면적이 있다.  

3 / 옆집과 벽이 붙어(담을 공유하는 정도가 아니고 벽과 벽이 거의 붙었다) 신축 시 옆집에서 심각하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전세 계약기간이 긴 건 뭐, 괜찮다. 긍정적으로 보면 우리도 그만큼 여유가 생기니 설계할 시간을 벌 수 있고, 이사 비용을 섭섭하지 않게 주면 세입자가 일찍 나가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접한 문제는 면적의 문제라기보다는 매매 가격과 관련한 문제다. 도로로 내놓아야 하는 면적이 있어 망설여진다는 남편의 말을 들은 부동산 중개소 사장님은 흥정의 여지가 있다는 듯 여운을 남겼다.  

“저번에 언뜻 듣기론 조금 더 깎아줄 것처럼 말했는데, 주인에게 다시 확인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도로로 내놓는 부분은 주차장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화분이나 벤치 같은 걸 두고 여유 공간으로 삼을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싸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우리는 부동산 사무실을 나왔다.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옆집 한옥. 미리 집주인의 성향을 알아볼 수도 없어 이 부분은 그야말로 복불복,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부동산 사장님은 옆집 주인에 대해 ‘혜화동 토박이로 대학로에서 가게를 하고 계신 좋은 분들’이라고 부연했다.

자,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 과연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바로 다음 날 전화가 왔다. 원래 브리핑한 가격보다 2000만 원을 깎아줄 테니 더 이상 깎을 생각이라면 말도 꺼내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남편과 나는 식탁 앞에 앉아 우리 집 짓기 모의에 돌입했다. 그 정도 가격이면 도로로 내놓는 부분을 제하고 평당 2000만 원쯤 됐다. 나쁘지 않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너무 욕심만 내지 않으면 두세 달 안에 매매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테니 잔금 치를 일자를 최대한 미뤄 시간을 벌고 일단 혜화동 쪽으로 이사를 가서 공사 잔금 정도 되는 싼 전세를 얻어 살다가 기회를 봐서 공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짜고 계약 날짜를 잡았다.

그사이 양가 부모님, 손위 시누이에게도 집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다. 장소는 그렇다 치고 무리하는 건 아니냐며 걱정 반 응원 반의 의견을 주셨다. 나중에 들으니 그때 어른들은 걱정에 더 무게를 실으셨다는데, 그 집에 이미 쏙 빠져 있던 우리 귀엔 걱정보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더 크게 들렸다. 그분들 눈에 우리는 첫눈에 반해 결혼을 약속하고 두 눈 가득 하트를 담고 부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으려는 철부지들 같았으리라.

명륜동 집을 계약할 때 잔금 시기를 최대한 늦춰 7월에 지급하기로 했다. 아직 집을 팔지 못했고 아이들 방학 때 이사했으면 한다고 했더니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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