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호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 ;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하이테크와 대한민국 만세 사이

도덕으로 회귀하는 리(理)의 사회

  • 황다예 한동대 언론정보학부 졸업·Book치고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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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19-08-19 1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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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찰(察)이다. 남을 관찰(觀察)하고, 나를 성찰(省察)하며, 세상을 통찰(洞察)하는 도구여서다. 찰과 찰이 모여 지식과 교양을 잉태한다. 덕분에 찰나의 ‘책 수다’가 묘한 지적 쾌감을 제공한다. 정작 살다보면 이 쾌감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다. 이에 창간 88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사 종합지 ‘신동아’가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한 시즌(4개월)간 월 1회 씩 책 한 권을 고재석 기자와 함께 읽는다. [편집자 주]
    ‘하이테크’를 한 손에 들고 망설인다. 걸핏하면 고장 나는 얇은 펜촉과, 펜 하나에 4000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가격 때문이 아니다. ‘일본산’이어서다. 나는 한국인이고 시국이 엄중하지 않나. 그러다 깨닫는다. 두 나라 관계가 요즘만 심각했던가? 

    저자에 따르면 한국은 ‘도덕지향적’ 나라다. 그 기저에는 ‘이기론’으로 이루어진 성리학이 있다. 성리학의 ‘리(理)’는 보편적 원리이자 절대 규범이다. 한국인들은 ‘리’를 차지해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여정에 너나없이 나선다. 이는 곧 ‘돈과 밥의 원천’이 된다. 치열한 말싸움 끝에 이기는 자가 돈·명예·권력을 차지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단순한 장례 절차 논쟁을 넘어 실질적 권력 다툼으로 번진 조선 현종 때의 ‘예송 논쟁’은 그 사례 중 하나다. 

    일본은 말이 아닌 칼로 싸운다. 오구라 기조는 일본이 ‘몰도덕적’이며 ‘현실주의적’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한국에 ‘님’의 나라가 아닌 ‘놈’의 나라다. ‘리’가 결여돼 있는 탁한 ‘기’의 나라다. 고로 이기론에 따르면 일본은 한국이 늘 ‘교육해야’ 할 대상이 된다. 

    오구라 기조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한다. “윗사람인 한국에 대한 예의가 갖추어지지 않은 일본의 근성을 뜯어고쳐 주지 않으면 안 된다”(216쪽) 연장선상에서 한국 일각에서는 일본 문명의 뿌리는 한국이니, 일본은 한국을 존경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되레 근대 이후 일본이 한국을 두고 모독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구도를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은 일본을 무시하고, 일본은 과거를 사죄할 생각이 없다.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두고 공회전을 거듭하는 배경이다. 한쪽은 도덕에 집착하고, 다른 한쪽은 도덕을 가벼이 여긴다. 



    때마침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이겼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보통국가’를 겨낭한 개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이 시점에서 오구라 기조의 목소리는 더욱 또렷이 들린다. 

    “과거 ‘일본리’가 장대했던 시대에 대한 동경과 향수에 선동되어 하나의 ‘국가리’로 응집하려는 움직임은 뿌리 깊게 존재한다.” 

    저자는 이에 덧붙여 “한국을 대등한 상대로 간주하지 않는 일본인의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구라 기조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일본인이 늘어 언젠가 한일관계에도 순풍이 불기를, 그래서 이렇게 1200자 원고지를 메우는 수고로움 없이 ‘하이테크’를 사는 날이 오길 바란다. 그래도 오늘 내가 무엇을 샀는지는 비밀에 부치고 싶다. 일단 삼천리 화려강산 무궁화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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