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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이 쓰는 이 사람의 삶

무장무애의 자유인 수안스님

“먹고 죽자! 있는 것을 자꾸자꾸 죽여야 새것이 나와”

  • 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무장무애의 자유인 수안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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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무애의 자유인 수안스님

통도사에는 수안스님을 보러 각지에서 온 ‘팬’들이 꽤 있다. 절 인근 식당에서 스님이 즉석에서 그린 그림을 팬에게 선물하고 있다.

개구쟁이 스님

어린 소녀가 부모를 따라 절에 놀러왔다. 소녀는 수안의 맨머리를 만지고 놀면서 말한다.

“스님 니 몇 살이고?”

“니는 몇 살이고?”

“나? 나는 다섯 살이다.”



“그래? 나도 다섯 살이다.”

그 풍경을 말하면서 수안은 이렇게 덧붙인다.

“만일 옆에서 듣고 있던 소녀의 부모가 스님에게 그 무슨 버릇없는 말이냐고 지청구를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거 무슨 버릇없는 가르침이오?’ 소녀와 내가 아무 거리낄 것 없는 친구가 되었는데 그것을 가로막는 예의를 주입하려 든다면 그것이야말로 무례이며 잘못된 자녀교육이다. 어떤 지점에서는 세간의 모든 지식과 관념을 털어버릴 필요가 있다. 그렇게 알몸이 되어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물론 계기가 필요하다. 종교와 예술이 그 역할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가 그것을 만들어야 한다….

다섯 살도 부족해서 나는 갓난아기의 눈과 마음을 갖고 싶어 끝없이 나를 비워간다. 그런데 벌써 육십해를 살아버렸고 입산한 지 마흔두 해나 되어버렸다(이건 7년 전의 글이다). 선(禪) 차(茶) 붓 먹 칼 돌 나무들과 함께 애인처럼 다투기도 하고 부모자식 사이처럼 부둥켜안기도 하면서 오늘을 맞았다.”

스님이 젊은 날 한계암에 계실 때의 일이다. 한계암은 밀양 표충사 근처의 암자다. 한겨울이라 솜으로 누빈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어느 날 마루에 나와 앉아 햇볕을 등에 지고 정진 기도를 하는데 어디서 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앉아 있는 어깨쯤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승복의 해진 틈을 부리로 콕콕 쪼아 솜을 뜯어가는 것이었다.

“그걸 가져가 둥지를 만들지 새끼들 이부자리로 쓸는지는 몰라도 겁 없이 그걸 쪼아가는 것이 그렇게도 좋드라?”

수안스님 이야기는 다 선화 같다. 왁자지껄하게 말하지만 귀기울이면 고요한 그림 한 폭이 떠오른다. 마음속에 평화가 가득 차 오르는 풍경이다. 이런 걸 만들어낼 줄 알아서 스님인지, 스님이라서 이런 풍경이 만들어지는 건지….

“젊어서 산에서 수행하면 그리움에 사무칠 때가 있다? 그게 무슨 그리움인 줄 알어? 움직이는 것에 대한 그리움이다. 아무것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나타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 숲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다람쥐 소리도 반갑고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도 반갑고 구름 한 점이 움직이는 것도 다 반가운데 그것조차 느껴지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게 산이거등….”

떡 먹으러 스님이 되다

신명에 넘치는 기질이 그렇게 산속에 머물렀으니 그 에너지가 시가 되고 그림이 될 수밖에 없었겠다. 왜 그림을 그렸는가. 이것은 왜 산에 들었는가 만큼 허망한 질문이다. 그저 인연 따라 제 삶을 풀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의 운명임을. 이제는 나도 그걸 알 만해진 나이에 이른 것 같다.

비구에게 왜 승려가 되었는지를 묻지 않는 것이 불가의 예라고 들었다. 그러나 가장 궁금한 것이 또 그 부분인 것을 어쩌랴. 수안스님은 “상관없어. 뭐든 다 물어봐” 하고 내게 모든 질문을 허용했다. 전에 나는 절에서 먹는 비빔밥이 하도 맛있어서 중이 됐다고 말하는 승려를 만난 적도 있다. 수안스님 대답은 그보다 더 싱거웠다. “그저 자주 놀러가다보니 내가 어느 날 절에서 살고 있드라고!”

열 살에 전쟁이 일어났다. 밤이면 포탄이 쏟아졌고 마을 곳곳에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아들이 죽은 어머니들, 팔다리를 잃고 돌아온 아저씨들, 고아가 들끓던 시절. 한의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은 갑자기 어려워졌다. 재산이 모조리 차압당하고 먹을 게 없어 이모네 집으로 옮겨갔다. 술지게미가 식사 대용이었다. 벌겋게 술이 올라 동네를 돌아다니던 쬐끄만 소년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싸우고 울고 배고프고 괴로워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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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 칼럼니스트 psyche3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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