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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기자가 만난 사람

교육 일선 뛰어든 교육 수장 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

“정부는 앞서가는 집단 견제 말고, 뒤처진 집단 관리에 신경 쓰라”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교육 일선 뛰어든 교육 수장 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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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같은 차’ 타자고는 안 하면서 ‘똑같은 교육’ 받게 하자고?
  • 민사고가 ‘귀족학교’인 건 맞다, 그러나…
  • 전교조 업은 ‘개방형 이사’ 한두 명이 私學 휘저을 수도
  • ‘대통령과 임기 같이한다’던 교육부총리, 벌써 4명째
  • 학생 학습권만 강조할 게 아니라 사학 교육권도 존중해야
  • 전교조 집단연가엔 유연 대처, 사학 행동엔 초강경 대처하는 정부
교육 일선 뛰어든 교육 수장 이돈희 민족사관고 교장
영동고속도로 새말 인터체인지에서 9km가량 시골길을 따라가면 지금은 한국야쿠르트에 인수된 파스퇴르우유 공장이 나온다. 바로 옆으로 30만평 부지 위에 청와대 본관을 연상시키는 청색 기와지붕의 건물이 여러 채 모습을 드러낸다. 그 뒤로 호텔 같은 기숙사와 너른 잔디 운동장만 없더라면 안동 하회마을에 들어선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강원도 횡성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 진입로 오른편에는 15개의 동상 좌대(座臺)가 세워져 있다. 주인공을 기다리는 좌대마다 ‘민족사관고 출신 노벨상 수상자’라고 새겨져 있다. 이 학교 설립자 최명재(崔明在·78)씨의 교육관을 엿보게 한다. 세상에, 욕심도 크지.

이돈희(李敦熙·68) 민사고 교장은 2003년 2월 서울대 교수를 정년퇴직하고 나서 이 학교 교장으로 취임했다. 교육계에서 그만큼 다채로운 경력을 가진 사람도 찾기 어렵다. 서울대 사대 교육학과를 나와 2년가량 중학교 영어 교사를 했다. 미국 웨인주립대에서 교육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모교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범대학장, 교육개발원장, 대통령자문교육위원회 위원장, 교육부 장관을 두루 거쳤다.

개정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됐지만 사학재단은 반대의 목소리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종교계까지 가세한 사학법 논란은 교육제도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넘어 진보와 보수 진영의 대결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개정 사학법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10여 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게 사학재단의 시각이다. 이 정부 들어 전교조의 발언권이 강해지면서 사학법을 비롯해 대학입시, 평준화 정책 등 각종 교육 법규와 제도에 전교조 이데올로기가 스며들고 있다. 정부는 사학을 달래기 위해 자립형 사립고(자사고) 확대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민사고, 상산고 같은 자사고를 ‘귀족학교’라며 반대한다.

병술년 1월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뒤편의 광장아파트 이 교장 자택을 찾았다. 뜨거운 교육 현안에 관해 의견을 듣는 자리를 민사고로 정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 교장은 방학을 맞아 여의도 집에서 쉬고 있었다. 광장아파트는 1978년 완공됐다. 튼튼하게 지어진데다 관리가 잘돼 아직도 쾌적한 고급 아파트의 외관을 지니고 있다. 이 교장은 이 아파트에 20년 넘게 살고 있다.

이 교장은 한복을 입고 있었다. 민사고 학생과 교직원들은 학교에서 한복을 입는다. 애국조회가 있는 월요일에는 정장 한복,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생활한복, 주말에는 자유복을 입는다.

자리에 앉자 안주인이 유자차와 과일을 내왔다. 자녀들은 출가하고 50평 아파트를 두 내외가 지킨다.

“교육개발원장을 하던 1996년 초 최명재 회장이 찾아온 적이 있어요. 영재고등학교를 개교(1996년 3월1일)하는데 교육개발원 영재교육본부에서 학생 선발, 교육 내용, 학교 운용에 관해 연구해달라고 했습니다. 초기에 연구비로 8000만원을 받았고, 후에 과학영재교육 국제세미나 개최 지원비로 1억원을 받았습니다. 서울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자문교수단을 만들어 가끔 최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월 교육비 150만원 정도

서울대에서 정년퇴임을 하고 쉬던 2003년 8월경 최 회장이 중간에 사람을 놓아 교장을 맡아달라고 하더군요. 평생 교육이론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현장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마치 과학자가 연구를 위해 실험실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교장을 맡았죠.”

이 교장은 자사고와 인연이 깊다. 김영삼 대통령 때 교육개혁위원회에서 제2소위 위원장을 맡아 초·중등 교육과 교원 교육에 관한 정책연구를 담당했다. 그 위원회에서 사립학교를 평준화제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부실 사학이 많아 일부 사학을 선발해 자사고를 만드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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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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